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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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는 직장이 있는 건물에 지난 봄에 “인문학카페”라는 이름을 걸고 차를 파는 곳이 문을 열었습니다. 가격이 참 착한 가격이었기에 돈이 될까 얼마를 버틸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곳이었기에 그런 장사를 해서 돈을 벌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습니다.
다들 사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주변에 지켜보면 자영업을 끊임없이 시작하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저는 그런 것을 볼 때 마다 저 자리에서 저 물건을 팔아서 얼마나 벌 수 있을지 임대료를 내는 것이나 가능할 지 가늠해 보는 것이 저의 버릇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는데 필요한 ‘의.식.주’에 대한 비용이 너무 크고 사실은 희망만을 매개로 부동산 관련 비용이 너무 커서 어지간한 자영업을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내가 가진 부동산 관련 자산이 가격이 오른다면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좋겠지만, 같이 살아가야 할 전체 세상으로 보면 매우 불행한 일이 되리라 생각을 합니다.
언제까지 버틸까 하고 같은 건물에 있어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제 날씨가 추워서 점심을 2층에서 하고 승강기를 타고 오려고 기다리다가 문득 그 찻집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눈길이 가서 쳐다보는데 안에 계신 직원으로 보이시는 분과 눈이 마주 쳤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차 한 잔 하러 내려와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3시 조금 넘어서 평소에 커피 한 잔 마시던 시간에 동료 직원에게 차 한 잔 사주겠다고 같이 가 보자고 했습니다. 찻집에 들어서니 주인이 두 분이 계십니다. 차 시키면 되는 거죠? 하고 물었더니 주인 되시는 분께서 직접 차를 내려주시겠다고 같이 한 잔 하자고 하십니다. 좋다고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던 단어는 바로 “여유” 였습니다. 무엇을 위하여 돈을 버는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바쁜 우리의 삶과는 다른 그리고 내가 가지고 싶어하는 그 여유였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세상의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심지어는 목숨까지 그렇다 하지요. 그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목숨의 가치가 무한하다고들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만약 목숨의 가치가 무한에 가깝다면 기꺼이 생명보험에 엄청나게 돈을 지불하거나 자동차 사고 확률을 생각하면 일상 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아시는 것처럼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생명보험에 적절한 수준에서 가입하게 되지요. 일본에 있었던 쓰나미로 원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월급 500만원을 주겠다고 원전 작업자를 구하는 광고가 한 때 떠돌았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이제 돈을 목숨보다 우선 순위로 두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저 또한 그러한 세상의 논리에 포섭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망해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을 보거나 새롭게 시작하는 자영업자들의 가게를 바라볼 때 저 장사를 해서 돈을 볼 수 있는가만 생각하였지 그 일을 시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올 해 마지막으로 쓰는 화요 편지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 보니 지역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서 수학을 함께 공부한 일이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해 갈이를 하는지 올 해 유난히 풍년이 들었던 도토리를 몇 개를 주워 싹이 트기를 바라며 심은 일이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몇 해전 싹을 틔워 공원에 옮겨 심었던 “토리”가 잘 자라는 모습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 “토리”가 남긴 잎을 말려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코팅을 해 준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버지학교를 성실하게 수료한 것도 마음에 남습니다. 마음에 남는 모든 것을 열거해 보니 모두가 돈이 안 되는 일들이군요. 내년에는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돈과 관련이 없는 일 돈을 쓰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돈이라는 안경으로 바라보고 있던 저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게 해 주신 카페 사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돈 한 푼이 아니라 세월과 여유를 즐기시는 그 모습이 참 멋있는 분이셨습니다.
요즘 대세가 힐링 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스스로 아프다고 내가 아프다고 정말 아프다고 어른도 아프고 어린이도 아프고 청소년도 아프다고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오는 연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의 대세가 “힐링”이 되었겠지요.
여러분께 한 번 쯤은 돈이 안 되는 일 하나씩 만들어 보시기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힘들다고 여겨질 때 더 열심히 자신을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자신에게 여유를 주는 방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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