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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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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9일 09시 00분 등록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은 장인정신의 핵심이며, 그 자부심은 윤리성에서 나온다”

 

- 리처드 세넷의 <장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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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기사에서 고문기술자 이 근안을 보았습니다. 그는 ‘경축 이 근안 선생 출판기념회’라고 쓰인 플랑카드 앞에서  “그 당시 간첩과 사상범을 잡는 것은 애국이었다.”며 여전히 자신의 고문행위를 정당화하는 이야기를 했더군요. 그의 파렴치한 모습을 보고 분노가 일다가 세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아돌프 아이히만 그리고 그들에게서 충격을 받은 철학자 한나 아렌트입니다.

 

1945년 최초의 원자폭탄이 만들어졌을 때 이를 지휘했던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업무일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무언가 매력적인 기술이 눈에 띄면, 우리는 일단 달려들어 일을 벌인다. 그러고는 그 기술이 성공한 뒤에야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따져본다. 원자폭탄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뛰어난 이론 물리학자였지만 정작 자신이 인류를 멸망시킬 무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실험을 진행했던 것입니다. 이를 보고 충격을 받은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일하는 인간의 의미를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먼저 ‘아니말 라보란스(Animal laborans)’는 세상과 차단된 채 일에 몰두하는 ‘일하는 동물’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공동의 삶을 만들기 위해 윤리와 도덕을 돌아보며 일을 하는 인간의 이미지입니다.

 

1960년, 나치스의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악명 높은 아돌프 아이히만이 붙잡혔습니다. 특별취재원 자격으로 그 재판과정을 지켜 본 아렌트는 아이히만과의 첫 대면에서부터 충격을 받았습니다. 피에 굶주린 악마나 잔혹한 악당의 모습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한 중년 남성이 재판정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떤 이념에 광분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나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아렌트는 그 과정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란 개념을 이끌어냈고, 악惡을 ‘비판적 사유의 부재’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비판적 사유가 멈출 때 일상에서 악이 발원하는 것임을 설파했습니다.    

 

오늘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앞으로 5년 동안 국민을 위해 일을 할 일꾼을 뽑는 날입니다.  지난 5년간의 경험 속에서 저는 오늘 우리의 일꾼으로 ‘호모 파베르’가 선출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 2012. 12. 19.  당신의 마음을 깨우는 '문요한 에너지 플러스' 6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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