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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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푸른 바다 넘실대는 포항에 삽니다. 나는 그를 열혈남아라고 부릅니다. 언젠가 그가 내게 왜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지 물었습니다. 나도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냄새가 납니다. 속에 펄펄 끓는 뜨거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적절히 분출하지 못하는 분노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높은 자기 기준을 설정해 두었는데, 거기에 못 미치는 현실의 자신을 늘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는 묶어 두었던 자신의 고삐를 풀어주면 천리를 달려갈 수 있는 훌륭한 준마입니다. 내게는 그것이 느껴집니다.
공과대학에서 로봇 연구소를 처음부터 기획하여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그는 좋은 행정가로 자신을 키워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자신을 다 펼치지 못한 알 수 없는 서운함이 있어 스스로를 '생애설계연구가'라고 부르고 후반기 삶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앞에는 두 가지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첫 번 째 도전은 좋은 '생애설계연구가'가 되려면 먼저 스스로의 생애를 디자인하고 그 전환에 성공해야합니다. 그 자신이 스스로의 이론과 주장의 살아있는 증거가 되어야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도전은 그가 오래 전부터 쓰고 싶어하던 책, 바로 자신의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한 전환을 성공시키기 위해 연구해온 각종 모색의 과정과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내는 것입니다. 그 책은 전환에 성공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한 연구의 산물이고 부지런히 발로 뛰어 검토해본 현장의 목소리들로 가득 차야할 것입니다. 그는 이 두 가지 도전 앞에서 어떤 때는 흥분하고 어떤 때는 좌절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헤메임이 곧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방황과 좌절없이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못하면 다시 하고, 한때 게을렀으면 어느 날 각성하여 몰아치고 들이 파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여름 함께 뉴질랜드의 남섬을 캠퍼밴을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퀸스타운에서 배를 타고 바다 같은 호수를 가로 지르는 동안 그는 난간에 기대서 눈덮힌 아름다운 산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의 얼굴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그의 옆얼굴에는 살아온 생애의 모든 것이 다 들어나 있었고, 동시에 살아야 할 세월에 대한 기대와 염려 역시 다 갈무리되어 있는 듯 했습니다. 그의 얼굴은 우리를 실은 배가 바다에 만들어 낸 물결처럼 살아온 흔적을 모두 껴안고 있었습니다. 그는 좋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나아감과 물러섬이 모두 혼재된 그의 사람다운 얼굴을 좋아합니다.
그가 올해 소띠 해에 자신의 전환과 혁명을 위한 힘찬 걸음을 딛기를 바랍니다. 몇 년전 우리가 단식을 하는 자리에서 만났던 그때처럼 가득한 결의가 매일의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올해 나는 그를 힘껏 응원합니다.
더욱 다채롭고 의욕적인 모습이 화려한 꽃밭을 방불케 하네요.
월요일에는 노피곰 두둥실 떠서 전체를 살피는 서늘한 분석력을 가진 신종윤,
화요일에는 자기답게 살고 싶다는 열망으로 자신과 주위 사람을 태워버릴 것 같은 열정의 이한숙,
수요일에는 일견 물처럼 고요해 보이나 언제 격랑을 일으킬지 모르는 서지희,
목요일에는 나무 밑에 뼈를 묻고 싶어할 정도로 나무와 혼연일체가 된 김용규,
그렇다면 금요일에는 소장님,
이 모든 것을 갖고 계시면서 그 모든 것을 껴안아 금으로 만들어내신 연금술사의 요일이네요.
글쓰기와 사유를 가지고 이렇게 잘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우리 모두가 축제같은 일년을 만들어내기 바라며,
포항의 열혈남아에게도 격려를 보냅니다.
의리와 강단있어 보이는 모습이 열혈남아 맞네요.^^
소장님이 짚어주신 두 가지 과제에 일진보하는 한 해가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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