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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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을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면서 조금씩 그들의 생각과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에 혼란스러워하던 한 제자가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이 제가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상위 3%안에 들 자신이 없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용기가 나질 않아요.”
그녀의 ‘3%’라는 표현이 제 귀를 한동안 울렸습니다. 그러니까 그녀는 ‘능력이 없어서’ 어느 분야든 3%안에 들 자신이 없다, 이런 말로 들렸습니다. 그녀만이 아니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종종 이런 속내를 털어놓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방대에 가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를 가장 속상하게 하는 말은, ‘그래도 선생님은 좋은 학교를 나왔잖아요’ 라는 한숨 섞인 토로입니다.
“상위 3%” 어른들이 내신과 수능 성적을 이야기 할 때 배운 표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3분의 2 이상을 기억력과 언어력이라는 한정된 잣대 안에서 경쟁을 벌였던 그들입니다. 그들에게 인생이 마치 무능력에서 능력으로 뻗어나가는 1차원 직선 위의,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 게임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한 대학에서 강의를 마친 후 60명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을 추구하는데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라고 물었지요. 아래가 그 결과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해서는 안정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두려움. 아무것도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평생을 ‘마이너 리거’로서 살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부모의 기대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 혼자 ‘왕따’가 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떨림…! 이 모든 것이 우리 어른과 학교가 주어서는 안될 것을 물려준 탓입니다. 교육이 편협하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이 두려움에 의해 선택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게 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젊음은 곧 가능성이기 때문입니다.
한 날, 한 시에 뿌려진 씨앗일지라도 가지의 모양이 다르고, 꽃의 종류와 피는 시기가 제각각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결국 스스로 빛을 향해 가지를 뻗고, 꽃을 피워냅니다. 우리가 그들 스스로의 교육 과정을 방해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태어난 모양대로 살도록 북돋아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어릴 적 인위적으로 한 번 휘어진 나뭇가지는 바로 세우기 힘든 법이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깊이 알면 알수록, 교육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강해집니다. 꼭 그 일을 해야겠습니다. 젊음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소식 하나:
변화경영연구소 오병곤, 홍승완 연구원의 세 번째 책,
‘내 인생의 첫 책쓰기’가 출간되었습니다.
그들도 교육을 바꾸고 싶어하는 ‘원숙한 젊음’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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