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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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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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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6일 09시 05분 등록


 약간 과장하면 그녀의 얼굴에는 눈이 반입니다. 관상을 잘 보는 이가 그녀를 가리켜 '천생 여자'라고 말합니다. 그녀의 조심스러움이 그런 그녀를 더욱 여성답게 보이게 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조용함 속에는 많은 아픔과 불안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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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아버지는 술과 평생을 살았고, 그녀는 늘 취해 폭력적인 그 아버지를 미워했습니다. 어느 날 집으로 신랑이 될 사람을 데리고 인사하러 왔을 때, 그녀의 아버지와 예비 신랑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답니다. 예비신랑은 그날 술로 아버지를 이겼습니다. 그것이 너무도 통쾌하여 덜컥 결혼한 그 사람은 아버지 보다 더 센 술꾼이었지요. 결혼 생활은 악몽이었습니다. 남편은 술에 몸을 내 맡겼고, 그녀는 그런 남편과 아이들에게 집착했습니다. 어두운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고 어떤 미래도 그 어두운 장막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되지 못할 때, 아마 그때가 그녀에게는 해가 뜨기 직전의 칠흑암흑이었나 봅니다.

지쳐 꼼짝 못할 때 그녀를 구해 준 것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늘 책을 보았습니다. 언제나 부엌에서 보았답니다. 아마 그곳이 가장 편한 공간이어서였겠지요. 수 백 페이지의 책을 밤새워 읽는 일이 그녀에게는 가장 쉬운 일이었습니다. 아이들과 '부엌 독서', 그것이 바로 그녀를 지탱하게 해 준 힘이었습니다.

지금 그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은 책을 한 권 펴냈습니다. 책쓰기와 일은 외롭고 어두운 과거의 공간에서 그녀를 밖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언젠가 그녀는 말했습니다. 앞으로 알콜 중독증 가정에서 태어나 그 악순환 속에서 '사람을 너무 사랑하는 병'에 걸린 한 여자가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을 꼭 쓰겠다고 말입니다.

나는 그녀의 그 약속을 좋아 합니다. 그녀의 역사 속에 드디어 미래와 각오가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두터운 벽에 갇혀 그 속에서 징징 대고 우는 작은 꼬마였던 그녀에게 이제 그 벽의 한 가운데가 굉음과 함께 구멍이 뚫리고 미래가 엄청난 눈부심으로 쏟아져 들어 온 것입니다. 극복하지 못했던 내면의 작은 꼬마 안에서 아름다운 어른 하나가 꽃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녀는 커다란 진주 같은 여인이 될 것입니다. 진주야 말로 아픔으로 키운 우아하고 부드러운 보석이니까요.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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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2009.01.16 10:25:22 *.30.254.28
병원에 근무하면 육체의 질병으로 괴로와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육체의 질병을 지닌 사람보다 더 힘들어 하고 오래가며 치명적인 질병은 마음의 병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너무 사랑하는 병'....치료가 쉽지 않은 큰 병을(?) 겪으시고 훌륭히 치유되신 분 같군요.......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그렇지요? 언젠가 변경연의 넓은 정원에 다채롭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밭의 주인이 되실 분이군요. 힘 내시고 화이팅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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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호
2009.01.16 12:39:34 *.251.99.155
Happy Rebirth..., 눈물나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녀가 꿈꾸던 그런 남자'를 저도 좋아합니다. 어제부터 보스라는 책을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녀는 독서리뷰를 통해 '하운드레이스를 보는 것만으로 숨이 헐떡거린다'고 하셨습니다. 배움이 가득한 그녀는 좋은 작가로의 자질이 충분합니다. 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입니다. 그래서 그녀의 약속을 기다리는 독자이기도 합니다. 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어떤 사내의 변화, 읽지 않고 나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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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9.01.16 14:54:46 *.41.138.105
이번주 주인공은 누굴까 궁금했었는데 미영님이로군요..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자기다움 실천가로서 묵묵히 전진하고 있을 그대에게 항상 마음으로부터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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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9.01.16 17:49:05 *.126.88.243
어제밤 선배와 오래도록 자리를 같이 했었는데, 사부 옆에서 써니님께 용기를 주며 지지하던 선배의 다정하고 단호하고, 그리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지금 제 눈에 선합니다. 어제 너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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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호
2009.01.18 10:02:23 *.138.144.125
이한숙 선생님 소개로 이 방에 들어와 공부하고 갑니다 글자판이 좀 크면 오래 머무를 것 같은 느낌 ...눈이 너무 피곤해집니다 좋은 글은 많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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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9.01.21 08:22:34 *.152.82.96
밝은 얼굴이 행복해보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왔어요.
이제는 그대의 행복스토리가 우리를 즐겁게 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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