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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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냅 사진치고 제대로 된 사진이 많지 않다. 사진을 보면 대부분 입모양이 이상하다. 그건 내가 언제나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는 부드러운 남자입니다. 누군가를 늘 챙겨주고 누군가에게 늘 손을 내밀어 줍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늘 말을 건네고 있는 그를 발견합니다. 입만 바쁜 것이 아니라 그의 손가락도 바쁩니다. 내게 가장 많은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나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누군가도 아마 그에게서 받은 문자가 가장 많을 것입니다. 마치 관계와 연결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과 글로 사람들을 묶어둡니다.
그가 책 한 권을 번역하는 동안 그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새벽 마다 내게 문자를 보내곤 했습니다. 별 시시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 대는 겁니다. 그 문자들을 받다 문득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어요. 시시한 질문 일수록 답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우리들은 유용하다고 느껴지는 질문만 안고 살기에도 벅찹니다. 언제 유용치 않은 시시한 질문에 시간을 쏟을 시간과 여유가 있었겠습니까 ? 그의 시시한 질문들은 내게 그동안 걸어 보지 않은 오솔길을 천천히 걷는 듯한 휴식을 주었습니다.
그 시시한 질문 중에 이런 것도 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내게 '미래가 없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라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뚱딴지같은 질문을 받은 것입니다. 아마 그때 그는 다니엘 길버트의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Stumbling on Happiness)》를 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멋진 미래를 상상하는 기쁨을 상실하게 되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모든 염려와 공포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훨씬 더 현재를 즐기는 낙관주의자가 되지는 않을까요 ? 느닷없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그 질문은 뿌리를 가지고 있고, 그는 늘 그렇게 먹고 사는 문제에만 시달리지 않는 삶의 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떠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나는 말많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건 재앙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러나 뇌없는 수다쟁이를 넘어서 있는 그의 수다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듣고만 있어도 함께 즐길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닌지요.
그는 매우 훌륭합니다. 아직 그를 잘 모를 때 그의 글만을 읽고 그를 아끼는 마음이 자연히 들게 되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진지합니다. 그 아이디어들이 그저 흘러 지나가지 않도록 모아 배양하는 성실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은 무엇에나 마음을 열어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를 만나면 모든 사물이 생기를 띕니다. 10년 이내에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하고 매력적인 최고의 작가 한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나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