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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3일 20시 19분 등록

7

 

 

 똥차 아저씨는 해가 지기 전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아직 몇 군데를 더 들려야 할 곳이 남아 있었다. 조금 전에 들렀던 호수 가에서 그는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렸다. 얼마 전에 겪었던 사고 기억이었다. 그 장면은 너무도 생생해서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어느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어두운 밤길이었고, 군데군데 가로등만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피곤해서 잠이 쏟아졌지만 바람이 차를 차선 밖으로 밀어낼 기세여서, 차가 휘청거릴 때 마다 머리를 흔들며 잠을 쫓아냈다.  내리막길 커브길 나왔다. 희미한 빛이 깜박깜박 거리면서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느낌이 불길했다. 그는 '차에서 나오는 전조등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곧바로  헤드라이트를 켰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중앙선 위에 뒤집혀진 승용차였다. 그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그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휘청거렸다.

 

 '사고 차량 앞에 멈춘다는 것은 이미 늦었어'라고 그는 직감했다.

 

 핸들을 우측으로 꺾었다. 본능적이었다. 순식간에 갓길로 지나갔다.

 그는 차를 세우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차문을 열고 나와 사고 난 차량을 바라보았다. 뒤집혀진 차는 아직도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고, 그 밑에서 사람의 손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사고 차량으로 달려갔다. 차량 주변은 쏟아진 물건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운전석 창문은 깨져있었고, 안쪽으로 중년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손은 아직까지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두 손을 뻗어 피 묻은 손을 잡았다. 필사적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불빛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다. 마지막 그 남자의 다리가 나오려는 순간이었다. 브레이크 소리가 미친 듯이 들렸다. 완전히 끌어냈을 때, 뒤에 오는 차량은 간신히 사고차량 앞에 멈추었다.

 그는 그 남자를 자신의 차량이 있는 갓길까지 옮겨 왔다. 조금 전 멈춘 차량의 운전기사는 뒤에 오는 차량을 계속해서 세우는 모습이 보였다. 그 남자는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며 말했다.

 

 "저기, 부탁이 있어요."

 

 그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제 주머니에 있는 사진을 가족에게 전해주시겠소"

 

 그 남자는 손을 움직이려 했지만 숨이 멎어버렸다. 그는 주머니 틈 사이로 보이는 사진귀퉁이에 눈을 멈추었다.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잠시 뒤에 경찰이 도착했다. 그는 사고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그의 수화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똥차 아저씨는 사진 속 가족의 모습이 머리 속에 깊이 남아 있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그 남자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가족들에게 사진을 전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찾아가려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 번 사진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고, 뒷면에 쓰여진 글을 보았다.

 

 "내 곁에 있어준 당신, 고맙고 사랑하오. 아들아! 사랑한다. 언제든 너와 함께 할께"

 

 핏자국이 아직도 얼룩져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똥차는 좀 더 속력을 내며 달려갔다.

 뿌꼬는 똥차 아저씨가 어떤 사진을 꺼내 들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족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년은 차 안으로 들어오자 마자, 바닥 귀퉁이에 몸을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 뿌꼬는 사진 속 남자아이와 소년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소년의 아빠는 얼마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말에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똥차의 다음 행선지는 동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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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6 05:20:10 *.154.223.199

오 뭉클한 사진 장면이네요. 사랑한다고 쓴 사진 한 장 지갑에 넣고 싶게 만드는.

다음에는 어찌 진행될라나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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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8 09:02:41 *.229.250.5

누님께 감동을 줄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잔잔한 여운이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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