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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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과장하면 그녀의 얼굴에는 눈이 반입니다. 관상을 잘 보는 이가 그녀를 가리켜 '천생 여자'라고 말합니다. 그녀의 조심스러움이 그런 그녀를 더욱 여성답게 보이게 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조용함 속에는 많은 아픔과 불안이 들어 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술과 평생을 살았고, 그녀는 늘 취해 폭력적인 그 아버지를 미워했습니다. 어느 날 집으로 신랑이 될 사람을 데리고 인사하러 왔을 때, 그녀의 아버지와 예비 신랑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답니다. 예비신랑은 그날 술로 아버지를 이겼습니다. 그것이 너무도 통쾌하여 덜컥 결혼한 그 사람은 아버지 보다 더 센 술꾼이었지요. 결혼 생활은 악몽이었습니다. 남편은 술에 몸을 내 맡겼고, 그녀는 그런 남편과 아이들에게 집착했습니다. 어두운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고 어떤 미래도 그 어두운 장막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되지 못할 때, 아마 그때가 그녀에게는 해가 뜨기 직전의 칠흑암흑이었나 봅니다.
지쳐 꼼짝 못할 때 그녀를 구해 준 것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늘 책을 보았습니다. 언제나 부엌에서 보았답니다. 아마 그곳이 가장 편한 공간이어서였겠지요. 수 백 페이지의 책을 밤새워 읽는 일이 그녀에게는 가장 쉬운 일이었습니다. 아이들과 '부엌 독서', 그것이 바로 그녀를 지탱하게 해 준 힘이었습니다.
지금 그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은 책을 한 권 펴냈습니다. 책쓰기와 일은 외롭고 어두운 과거의 공간에서 그녀를 밖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언젠가 그녀는 말했습니다. 앞으로 알콜 중독증 가정에서 태어나 그 악순환 속에서 '사람을 너무 사랑하는 병'에 걸린 한 여자가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을 꼭 쓰겠다고 말입니다.
나는 그녀의 그 약속을 좋아 합니다. 그녀의 역사 속에 드디어 미래와 각오가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두터운 벽에 갇혀 그 속에서 징징 대고 우는 작은 꼬마였던 그녀에게 이제 그 벽의 한 가운데가 굉음과 함께 구멍이 뚫리고 미래가 엄청난 눈부심으로 쏟아져 들어 온 것입니다. 극복하지 못했던 내면의 작은 꼬마 안에서 아름다운 어른 하나가 꽃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녀는 커다란 진주 같은 여인이 될 것입니다. 진주야 말로 아픔으로 키운 우아하고 부드러운 보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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