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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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작 부리지마.”
김은 불쾌한 냄새를 맡은 것처럼 콧망울을 들썩였다.
“싫으면 말고... 내가 세 줄 첨부해 준 건 좋아하더니.”
“그게 너였다고?”
“그럼 너니?”
“... ...”
김은 망연자실하게 바닥에 널부러져 앉았다. 천재... 날아가버린 꿈, 아니 망상? 같은 현상에 대해 더욱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김도 알고 있다.
리히터의 망령이 존재할 확률 VS 기숙사 애완동물이 사실은 천재일 확률
김은 피식 웃었다. 엿 같은 결말이었다.
“넌 누구냐?”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군 그래.”
원은 담배를 깊이 빨았다. “글세... 네 기도에 따르자면, 아마 너의 신 정도?”
“메타포는 집어치우고. 미사일포에 맞기 싫으면.”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 - 이건가? 너에겐 나의 본질적 효용으로 충분하지 않아?”
김은 신경질을 냈다. “너 뭐야? 너 뭐하던 자식이야?”
“섭섭한데? 너에게 더 없이 큰 호혜를 배푼 사람인데 나는...”
“호혜... 그래. 멀쩡한 사람 두고 제멋대로 장난치는 게 호혜란 말이냐?”
“어이가 없네.”
원은 다시 랩탑 앞에 앉았다.
“강물에 뛰어들던 때는 언제고... 멀쩡함의 정의를 너무 넓게 잡는 거 아니냐? 정 그렇게 마음에 안든다면, 없던 일로 하자구.” 원이 문서를 지우려하자, 순식간에 갈등을 끝낸 김은 획 컴퓨터를 낚아챘다.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마!” 원은 고개를 저으며 빙글빙글 웃었다. 참 내...
“그러니까, 내가 적당히 만족하라고 했잖아.”
“정말로 이게 최종 증명인가?”
“그래.”
“이걸 왜 나에게 주지?”
“모든 비극은 연민에서 시작하니까.”
“줄꺼면 제대로 설명이나 해줘야 할 거 아냐?”
“아이 진짜... 그러니까 세 줄로 만족하면 좋았잖아!”
원은 김에게 증명을 설명할 생각에 아득해지는 듯 얼굴을 두 손으로 자꾸 뭉갰다. 김은 그런 원을 가만히 관찰하였다. 정말로 이 자식, 자기 스스로 리히터의 정리를 깨친 건가?
“하나만 대답해 줘.”
“질문 하나로는 이해하기 힘들텐데...”
“왜 네가 직접 증명의 주인이 되지 않는거냐?”
“... ...”
“설마 자신이 없어서?”
원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만약 이 증명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장 위대한 실패가 될거야.”
“역시 자신이 없는 거로군! 대타를 세우는 이유가!”
“아니야, 친구. 아니라구. 너무나 완벽한 것이 무서운 거야.”
“그렇다면...”
김의 눈은 불안한 욕망으로 번득였다. “네가 얻는 것은 뭐냐, 나에게 이 성배를 것을 줄 때는!”
원은 미소를 띈 채 고개를 한 번 흔들었다. “그건 성배가 아니야. 판도라의 상자지.”
“왜 나의 하나님이라면서?”
“너의 신이라고 했지. 신은 하나님보다 상위의 개념이야. 선과 악을 모두 지배하는...”
“결국 너는 악마로구나.”
김은 희열을 이기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그래, 그렇다면... 내 영혼을 너에게 팔자. 이건 기가 막힌 계약이 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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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철학적 논쟁이 오고 가게 만들려고 하는데
그건 다음으로 넘기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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