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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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늘 시간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그가 몇 살인지 알고 싶어했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100일, 200일, 1주년…, 서로 얼마의 시간을 사랑해오고 있는지 기억하고자 했습니다. 그대는 그렇게 물리적인 시간의 어느 지점을 확인하기를 좋아했습니다. 한결같이 똑딱똑딱, 오차 없이 46억 년 지구별을 관통하며 흐르고 있는 시간의 한 토막을 알고자 했습니다. ‘그대의 시간’이 아닌 오로지 ‘물리적이고 절대적인 시간’을 더 궁금해 했습니다. 시간의 ‘깊이’보다는 ‘길이’를 궁금해 했습니다. 그대의 삶 속에 겨울이 깃들자, 겨울을 살고 있으면서도 봄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헤아리고 싶어했습니다. 봄이 오면 그대의 꽃도 필 것이라고, 봄이 오기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선물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 명품 시계를 살 돈이 없는 나는 대신, 시계를 보지 않고도 계절을 알아내는 숲의 생명들 앞으로 그대를 데려갑니다.
낙엽송은 겨울이 오기 전부터 이미 잎을 지웠고, 느티나무, 붉나무, 가죽나무, 쪽동백, 산사나무, 팥배나무, 국수나무, 오리나무…… 모든 활엽수가 이미 가을이 지는 것을 알고 또 준비한 숲. 이제 숲은 겨울의 침묵에 잠기는 시간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겨울은 생명 모두에게 깊어지는 시간입니다.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참아내는 시간입니다. 그 준비하고 참아낸 깊이만큼 각자 다음 한 해를 살아갈 것입니다. 하여, 그들은 오로지 숙연함 속에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잎눈과 꽃눈의 끝에서 다시 새살을 돋게 할 저만의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누군가의 겨울은 길고, 누군가의 겨울은 조금 짧을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처럼 물리적인 시간에 기대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의지할 뿐입니다. 어느 날 다가올 저의 봄날을 기다릴 뿐입니다. 벚나무가 꽃을 지우고 비바람을 견디며 그 열매를 다 익혀갈 때쯤에서야 배롱나무는 느릿느릿 제 꽃을 피워내듯, 각자의 시간은 다릅니다. 세상이 온통 꽃들의 잔치로 분주할 때가 되어서야 대추나무는 겨우 새 잎을 틔울 것입니다. 산방 옆, 저 어린 은행나무는 우리가 7년이라 부르는 물리적인 시간을 깊어지고 나서야 처음 제 꽃을 피울 것이고, 사막에 사는 달맞이 선인장은 70년의 길을 걷고 나서야 제 꽃을 피울 것입니다.


할 수 없이 무선 인터넷 모뎀을 장만해서 쓰고 있는데 비용이 만만찮습니다.
그래서 신재동님이 고생이 많습니다. 제 편지는 늘 신재동님이 대신 부쳐주기로 했습니다.
미안하고 또한 고맙습니다.
빨강머리 앤님, 참 좋은 주제로 수요일의 우리에게 용기를 주십니다. 고맙습니다.
햇빛처럼님, 마음으로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스승님, 이제 있어야 할 곳에 제가 있어 저도 행복합니다. 봄은 모두 제 안에서 오는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써니님, 얼굴이 아른 거립니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구절초님, 얼른 명품 시계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숙제가 끝나는대로 꼭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썽이리님, 모두에게 훌륭한 응원가를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한명석님, 저다운 모습으로 힘껏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