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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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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7일 04시 0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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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렇게 가슴이 두 망방이질 치는 만남임에도 고작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인사를 건네는
저는 매주 수요일에 여러분들께 편지를 쓰게 될 빨강머리 앤 (서지희)입니다.

제가 주중에 제일 좋아하는 수요일에, 그것도 제일 좋아하는 숫자, 7일에 첫 편지를 쓰게 되다니,
마음이 평소보다 열 배쯤 요동을 칩니다.
이 편지를 읽는 여러분들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눈치 채셨을까요.
날짜나 요일, 숫자, 빛깔 등에 긍정의 의미를 붙이면서, 하루가, 한 주가, 일 년 동안, 신나는 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제가 좋아하는 빨강머리 앤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싶어 하는 소망을 가진, 여린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제가 쓰고 있는, 이미 연구소 칼럼으로 매주 월요일에 게시되고 있는 우리 모두와 닮아 있는, 삶의 구비를 잘 넘으신 분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단상을 들려드리 듯 쓰려 합니다.

어제 앤은 백화점에 갔습니다. 특별한 분의 기억하고 싶은 날이 다가 오고 있기에
무엇이라도 선물하고 싶어 둘러보러 갔던 길이었지요.

고객을 기다리는 백화점에는 갖가지 상품들이 맘껏 치장하고 자신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백화점, 포장, 선물등과 같은 이미지는 얼핏 화려해 보이는 성공의 외양과도 잘 어울려 보입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성공스토리에 환호하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주목할 만한 성공스토리를 살펴보면, 틀림없이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장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과정보다는 결과물인 성공에 환호하는 것일까요.
성공과 실패가 이란성 쌍둥이와 같다는 것을 우리는 잘 인지 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위기를 잘 견디어 결과물을 잘 낸 사람에게 ‘성공했다’라고 말하고,
오랜 시간 잘 견디었음에도 결과물을 내지 못한 사람에게 ‘실패 했다’ 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여러 시련과 맞서 견디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던 사람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실패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요.
 
그는 단지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정 중에 잠시 쉼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시련극복기를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자신의 시련을 얼마나 빨리 객관화 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서
그것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의 개인차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례 http://www.bhgoo.com/zbxe/r_column/145429 (지난주 칼럼. 10)

백화점을 둘러보며 빌 게이츠나 십대가 열광하는 비나, 스포츠 스타의 이승엽등 성공한 이들의 시련을
잘 포장해 판매한다면, 훌륭한 마케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에게만 왜 이런 시련이 닥쳤던가, 누군가를 원망하면서, 또는 자책하면서 많은 밤을 지새며,
흘렸던 눈물, 땅이 꺼질 것 같던 한숨.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아마도 우리는 우리가 열광하는 여러 장르의 스타들의 시련을 구매할 수 있다면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그들과 닮으려 애쓸 것입니다.

눈물이 그치지 않는 날, 가장 단정한 옷을 차려 입고, 자신을 힘들게 하는 온갖 것들을 담아
백화점의 한 코너에 진열해 놓고 크기를 가늠해 보세요.
자신의 고통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 멀리, 그러나 아주 정확히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당신에게 시련의 크기가 잘 보인다면, 당신은 이미 그곳을 통과해 밝은 곳으로 걸어 나가고 있는 과정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 생을 지나는 당신의 가장 큰 결과물이 아닐런지요.
언젠가 당신의 그 상자를 사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될지도 모를일입니다.

일 년 전까지 저 자신도 이 말의 뜻에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컨대 저의 땀과 눈물이 들어 있는 시련을 판매한다면, 그 상품을 제일 처음 구매하는 사람은 바로 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을 구매해 그것을 견디며, 훌쩍 성장한 저를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그것을 둘 것입니다. 지난한 시간과 열정이 다 들어 있는 그것을 누군가가 고가에 사기를 원해도 팔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배웠기에 말입니다.

백화점에서 그분에게 드릴 선물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생각다 못해 저는 시련이라 생각했던 시간을 담아 그 어두운 시간이 왜 선물인지를 알게 해 주었던 구본형,  세상에 기쁨을 받아 줄 선생은 많으나 제자들의 온갖 것을 기쁘게 받아 주실 단 한 분, 나의 스승에게 드리기로 합니다.

이글을 쓰면서 시련을 견디느라 박힌 옹이를 보여 줄 용기가 생긴 그 때가 바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이란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편지의 필진으로 선정된 지난해 11월25일부터 첫 편지의 주제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어제도, 그제도 한자도 쓰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이글을 쓰는 지금, 저는 평소의 제가 아닌 것처럼 허둥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변화경영연구소를 통해 여러분들을 만난 빨강머리 앤, 오늘부터 일 년 동안 신나는 기억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앤처럼 폴짝이며 더 많이, 멀리 걷겠습니다. 나이든 앤을 보듯 여러분들이 친근하게 여겨 주시리라 믿으면서요.

무엇이라도 드리고 싶은 오늘 처음 만난 여러분들. 한 때 자주 흥얼거리던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천사와 같은 그대에게 주고파’ 라는 노랫말처럼  제 마음 밭에서 사 십여 년 간 정성껏 가꾼, 장미 한 송이를  선물로 드립니다.

당신이 너무 오래 앉아 울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붙인 장미의 이름은 초인의 다른 이름, 극복의 뜻을 가진 ‘위버멘쉬’입니다.   

두서없는 빨강머리 앤의 첫 편지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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