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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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드는 햇살은 언제나 마법입니다. 새벽 햇살이 드는 시간, 고요했던 숲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로 일거에 소란합니다. 긴 시간 숲에 있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빛이 들어오는 새벽 시간과, 다시 빛이 빠져나가는 노을의 시간에 새들의 노랫소리는 가장 아름답습니다. 다다다닥…… 쇠딱다구리의 나무 두드리는 소리는 이 숲 소리들 중의 백미입니다. 햇살이 깨어나면 나 역시 깨어납니다. 나는 먼저 사과 하나를 깎아 먹습니다. 이어 선식을 타서 마시고 차 한잔을 음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잠시 책을 읽는 시간도 보냅니다. 어제 낮에 들인 불이지만 아직 충분한 온기가 남아있는 구들방에 배를 깔고 누워 느릿느릿 책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일 없는 겨울이 주는 행복입니다. 해가 중천을 지나면 나는 구들 방 아궁이에 불을 지펴 넣습니다. 장작을 패놓고 작은 나뭇가지와 풀들을 모아 불쏘시개를 만듭니다. 아궁이 한 가득 불을 지펴 넣고 물러앉아 그 불을 바라봅니다. 나를 바라봅니다.
가끔 찾아오는 도시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좋아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직접 불을 지펴보려 합니다. 나는 그렇게 하도록 합니다.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 사용할 줄 알면서 문명이 도약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불을 지피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나는 세 가지 불에 관한 원리를 알려줍니다. ‘첫째, 불은 위로 향하는 성질을 가졌다. 물이 아래로 향하는 성질과 반대인 성질이다. 둘째, 불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바람이 통해야 나무가 잘 탄다. 셋째, 작은 불을 키워 큰 불로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큰 나무토막에 불을 붙일 수는 없다.’ 대다수의 도시 사람들은 아까운 종이만 잔뜩 태우다가 매캐한 연기에 눈물만 흘릴 뿐, 성공에 이르지 못합니다. 자세히 불이 타 들어가는 원리를 알려주고 이해했느냐고 확인할 때는 그렇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궁이는 반 닫힌 공간입니다. 따라서 넓은 마당에 (휘발유 뿌리고) 지피는 불과 다릅니다.불은 철저히 물리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산소와 만나 연소한다는 것, 뜨거운 기운이 위로 향하는 것, 작은 에너지가 응축되고 나서야 더 큰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 따라서 장작을 넣기에 앞서 장작에 불을 붙일 만큼의 충분한 불쏘시개를 놓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큰 나무를 아래에 놓아서는 불을 붙일 수 없습니다. 큰 나무를 연소시킬 에너지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작은 불쏘시개들이기 때문입니다. 불은 점점 키워가야 하는 것입니다. 바람이 통하지 않도록 놓아서도 불을 붙일 수 없습니다. 한 번에 태우고 싶은 욕심으로 큰 나무들을 가득 채운 아궁이에는 산소를 머금은 공기가 제대로 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불이건 불쏘시개를 연소하지 못하는 불은 장작불로 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희망도 그러하다 싶습니다. 작은 하늘을 열지 못하는 어린 나무는 큰 하늘의 빛을 얻지 못하여 시들고, 겨울을 견디지 못하는 냉이는 봄 꽃을 피우지 못하는 법입니다. 작은 웅덩이를 채우고 넘지 못하는 물은 더 큰 강으로 흐르지 못하여 썩듯이 지금을 바로 하지 않고 내일의 무엇이 바로 서있겠습니까? 나를 세우지 않고 숲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나무가 없듯, 사람의 희망도 어찌 이와 다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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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발송하는 메일링 리스트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 1월 30일까지는 작업을 완료하겠습니다. 이미 정의된 로직에 따라 주소를 정리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메일을 받아보시던 분도 삭제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2월 2일부터 마음 편지가 도착하지 않을 경우 변화경영연구소 사이트(http://www.bhgoo.com)를 방문하셔서 다시 한번 등록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유산님_ 타인의 몫을 빼앗아 내 배가 더 불러지는 것을 부끄러움 없이 선망하는 사회라면, 혹은 약자의 가녀린 숨결을 거두어 그 사회를 유지해야 하는 권력이라면 그들에게 제발, '이 숲 좀 데려가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숲의 생명들을 통해 더 잘 사는 방법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격려 고맙습니다.
김용빈님_ 오늘 어느 독자분 편지에 사과를 먹기 전에 냉수를 한 잔 마시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내일부터 우리 그렇게 해볼까요? 그대 계신 곳이 늘 숲과 같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인간이란 생태적으로 자연에 대해 이기적인가 보오. 자연의 섭리를 필요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하고 저렇게도 돌려붙이니 말이오. 오늘 아침 날이 휘엄휘엄 밝아오자 나는 언제나처럼 철창 너모로 뒤뜰에 피어있는 한 그루의 들국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우보천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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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인간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으니 그 은유를 읽으려면 마음이 맑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맑지 못하면 자연의 메시지를 왜곡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저자의 말처럼 인간은 자연의 메시지를 아예 듣지 못하거나 어느 정도 자기 마음대로 읽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왜곡이 나의 인생에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도움을 준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놈님이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들은 내 인생을 돌보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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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귀성길이 시작된다는데 폭설이 문제라고 하더군요. 산방에서 맞는 눈이 어떤 모습일까 아름답지 않을까 궁금해 하면서도 물을 길으러 가는 그 길이 험하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해 봅니다.
명절 잘 보내시고 다음주에 또 뵙겠습니다..
이기찬님_ 넘치는 격려를 주시는 군요. 더 깊어지도록 애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썽이리님_ 응답해 주셔서 저도 참 좋습니다. 저 아궁이에 고구마를 구워 먹는 즐거움을 제 딸 녀석도 참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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