-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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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책을 보았습니다. 하루해가 다 지고 어두어 질 때 까지 책을 보았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릅니다. 그저 하염없이 강물 보듯 그렇게 책을 보았습니다. 종종 있는 일이지만 하늘에 구름가듯 그렇게 책을 본 날은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잘 모릅니다. 읽었다기 보다는 그 속에 들어가 있었던 듯합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잠시 사라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 머리 속에서 울리고 있는 말들은 책 속에 있던 그들의 말인지 그들의 말을 듣고 내 머리 속에 떠 오른 말인지 구별되지 않습니다. 잘 섞여 버렸거든요.
'정말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 변화하는 사람이야. 왜냐하면 변화가 바로 인간의 존재 양식이거든. 그래서 말인데 어떤 틀에 고착하면 그땐 이미 일관성을 잃게 돼. 그래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거야. 바꿔야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지. 사람들은 쓸데없이 요란하고 치열해. 치열하고 무의미한 경쟁이 지닌 문제점은 승리를 하더라도 무의미하다는거야. '
책을 많이 읽어 지식을 쌓으면 학자가 됩니다. 쌓아 놓은 지식을 하나씩 덜어내 가벼워 지면 지혜로운 현인이 됩니다. 그러다가 속이 비면 자연이 됩니다. 그저 나무처럼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잎이 무성해지다 열매를 맺고 잎이 집니다. 다시 봄이 되면 꽃이 피지만 작년의 그 꽃은 아닙니다. 작년의 내가 아닐 때 나는 자란 것입니다. 그렇게 자라는 것이 자연입니다. 자라는 동안은 완벽한 것이 아닙니다. 아직 모자라기 때문에 자라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변화가 존재의 법칙이 되는 것이지요. 자라는 것을 멈추면 다 큰 것입니다. 완성되는 것이지요. 변화를 그치는 순간 생명은 다한 것입니다. 삶은 죽음으로 완성됩니다.
종종 죽음으로 삶이 완성되지 않는 이유는 쓸데없이 치열하고 무의미한 경쟁 속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만이 자연 속에서 자기가 되려 하지 않는 유일한 종(種)입니다. 서로 비교하여 남이 되려 합니다. 무의미하다는 것은 살아 있지만 '그 속에 내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구름처럼 하늘을 읽어 보세요.
* 알려드립니다.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아름다운 연휴기간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세 사람은 미리 신청하였고, 저와 함께 떠날 여섯 사람을 지금 찾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변화 경영연구소 홈페이지'(www.bhgoo.com) '프로그램 소개' 속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참조하여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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