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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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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2일 09시 33분 등록


  뉴질랜드2008 111.jpg

오늘은 제자에게 편지를 한 통 쓰려고 합니다.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에 그 편지를 담아 오늘의 편지로 삼아볼까 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기도 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가는 편지 속에서 늘 내 이야기를 찾아내곤 하니까요.

  J 에게

  네가 빠지지 않고 올리는 '화실일기'는 잘 보고 있다. 다른 연구원들은 모두 침묵하는데, 오직 너 만이 꾸준하다. 아마 네가 가장 외로운 모양이다. 종종 느끼는 것인데 글은 대체로 외로운 사람들의 선택인 듯하다.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남을 더 많이 만난다.  자신과 대면하는 것은 좀 지루하고 때때로 슬픈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다보면 그 사람과 있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지난해 연구원 수업이 늦게 끝나 택시를 타고 가다 내가 도중에 너를 떨어뜨려 준 적이 있다.  아마 한 번은 광화문 교보빌딩 앞이고 또 한 번은 종로 큰길가 어디엔가에 너를 내려 준 것 같구나.   거리는 택시를 잡는 사람들로 가득하여 너는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후부터 너는 연구원 수업이 있을 때 마다 전철이 끊어지기 전에 혼자서 집으로 가곤 했다.   틀림없이 거리상으로는 훨씬 더 집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지만 같이 가던 택시에서 내려 홀로 차를 잡아타고 집으로 가기는 더 불편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생과 제자 사이에도 종종 그와 비슷한 일이 생기는 듯하다.   제자의 손을 이끌어 그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에 더 가까이 데리고 가지만,  어떤 때는 홀로 내린 그 자리가 더욱 외롭고 힘든 자리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그 외로움이 너를 위로해 줄 것이다. 자신과 만났던 그 많은 시간들이 결국 너를 구해줄 것이다. 나는 화실일기에 일일이 답을 달아 주지 못했다.  그러나 늘 생각했다.   이 아이가 매일 자기의 길을 찾아 가는구나.   언젠가 환한 길을 만나게 되겠구나.  

  추석이 되어 하늘은 달로 가득할 것이다.   날마다 거듭나는 달이 나는 좋구나.  
  잘 다녀오너라.  갈 고향이 있어 좋고, 기다리는 어머니가 계셔 좋겠구나.

IP *.160.33.149

프로필 이미지
J
2008.09.23 00:30:49 *.72.153.57
사부님, 사부님.

이 밤에 왜 깨어있는지...?
머리를 많이 긁어도 답이 나오질 않아요. 그건 제 안에서 뭔가가 싸우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뻔한 답인데 선뜻 입 밖으로 내서 답하지 못해요.
목이 타는 밤입니다.

어느날 새벽에 일찍 잠이 깨어서 곧 사부님이 깨셔서 글을 쓰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인왕산의 어느 절에서 치는 종소리가 들렸을 때...

사부님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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