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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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을 위한 나침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그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방향성’을 발견하고, 로드맵과 학습 계획을 짜도록 돕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중략)… 과정 중에 수강생은 처음으로 자신의 방향성에 관한 ‘생의 보고서’를 쓰게 된다. 한 번의 성공경험을 하게 하여 앞으로 그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꿈과 전략을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첫 계기를 제공할 것, 이것이 과정의 핵심이다. 우리는 결코 수강생들이 지식만을 얻도록 하지 않았다. 핵심은 그들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손이 부르트도록 써보고 연습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 2006년 9월 30일
예전에 적어두었던 10년 안에 보고 싶은 10개의 장면 중 하나입니다. 저는 방금 그 장면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아홉 명의 대학생들과 2박 3일을 함께 보내며 울고 웃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고, 치열한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사람 중 하나가 둘째 날 밤에 제게 물었습니다.
“꿈을 하나 이루신 것 같은데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아직 모르겠어요. 그냥 덤덤합니다. 집에 가 봐야 알 것 같아요”
가슴이 터질 듯 환호성을 지를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혼란스러웠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명확히 알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온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에게 직업을 찾으려하기 보다 먼저 자기 삶의 방향성을 찾으라고 핏대를 세우며 말했습니다. 자신의 핵심 가치와, 꿈, 재능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방향성을 발견한 사람만이 직업은 바뀌어도 삶은 여전히 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며, 언젠가 하늘을 향해 도약할 것이라 했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뜬구름을 잡듯 허황된 이야기였겠지요.
집에 돌아와 그들이 솔직하게 적어준 프로그램에 대한 피드백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어떤 이는 길을 찾았다 했지만, 어떤 이는 오히려 길을 잃은 듯 하다 했습니다. 누구는 확신을 얻어 가슴이 뛴다 했지만, 누구는 혼란의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했습니다. 한숨이 나왔습니다. 행여 그들이 더욱 안으로 움츠리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과연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길 잘한 것일까 혼란스럽습니다. 그들도 혼란스럽고,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아예 이쯤에서 길을 잃어야겠다.
아마도 이곳이 내가 살고 싶은 땅일 것이다.
? 신경림의 시, “내가 살고 싶은 땅에 가서” 중
그러나 우리를 괴롭게 하는 이 방황과 혼돈 속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창조성이 있음을 믿고 싶습니다.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길 찾기의 포기가 아닌 다른 차원의 길 입구에 서는 것임을 믿을 것입니다. 믿고 또 믿다 보면 언젠가 세상의 보편적인 믿음이 될 것임을 또한 믿겠습니다.
이제야 살짝 미소를 지을 수 있겠습니다.
이 꿈을 시작하길, 새로운 길 잃음의 문턱에 서길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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