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빈
- 조회 수 3431
- 댓글 수 1
- 추천 수 0
아버지는 나에게 소박함과 성실함을 가르쳐 주셨고,
어머니는 나에게 세심함과 배려를 가르쳐 주셨다.
평생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것 보다 확실한 가르침은 없다.
언제나 한결 같으셨고 언제나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계셨다.
아버지가 매일 새벽 운동을 하신지는 너무 오래되어 이제 헤아릴 수가 없다.
내가 학생 일때도 하셨고 지금도 하고 계시니 최소 20년은 훌쩍 넘었을 것이다.
거창한 것을 하시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아령을 몇 년 동안 하셨고, 그 다음엔 뜀뛰기 1,500번을 매일 몇년씩 하셨고, 연세가 드시고 나서는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맨손체조로 또 몇 년간 하고 계신다.
오래전에 아버지가 홈페이지를 만드는 방법을 물어 보신 적이 있었다.
간단하게 카페를 개설해서 운영하는 방법을 말씀드렸더니, 머잖아 인터넷 서당을 만들어 꾸준히 옛글을 올리셨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카페에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신다.
아버지가 매년 가을마다 산책갈 때 입으시는 옷은 아버지가 결혼하시기 전에 사신 옷이다.
집에는 Gold Star '안전 Stop' 선풍기가 있는데, 손이 닿으면 자동으로 멈추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이건 형이 태어 났을때 사신 거라 하니 나보다도 나이가 많다.
아버지가 옷을 사시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가전 제품도 신혼 때 사신 제품들이 몇년 전에야 세대교체를 했다.
우리집에 자동차가 생긴 것도 아버지가 쉰이 거의 다 되서 였다.
대신 그 돈으로 책을 자주 사셨다. 모두 한문으로 된 책이었는데 집에 있는 벽이란 벽은 모두 책장으로 뒤덮였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한결 같으신 분이다. 집안이 한번도 정돈되어 있지 않은 적이 없었고, 집안일을 미루시는 것을 본적도 없었다. 한번도 남편이나 아들들보다 늦게 일어나신 적이 없었다. 아침밥은 항상 새로 지은 밥이었고, 국이 오르지 않은 밥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세 남자의 셔츠에는 항상 줄이 잡혀 있었고 서랍을 열면 양말과 속옷이 늘 같은 모양으로 쌓여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긴 세월 동안 불평 한 마디 하신 적이 없었고 어두운 표정을 보이신 적도 없었다.
늘 한결 같으셨다.
내가 종종 열이 오를 때에는 밤새 자리를 지키셨고, 식구가 다 들어오지 않으면 선잠을 주무시다가 일어나서 마지막 대문을 잠그셨다.
어머니는 아주 세심한 분이다. 그리고 그 세심한 성격이 고스란히 나에게 내려온 것을 늘 걱정하셨다. 어릴 때부터 내가 어떤 일에 걱정하고 있는지 모두 알고 계셨고,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항상 얘기해주셨다. 우리 둘은 같은 상황에서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기에, 어머니는 늘 내 마음 속을 알고 계셨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일까.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게 보여주셨던 모습을 우리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직은 터무니 없이 모자라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도 자라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나도 얼마전부터 아침체조를 시작했다.
댓글
1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76 | 정예서/ 좌절된 갈망 | 효우 | 2015.10.21 | 2605 |
675 | 정예서/ 스스로를 믿는 힘 | 효우 | 2016.06.29 | 2650 |
674 |
정예서/ 지방엄마의 유쾌한 가족혁명 ![]() | 효우 | 2015.12.09 | 2657 |
673 | 정예서/ 버럭하는 부모에게 | 효우 | 2016.04.27 | 2687 |
672 | 정예서/시간의 가치 | 효우 | 2016.02.03 | 2695 |
671 | 정예서/ 낙타, 사자, 아이, 그리고 초인이 되어 | 효우 | 2016.10.19 | 2723 |
670 | 정예서/ 시간의 가치 | 효우 | 2017.08.17 | 2730 |
669 | 정예서/ 타고난대로 꽃피게 하라 | 효우 | 2016.05.04 | 2737 |
668 | 정예서/ 집단 무기력 | 효우 | 2016.11.23 | 2742 |
667 |
정예서/절해고도,봄편지 ![]() | 효우 | 2016.04.06 | 2751 |
666 | 참꿈과 가꿈을 구별하라 | 효우 | 2016.05.18 | 2768 |
665 | 정예서/관계안의 계약 | 효우 | 2015.07.01 | 2777 |
664 |
정예서/ 일상의 힘 ![]() | 효우 | 2016.04.20 | 2783 |
663 | 정예서/ 쪽파 다듬는 남자 | 효우 | 2017.09.14 | 2787 |
662 | 정예서/ 자발적 반퇴 | 효우 | 2017.10.11 | 2787 |
661 | 정예서/관형찰색『觀形察色』 | 효우 | 2016.09.28 | 2788 |
660 | 정예서/ 상황속의 리더 | 효우 | 2018.02.21 | 2790 |
659 | 정예서/사랑스런 추억 | 효우 | 2015.11.18 | 2791 |
658 | 디톡스 다이어리 15 - 시끄러운 비가 까맣다 | 김미영 | 2017.05.13 | 2791 |
657 | 정예서/ 누구라도 그러했듯이 | 효우 | 2015.11.11 | 27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