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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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배우고 익혀서 삶으로 이루기 위한 것이다.
공부에는 다섯 가지 단계가 있다.
첫 번 째 단계는 좋은 책을 두루 읽는 것이다.
이것을 박학(博學) 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박학을 독서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시작일 뿐이다.
두루 널리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두 번 째 단계가 자세히 묻는 것이다.
이것을 심문(審問)이라고 한다.
이때는 병든 자식을 가진 어미가 그 처방을 물을 때의 간곡함이 있어야 한다
자세히 물은 다음에는 깊이 생각해야한다.
이것이 세 번 째 단계로서 신사(愼思)라고 부른다.
육체가 임신을 하듯 정신으로 하여금 새로운 생각을
잉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의 사유를 얻게 된다.
네 번 째 단계는 지식이 신념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명변(明辯)이라 이른다
명백하게 분별하여 행동의 기준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명변에 이르지 못한 지식인들은 창백하다.
머리와 가슴과 팔다리가 따로 놀아
언행이 일치되지 않고
해를 입는 것을 두려워 올바른 일을 망설이게 된다.
그러므로 행동에 앞서 먼저 스스로 확고해야한다.
명변에 이르면 다섯 번 째 단계인 독행(篤行)으로 옮겨갈 수 있다.
오직 진실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실천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다섯 단계를 거쳐 공부하는 동안
배움이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향기롭게 익어
좋은 삶으로 완성된다.
다산의 문집 속에 들어 있는 '오학론이'(五學論二)를 나대로 해석하여 간단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어제 밤 미래의 1인 지식기업가를 위한 문화공간 '크리에이티브 살롱 9'에서 '공부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였습니다.
다산의 오학론을 근간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공부법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부디 올해의 계획을 짤 때, 진실에 진실한 작가들이 쓴 고전 열 권을 골라 한 달에 한 권씩 읽고, 나머지 두 달은 그 중 한 권을 골라 세 번 읽어 스스로 '내 인생의 이 책 한 권'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잡아보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적어도 그 책 한 권에 대해서만은 읽는 것
(博學)으로 그치지 말고, 나머지 네 개의 단계를 더듬어 올라 깊이 익혀 독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 어떨지요.
새해가 그대의 것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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