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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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제게 주어진 과제는 노자(老子), 그리고 그의 책인 도덕경(道德經)이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박사가 중국의 고전에 대해서 쓴 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매달려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 안에 담긴 내용에 대해서도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책 속에는 총 81개의 장들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각 장을 번역하는데 대략 6~7시간쯤 걸렸습니다. 관련된 자료를 읽고, 원고를 다듬는데 들어간 시간까지 더하면 두툼한 책 한 권을 번역하는데 700시간쯤 걸린 셈입니다. 제법 많은 시간이죠?
700시간을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 속으로 우겨 넣는 일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당연히 여러 밤을 하얗게 새워야 했습니다. 주말이면 가족들을 피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사무실로 향해야만 했고요. 그것도 여의치 않은 날에는 아내와 아이를 협박(?)해서 밖으로 내몰고는 집을 차지한 미안함에 시달렸습니다. 힘들었습니다. 그럭저럭 한 해는 버텼지만 똑같은 한 해를 반복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700시간을 일년에 포함된 날의 수로 나누고 보니 하루에 채 2시간도 되지 않습니다. 하루에 2시간만 제대로 살았더라면 그렇게 힘들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저는 끝없이 반복되는 미루기와 벼락치기의 악순환에 갇혀서 좋은 일상으로부터 한없이 멀어져 버렸던 것입니다.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꾸준히 하루에 2시간을 떼내어 온전히 집중하는 노력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그 자체로 목적입니다.
우리는 탐험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 모든 탐험의 끝에서
출발했던 자리에 도달할 것이고,
처음으로 그 곳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 T. S. 엘리엇 -
이미 같은 길을 지나온 사람들의 호의를 물리치고 거친 자갈길을 맨발로 돌고 또 돌아 생채기를 잔뜩 입은 채 여정이 시작되었던 처음 자리에 이르고서야 그 길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참 어리석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배우도록 태어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몰아치는 폭풍이 세상을 뒤집어 버릴 것 같지만 정작 바위를 깎아내는 건 고요히 흐르는 바람입니다. 하루에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한순간에 불가한 시간일수도 있겠죠.. 보통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하고요. 사소한것에 매달릴때는 지금 아니면 안될 것 같다가도 정작 중요한일에는
시간을 많게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그렇습니다. 제가 피곤을 핑계로 은빈이랑 놀아주지 않으면 집사람은 은빈이의 3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다고 애기합니다...
따지고 보면 잘넘어갈 일도 불안 초조해 하면서 늘상을 보내왔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저에겐
분명 많은 시간이 있었겠죠.. 그런데 그 시간은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저에게도 쓰여지지 못한
잃어버린 시간이 대부분이 인것 같습니다. 삶의 균형이라곤 없는 그때그때 편안함만을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자신이 바뀌어야 남도 바뀐다고 들 하죠.. 당장은 힘들겠지만 한순간만이라도 자신과 가족을 느끼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정 힘들면 이 순간이 내 인생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이죠...좋은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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