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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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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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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0일 14시 27분 등록


삶이 그저 스치듯 의미 없이 흐르는 하루입니다. 밖에 나가 담배를 한 대 태웁니다. ‘이런 게으른 새끼…’ 어김없이 자책의 목소리가 머리를 울립니다. 잊고 지냈던 모든 두려움들이 한 순간에 의식의 수면위로 떠오릅니다. 무섭습니다. 한 번 끝까지 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자판을 두드려 제가 느끼는 두려움을 모조리 적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게을러지는 것이 무섭다. 게으르다 게을러지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이 될까 두렵다. 좋은 곳에 취직을 하지 못할까 두렵다. 좋은 책을 쓰지 못할까 봐,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지 못해 책을 내고 후회하게 될까 두렵다. 내게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닐지, 여전히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두렵다. 남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용기 있다고 믿었던 선택이 결국 괴짜 같은 객기로 끝날까 두렵다. 실패하여 아무것도 아닌 인생이 되어, 결국 나도 극단의 현실주의자로 세상을 향해 욕지거리를 하며 살게 될까 두렵고 마음 아프다……”

 

끊임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러다 잊고 지냈던 두 개의 기억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쯤 되었던 모양입니다. 자다가 무엇이 불안했던지 잠을 깨었는데, 다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두꺼운 잠바를 입고 부모님 몰래 집을 나와 집 앞 부둣가로 향했습니다. 방파제 끝에 가로등이 휑하니 켜진 곳을 향해 홀리듯 걸었습니다. 배를 묶는 말뚝 위에 귤이 하나 놓여있었고, 달이 밝았습니다. 차가워 살짝 얼은 그 귤을 혼자 까서 먹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달을 보며 무작정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도는 몇 시간이나 계속되었습니다.

 

대학원 시절 아침에 일어나면 뒷산을 거닐며 산책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점 찍어 둔 나무에 손을 짚고 빙글 돌아오는 길에서, 항상 앉던 평평한 돌 위에 앉습니다. 꼿꼿이 서 있는 나무들과 그 사이를 흐르는 안개를 보고 있노라면 장엄한 기운이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늘 무언가를 중얼거렸습니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호흡하듯 천천히 매일 기도했습니다.

 

또렷이 기억합니다. 그 모든 장면 속의 기도는 늘 같았습니다. ‘괜찮은 인생이 아닌, 훌륭한 인생을 살게 해 주세요. 저는 그렇게 살 겁니다.’ 라고 말입니다. 언제나 두려워했지만 깊고 깊은 바닥에서는 무언가 훌륭한 일을 해 낼 것임을 믿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아무 근거도 없는 믿음이지만 그렇다 하여 믿음이 약해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 믿음과 열망이 저를 꼿꼿이 서게 하고, 조금 더 움직이게 하고, 부딪히고 깨지고 넘어져도 눈물을 훔치고 툭툭 털고 일어나게 했습니다.

 

두려움을 향해 돌진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아픔을 넘어 진실을 파고 드니 반대편의 심장부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두려움이 많다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과 열망이 많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열망 속에 두려워도 살아내는 힘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더 나아질 것입니다. 계속 성장할 것이고 늘 깨어서 살아 있을 것이고 결코 뒤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꿈을 이룰 것임을, 언젠가 세상의 훌륭한 빛이 될 것임을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제 안의 열망은 한번도 가라앉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열망은 반드시 현실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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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8.11.10 19:02:31 *.129.207.121
두려움과 열망에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겼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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