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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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알려면 둘이 필요하다." - 그레고리 베이트슨
오늘이면 약 5개월간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끝이 납니다. 좁은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그래서 힘이 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재미도 있었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지난 시간들을 잠시 되돌아봅니다.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이 지금의 제 기분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할 듯 합니다.
이제 다음 주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새로운 일을 하게 되겠죠. 회사에 업무를 조정해달라고 말해두었습니다. 기존의 업무에서 프로젝트 조율보다는 기획 업무의 비중을 좀 더 높여 보려 합니다. 아직 어디로 향하게 될 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안개를 헤쳐나가듯 조금씩 자신의 길에 다가가 보려 합니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선 다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자신을 비춰주는 일종의 거울과도 같은 대상입니다. 그것은 일일 수도 있고, 공부일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우정일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상대를 잘 알게 될 수록, 깊이 이해하게 될수록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됩니다. 그게 제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호학'의 기본 개념입니다. '남을 알수록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는 신비로운 학문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요즘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또 어떤 사람을 만나고, 누구를 사랑하고 계신가요? 그게 무엇이든, 또 누구이든 그 대상에 당신의 모든 것을 쏟아보세요. 나와 당신 사이, 기표와 기의 사이, 남과 여, 밤과 낮, 그 수많은 이항 대립 사이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수많은 갈래길들이 존재합니다. 그 길을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 날 맑은 얼굴의 당신을 만나게 되겠죠.
갑자기 기온이 낮아진 탓인지, 조금 무리를 한 탓인지, 환절기마다 겪곤 하는 감기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늘은 온 몸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기분입니다. 가끔 이럴 때도 있는 거겠죠. 다시 열이 가라앉고 두 발에 땅이 닿으면, 저는 제 마음을 유혹하는 바람을 따라 떠나야겠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신비한 안개 속으로, 수많은 사이의 풍경들 속으로 깊이, 아주 깊이 들어가봐야겠습니다.
“그대의 연마된 힘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뻗어내라
그 힘이 두 모순 사이의 깊은 간극을
이어줄 때까지..... 신께서
그대 안에서 당신을 찾고 싶어 하시기 때문이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08년 10월 2일 , 마흔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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