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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 11시 05분 등록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내가 팔기만 하면 오른다. 이놈의 주식은…”

큰 맘먹고 사면 또 내리고…” “머피의 법칙은 이리도 잘 맞는담…” 낙담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좀 심하면 육두문자가 날라 나온다. 주식매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귀신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컴퓨터에서 매매를 하니 누가 곁에서 바라보고 있지 않다. 혹시 신이라도 있다면 모를 일이지만. 신통력이 있어서 1초 후의 상황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르는 머피의 법칙은 왜 이리도 잘 맞는지게다가 고객이 꼬장꼬장하면 더 자주 발생한다. 신경이 더 쓰이는 고객은 마음이 가볍지 않아서 매매가 더 꼬인다. 더 난감한 경우는 동시에 하나의 주식을 팔고 다른 주식을 사는 경우이다. 이런 매매를 할 때에는 보유중인 주식이 오를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는 경우인데, 상대적으로 오를 만한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런 매매를 한 경우 바램과 반대의 상황이 생기면 맨붕 상태가 된다. 한 고객에게서 같은 일이 두 세 번 발생하면 그 고객과의 인연은 잘 마무리하는 편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결과가 자주 생기면 그만큼 기대가 커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또한 나쁜 결과가 한 두 번 발생하면 이 사람과는 인연이 좋지 않은 가보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보통의 마음이다.

 

동병상련이다. 한 사무실을 사용하는 동료들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매매가 꼬였다든지 아니면 고객과 분쟁이 생긴 경

우이다. 기대와 반대로 가는 주식시세를 가지고 고객과 실랑이를 하다 보면 매매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고 매매를 하니

그렇지 누구인지 알고 매매를 한다면 칼부림 나겠다이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가끔씩은 팔자마자 상한가를 가는

경우가 있다.  상한가는 하루에 오를 수 최고가이다. 하루 이틀이 아닌 몇 년을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고 난 후 이런 상

황이 발생하면 병이 안 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홧병이 난다. 아무렇지도 않기는 정말 힘들다. 홧병이 지병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말 신이 있기는 한 걸까. 우리의 미래를 알려주는 그런 존재가 있기는 한 걸까. 있으면

좋겠다. 물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는 오래 전 신이 지배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뒤 인간은 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인간은 자기가 세계의 전부라고 믿었거나 적어도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여러 세계에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야망을 천지창조론과 결부시켜 종교적 의미를 불어넣었다. 다시 경제가 세상의 중심이 되고 전쟁이 제국을 확장하는 주된 방법이 되었다. 군대가 부를 정복하고 무역을 보호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다시 군인에게서 부르주아에게로 주도권이 넘어온다. 제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전쟁을 하고 마침내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심이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은 분쟁을 예방할 메커니즘을 설치하기에 이르고 이제 가장 뛰어난 세계 질서는 계약이 되는 시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기를 지나 19세기초가 되자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세계는 다시 급격하게 줄어든다. 교통수단의 수송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인간과 화물의 이동속도가 빨라지고 사상과 말은 더 빠르게 이동했다.

 

세계의 패권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다시 미국으로 이동했다. 미래학자들은 20~30년 후면 태평양시대를 예견하기도 한다. 주거니 받거니 세력을 확장하던 종교, 군사, 경제 제국들은 인류에게 엄청나게 복잡한 세계정부를 선사했다. 어떤 이는 세계정부가 있다는 음모론을 믿는다. 또 다른 이는 세계정부는 없다고 한다. 아무도 세계를 하나의 정부, 나라로 생각하고 통계를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 있는 학자들이 관심분야의 통계를 내어보고 있을 뿐이다.

 

나의 일터는 음모론이 자주 회자되는 곳이다. 특정인이나 기업 그리고 세계경제의 흐름을 놓고 말이다. 2010 <화폐전쟁>이라는 책이 화제였다. 당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던 시기라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었다. 금융의 역사를 조명해 볼 수 있는 책이었는데 서양의 근대사를 중심으로 현재 미래까지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는 음모론을 이야기하게 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데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경우에 음모론이 등장한다.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다는 말과 같다. 눈에 보이는 상대는 불확실성이 없으니 대응전략이 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는 공포를 수반한다.

 

신이 세계를 지배하고 물물교환이 인간의 재화교환 수단이던 시대에서 다시 전세계가 하나의 작은 컴퓨터 안에 들어온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법이라는 계약이라는 형태로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정상인 것으로 알고 살아간다. 인간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서 신이 지배한다고 믿었던 시대에서 인간중심의 시장시스템은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사람들은 통제 가능하지 않으면 음모를 상상하게 된다. 통제 가능한 영역 안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시스템을 자연의 일부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온 사람들은 이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을까. 바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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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1 15:55:31 *.154.223.199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을 때 음모론이라고요? 재미있네요. ^^

자크 아탈리의 미래 전망에 대한 그 책을 고르신 이유가 평소의 관심사가 반영된 것일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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