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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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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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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9일 12시 53분 등록



“그대의 존재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대의 생명을 덜 표현할수록 그만큼 많은 것을 원하게 되어 그대의 소외는 더 커진다.”

- 칼 마르크스(1818~18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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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결혼할 때는 오랜 재판으로 인해 집안형편이 어려워 별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사람 마음이 바뀌더군요. 지방 근무를 마치고 병원 개원 때문에 서울로 이사를 가려고 하니 돈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주변에서 본가나 처가에서 무언가를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신경 쓰지 말자!’고 해도 잘 안되더군요. 돈이라는 것이 삶의 중요한 가치로 성큼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어머님 앞에서 ‘지금까지 해 준 것이 뭐가 있습니까!’라고 화를 낸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그게 불과 5년 전 일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 지금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마음에 돈 욕심이 많아서 덜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진다는 말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유가 적다고 해서 저절로 존재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고 보기에 존재와 소유가 반비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존재가 커질수록 필요 이상의 소유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까운 분들의 삶 속에서 직접 배우고 있습니다.

사람은 존재가 적을수록 필요 이상의 소유와 활동에 연연하기 쉽습니다. 존재감이 약한 사람일수록 ‘나 예뻐?’ ‘나 사랑해?’ ‘나 잘했지?’ ‘나 어때?’ 라는 외부확인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받고 증명해 보이고자 하는 충동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자기증명의 수단이 되는 것은 명품, 지적 허영심, 깎은 외모나 넘치는 근육, 과도한 업무 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자신이 살아있고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확인하고 또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마치 문자가 왔는지 계속 핸드폰을 확인하는 사람들처럼 일종의 ‘존재확인 강박증’에 걸려 있습니다.

며칠 뒤면 추석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라는 한가위처럼 지금 이 모습만으로도 충만하고 따뜻한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8. 9. 9 週 2회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231호]-



IP *.131.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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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ofeel
2008.09.09 20:32:18 *.77.113.22
좋은 글 소중히 담아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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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8.09.10 02:42:53 *.208.192.28
소유가 적다고 해서 존재가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나,
존재가 커질수록 필요 이상의 소유에 연연하지 않는다.
정말 마음을 울리는 말이네요. 형 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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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9.10 09:56:52 *.36.210.123
불과 5년 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금'을 이끌어낸 것이 아름답습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순리이듯 무엇이든 가진 쪽에서 나눔과 베품이 이루어질 수밖에는 없다는 것 입니다. 책을 쓴 자가 공간을 차지한 자가 아직 자리하지 못하고 서성이는 곳을 살펴 헤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봅니다. 변.경.연 또한 지금이 전부가 아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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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8.09.11 00:13:15 *.120.66.228
'존재가 적을수록 소외는 깊어진다. 존재가 커질수록 소유에 연연하지 않는다.'
가슴을 찌르는 구절을 또 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외에 대한 해답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답을 밖에서 찾으려는 나쁜 버릇은 아직도 번번이 고개를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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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2008.09.11 08:29:28 *.234.162.125
오전부터 좋은 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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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
2008.09.19 19:51:23 *.6.1.81
오직 인간이라는 종족만이 자신이 아닌 남이 되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며 평생을 사는 건

오롯한 자신으로 사는게 아니겠지요?

'존재확인 강박증' 난 어느 정도 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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