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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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유리수? 유비수?
지금 나는 매우 배가 고픈 상태로 집에 왔다. 먹을 것이 있는지 뒤져보니 어제 가족들이 야식으로 먹고 남겨둔 피자가 있다. 나는 다이어트 때문에 어제 밤에 피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배도 고프겠다 참았던 식욕도 마구 올라오겠다 남은 피자 2조각을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우리 가족은 총 4명이고 어제 나 빼고 3명이 피자를 나와 공평하게 먹었을 것이다. 피자는 총 몇 조각이었고, 내가 먹은 조각은 전체 중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분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배운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자연수와 자연수 사칙연산을 배우고, 큰 수를 배운다. 그리고 5학년이 되면 자연수와 자연수 사이에 선 하나를 그어 표현하는 수를 배운다. 이런 모양이다. a/b (단 b는 0이 아니다). 그리고 b분의 a로 읽는다. 이것이 바로 분수다. 분수는 인류 문화와 함께 시작한 수이다. 물건을 분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그때 사용한 기호는 오늘날과 다르다. 하지만 표현 방식을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우리가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는 같다.
우리가 살면서 공평하게 나눌 것이 무엇이 있을까? 앞에 예로 든 피자는 공평하게 나눠먹고 싶은 음식이다. 대부분의 피자는 8조각이나 12조각으로 나뉘어져 배달된다. 만약 피자가 8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었다면 우리 가족은 총 4명이므로 한 사람 당 2조각씩 먹으면 공평하다. 이때 나눠진 크기가 동일하다는 전제 정도는 깔아줘야겠다. 그래야 수학적이다. 그럼 내가 먹은 2조각은 전체 8조각 중 일부분을 차지한다. 그것을 수로 간편하게 2/8로 나타낸다. 여기서 답답해 하는 학생이 있을 것 같다. 바로 ‘약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다. 그렇다. 우리는 수를 나타낼 때 더이상 약분이 안되는 상태로 나타내야 한다. 2와 8 모두 2의 배수이므로 두 수를 모두 2로 나누면 1/4가 된다. 나는 전체 피자의 1/4를 먹었다. 다르게 생각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다. 8조각 중 2조각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4명 중 1명으로 계산해서 내가 먹을 수 있는 분량은 전체 피자 중 1/4라고 이야기 하는 친구도 있다. 계산 접근이 조금 달랐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는 1/4라는 분수를 얻을 수 있다.
간단해 보인다. 사과 한 개를 3명이 나눠 먹으려면 한 사람은 1/3을 먹으면 된다. 사과 두 개를 4사람이 나눠 먹으려면 한 사람당 1/2 조각씩 먹으면 된다. 하지만 수학이 여기서 개념을 그만 둘리가 없다. 초등학교 때는 분수의 개념을 스토리 텔링으로 배우고, 사칙연산을 배운다. 물론 분수의 사칙연산을 배우기 전에 약수와 배수에 대한 개념을 배울 것이다. 최소공배수와 최대공약수의 개념도 말이다. 그래야 분수 계산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앞에 배운 것을 잘 습득하고 있어야 뒤로 넘어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말하자면 분수의 사칙연산이 잘 되야 방정식도 풀고, 확률 계산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개념은 점점 더 심화되어 가는데 뿌리를 잘 내린 나무가 쑥쑥 커나갈 수 있듯이 초등학교 때 배운 개념을 잊지 않고, 잘 활용 할 수 있으면 수학 공부 하는데 쭉쭉 뻗어나갈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 배운 분수가 중학교에 오면 유리수라는 이름으로 변신을 한다. 유리수는 곧 분수다. 어려워 할 필요가 없다. 유리수는 a/b꼴로 나타낼 수 있는 수를 말한다. 물론 여기서도 b는 0이 아니고, 단 a, b는 모두 정수이다. 아. 정수가 뭐냐고? 정수는 자연수와 0, 그리고 음의 정수를 통틀어서 말한다. 음의 정수는 자연수 앞에 마이너스 (-) 기호를 붙인 것이고. 아! 맞다. 앞에서 다 배우고 왔지? 유리수는 분수인데 초등학교 때는 0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는 분수만 배웠다면 이제 0을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분수까지 통틀어 배운다.
그러면 뭐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개념 하나를 더 배운다. 바로 1/3이 얼마만큼의 양인지, 1/5가 얼마만큼의 양인지 그리고 분수를 다르게 표현하면 소수가 되는데 소수 중에서 특별한 모양을 가진 소수를 나눈다. 예를 들어, 1/3은 1을 3으로 나눈 수이다. 실제로 나눠보자. 1/3=0.3333333.... 즉 3이 계속 반복되는 수이다. 1/5=0.2 딱 떨어진다. 1/7=0.142857142857.... 즉 소수점 첫째자리부터 142857이 계속 반복된다. 1/10=0.1이다. 구분이 되는가? 어떤 분수는 소수로 나타내면 딱 떨어지고 어떤 분수는 소수점 아래에서 계속 반복된다. 꼭 지하철 2호선 처럼 순환하는 것이다. 당산역에서 타면 다시 당산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바로 2호선 순환선이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유리수 중 소수로 바꿨을 때 계속 순환하는 유리수가 있다. 그래서 이런 유리수를 순환소수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럼 0.1이나 0.2와 같이 딱 떨어지는 수도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소수는 한계가 있다고 하여 유한소수라고 한다. 여기서 의문을 제기하는 친구들이 있을거다. 유한의 반대는 무한인데, 그럼 무한소수도 있나? 맞다. 순환소수는 무한소수 중 한 종류이다. 끝이 없다고 하여 무한 소수, 그런데 순환하니까 순환소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 더 한 발짝 나아가 고개를 갸우뚱 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 순환하지 않는 무한 소수도 있나? 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파이가 그렇다. 파이는 3.141592.... 와 같이 규칙없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런 수를 무한 소수라고 한다. 더하면 머리가 터질지도 모르겠다. 정리해보자.
유리수는 분수꼴로 나타낼 수 있는 수를 말한다. 분수는 우리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알아왔다. 유리수를 소수로 바꿀 수 있는데 소수는 두가지로 분류가 된다. 유한소수와 무한소수. 무한소수는 또 두 가지로 분류가 되는데 순환소수와 순환하지 않는 소수로 나뉜다. 순화하지 않는 소수의 대표적인 예는 파이로 이런 수를 ‘무리수’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것은 중3 때 배우게 된다. 다음시간에 자세히 알아보자.
여기서 또 한 번 질문이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는 유리수를 배우고, 유리수를 귀찮게 소수로 고쳐서 분류를 또 하느냐는 질문일 것이다. 일단 우리는 우리 내면을 알아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파헤쳐 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마찬가지이다. 수학을 알려면 수학의 기본이 되는 수를 알아야 한다. 수를 파헤치다 보니 이러한 분류가 나왔다. 특히 유리수를 소수로 고치는 이유는 유리수 간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함이다. 3/27과 5/31중 누가 더 큰지 알아보려면 소수로 바꿔서 소수점 아래 숫자를 비교해 보는 것이 아주 간편하다. 특히 분수는 백분률로도 바꿀 수 있는데 (분수에 100을 곱하면) 확률이 가장 많이 쓰인다. 누가 더 많은 확률로 인기가 많은지, 대통령 선거 때 비교 등 유리수가 쓰이는 곳이 아주 많이 있다.
한가지 이야기만 더 하고 마치도록 하자. 유리수는 有理數라는 한자다. 여기서 리理는 이성을 이야기한다. 생각이 있는 수, 이성이 있는 수라는 뜻이다. 이제까지 배운 개념과 전혀 다른 이름이다. 사실 유리수는 유비수 有比數이다. 즉 비로 나타낼 수 있는 수라는 뜻을 표현한 유비수가 더 맞다. 이런 오역이 나온 유래를 살펴보니 다음과 같다. 영어로 rational number를 번역할 때 rational을 비 (ratio)의 형용사가 아닌 이성 (ration)의 형용사로 오해한 나머지 비와 관련된 유비수가 맞는 번역인데 이성과 관련시켜 유리수로 번역했다. 유비수로 번역이 되었다면 이해가 더 쉬웠을텐데 현재로선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시간엔 유리수를 넘어 무리수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수학에 관한 세린씨 글 잘 읽고 있어요 ^^
특히,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 엄마로서 세린씨 같은 분이 선생님이면 좋겠단 생각도 드네요 ㅎㅎ
수학귀신 등등 수학관련 책도 많이 사주는데, 아이의 반응은 한결같아요.
책은 엄청 좋아하는지라, 순식간에 읽어치우곤 하는 말이, "책 재미있어요. 근데, 그래도, 수학은 싫어요, 어려워요" ㅠㅠ
그래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지라, 끊임없이 사다 주죠 ^^;;
세린씨 책도 웬지 부모들이 사다 아이들에게 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 제일 좋은 건 수학 선생님들이 권하는 책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해요! -물론 여기서 수학 선생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최소한 존경하는 선생님이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
아, 뭘 쓰려고 했는지 ^^;;
아무튼 제가 봤을 땐, 이 시장은 넓고도 넓은 블루오션이랍니다. 특히, 여자 중학생 절반 이상이 수포자라면서요!
그런 관점에서 전 세린씨 이야기가 더 들어가도 좋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세린씨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겪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더 들어가면 이야기 자체로도 매력이 있을 듯 해요. 이 나이대 여자아이들은 공감대 형성이 최고 관건이 아닌가 해서요, 발랄상큼한 세린씨 매력이라면 아이들하고도 재미난 이야기가 많을텐데, 그런 이야기들이 더 들어가고, 세린씨가 수학을 좋아하게 된 이야기, 세린씨가 수학을 하면서 힘들었던 이야기까지 더 들어간다면,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더 좋은 반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개인적으로는 문과출신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수학선생님이 된, 그리고 수학이 좋아서 수학관련 글까지 쓰고 있는 세린씨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해요. 하나하나의 수학제목보다 스토리가 연결된 이야기가 더 반응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구요 ^^
생각보다 길어진 댓글은 세린씨 글을 잘 읽는 독자로서, 그리고 나중에 세린씨 책을 딸에게도 사주고 싶은 엄마로서 이것저것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것이니, 세린씨가 걸러서 들으면 될 듯 ^^
신년회때 봐요^^
감사합니다. :) (꾸벅)
이런 관심의 댓글이 달리다니.. 감동의 눈물 ㅠㅠ (훔치고)
제가 늘 설명을 하다보니까 글도 설명식으로 될때가 많아요. 아이들과 이야기 하듯이,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데
이번 컬럼은 특히나 수학 설명 위주가 되어버렸어요.
제 이야기를 잘 녹여 풀어보면 더 잘 쓰여지기도 하고 (현재 상상으로 ㅎ) 학생들도 읽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책을 학생들이 읽고 "그래도 수학 싫어!" 에서 "수학에 관심 좀 생겼어." 로 바뀌면 정말 좋겠다는 목표도 생기고..
컬럼 쓸 때마다 이 댓글을 기억할게요.
감사합니다. 선배! 신년회 때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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