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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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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4일 13시 15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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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개념체계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의 체계에서 옵니다. ... 신화는 마음이 거처하는 곳, 경험이 있는 곳에서 생겨납니다. ... 신화는 사실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신화는 사실들 너머 그 사실을 알려주는 무언가를 향하고 있습니다.” - 조셉 캠벨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고도를 기다리며는 총 2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란 두 주인공이 고도라는 미지의 인물을 끊임없이 기다리지만 그는 연극의 막이 모두 내릴 때까지 결국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런 단순한 줄거리를 담은 이 현대극은 두 막 모두 다음과 같은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블라디미르 : 그럼 갈까?

에스트라공 : 가자.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이를 연상시키는 신화 속의 한 장면 중에 시지푸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알베르 까뮈가 쓴 에세이로도 유명한 시지푸스는 신들에게서 끊임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산마루로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은 이입니다. 그는 쉴 새없이 바위를 굴려 올리지만 정상에 닿기가 무섭게 바위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굴러 떨어집니다. “무익하고 희망이 없는 노동이 바로 이 형벌의 이름이죠.

 

혹시 이 두 개의 장면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어렴풋이 연상되지 않으세요? 끊임없는 기다림과 끊임없는 노동은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동일한 언어입니다. 디디와 고고(연극 주인공들의 별명)와 시지푸스는 그 어디로도 향하지 못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 합니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한 인생은 무의미한 기다림이거나 희망 없는 노동일 뿐이다.”

 

*

 

21세기를 사는 현대의 우리에게 마치 다락방의 먼지 쌓인 골동품 같은 신화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제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열심히 생을 살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환영(幻影)이라는 의미의 마야(maya) 속을 헤매고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 마야는 때로는 부모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회사와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국가와 공동체란 이름으로 우리를 이끌어갑니다. 그저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자신이 그 어디로도 향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신화는 우리의 삶은 결국 하나의 모험임을 말해줍니다. 아주 편안한(그러나 불안한) 일상 속에서 영웅은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자의든, 타의이든) 어둡고 위험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출발합니다. 그렇게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통과하여 동굴의 가장 깊은 곳에서 보물을 찾기 위해 떠나는 것입니다. 마치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듯이, 싯타르타가 생노병사를 접하게 되듯이 시험에 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 미지의 세계로 향하게 되는 입구를 찾아주는 것이 바로 당신의 소명입니다. 이는 자아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는 미로의 입구를 열 수 있는 열쇠입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오직 당신 만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고도는 오지 않습니다. 무거운 바위는 끊임없이 굴러 떨어질 뿐입니다. 이 무의미한 순환의 고리를 끊을 사람 또한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요? 무엇을 하다 죽고 싶은가요? 당신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일상을 열정으로 넘쳐 흐르게 할 그것은 무엇입니까? 아니, 그렇게 요란하게 들끓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은근한 밑불처럼 나직한 욕망이어도 괜찮습니다. 불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사람도 여러 타입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찾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조셉 캠벨은 말합니다. “자신의 몫을 산다면 신화 따위는 필요치 않다.”

 

오늘은 자신에게 조용히 물어봐야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 하나의 그것"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안에 흐르는 욕망을 자유롭게 풀어놓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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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49.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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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12.04 15:40:53 *.247.80.52
영원회귀를 이해한 뒤의 차라투스트라는 완전히 긍정적으로 돌변했다.
“나는 어느 심연으로도 축복하는 예(Ja)라는 말을 가져갈 것이다. 나는 축복하는 자, 예라고 말하는 자가 되었고, 그러기위해서 오랫동안 씨름했고, 씨름꾼이 되었다.” 중력의 영? 그것은 전혀 무겁지 않다. 두더지와 난쟁이? 그것들은 놀이감이다.
-고병권 [니체-천개의 눈, 천개의 길] p.199 에서

자 삶이여, 한번 더!
도윤 힘내!!!! Yes 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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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8.12.05 12:36:17 *.249.162.7
정화누나, 고맙습니다.. ^^

요즘 편지 내용이 너무 무겁죠?
그래도 나름 즐기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누나의 책이 완성될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할께요~

정화 누나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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