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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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젊은이다운 젊은이
이 아이는 봉화 태생입니다. 내게 가끔 쌀도 보내주고, 고구마도 보내주고, 땅콩도 보내줍니다. 많이 보내주지 않습니다. 그저 농사를 짓는 시골 아버지가 저희들- 서울에서 언니와 자취를 하고 있으니까요- 먹으라고 보내주면 언니 눈치 봐서 조금 덜어내서 내게 가져다줍니다. 집까지 직접 배달하여 우체통에 넣어 두기도 합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몇 년전 남해 바닷가에서 였습니다. 키가 커서 내가 그녀의 앞에 서면 절벽 앞에 선 듯 합니다. 돌팥내기 머스마 같은 가스나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단장해도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나는 이 아이를 좋아합니다. 진짜 젊은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학교 다니는 동안 호주에서 1년 간 일을 하며 보냈습니다. 농장에서도 일하고 거리에서 팬풀륫을 불어 먹을 것을 해결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지냈습니다. 시시한 어학연수가 아니라 진짜 '젊은 방황'이었지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전여행을 하기도 하고 '나'를 연구하기 위해 지리산에서 한 달간 단식을 하며 자신의 천직을 끊임없이 찾아다닙니다. 얼마 전에는 만만찮은 트래이닝을 거쳐 히말라야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며 '살아있음'에 대한 절정감을 느꼈겠지요. 20대 젊은이들이 그저 한번 머리 속에 그려본 것, 어느 날 한숨을 쉬며 '나도 한 번 해 보고 싶은데'하는 것들을 그녀는 온 몸을 던져 실행합니다. 그녀의 전문 분야는 바로 '행동'인 것입니다.
연구원들이 여럿 모여 '우리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공동 집필했을 때 그녀 역시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그녀가 맞서는 것은 '뻔한 길을 찾아가는 계산된 20대'입니다. 그녀의 화두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신을 불지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방황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젊은이들을 위한 '방황 교과서'를 쓰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자신의 방황을 기획하고 정리하고 응원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가끔 편지를 보낼 때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하는 나의 막내야' 라고 부릅니다. 연구원 중에서 가장 어리니까요. 그녀는 앞으로도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수없이 확인하고 증명해 보일 것입니다. 이 아이의 가슴에는 순치되지 않은 싱싱한 '날 것'이 있습니다. 죽일 수 없는 젊음이 있어요. 그녀에겐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코 그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는 또 다른 한비야가 될 지 모릅니다. 나는 믿습니다. 무엇이 되든 결국 그녀는 '그녀'가 될 것이고 자신의 삶을 모험처럼 즐기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나는 오늘 그녀에게 짧은 편지를 씁니다.
"젊은 심장은 숨 쉴 더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무한을 갈망하기 때문에 가두어 둘 수 없다. 늘 아무 것도 없고 무엇인지 모를 '어떤 것'을 갈구한다. 그 '어떤 것'은 느닷없이 우리를 찾아와 놀라운 체험을 겪게 한다. 그 체험이 바로 삶이다. 너의 삶은 수많은 경이로움으로 가득찰 것이다. 나는 고함을 질러 너를 응원한다 "
며칠전 북페어 모임에서 "多仁"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예쁘졌던지 나는 첫말에 "애인 생겼냐?" 하고 물었습니다. 이쁜 처자였습니다.
나는 이들 형제의 초대로 봉화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할머니와 잘가는 절에도 가고, 오빠도 만나보고, 여자형제들도 모두 만났습니다.
득히 아버님의 철저한 교육열은 나를 감명을 주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고등학교는 안동으로 대학은 서울로 보내는 정성에서 정말 훌륭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골에 오면 여식애지만 똥장군을 지게하고 햇빛속에서 고추를 따게 하였습니다.
여자애지만 위험한 여행을 말리지 않고 할머니는 금강경을 주면서 국교도 없는 라오스를 보내는 강한 도전정신을 그들 가족과 함께하면서 체험하였습니다.
여자 사형제가 모두 팔등신 미인이였고 오빠는 교육자인 부인과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나는 봉화를 떠나나오면서 안녕히 가라는 어머님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 만큼 말이 없었습니다. 한국 여성의 참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 우리 예쁜 아가씨의 두번째 책이 크게 성공할 것은 나는 의심치 않습니다.
구본형선생님의 덕망이 너무 부럽습니다. 감명깊게 읽고 나갑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 초아 배상 -
요즘 본 그녀에게는 자기 색깔 속에서 조용한 자신감이 은은하게 발광(發光)한다.
전에는 거칠고 투박한 원석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세공 전의 단련된 그것처럼 보인다.
에릭 호퍼의 책을 읽으면서 내 가슴 속에 귀자가 떠올랐다.
"지상은 인간들로 넘쳐난다. 마을에서도, 들판에서도, 길에서도 사람들을 보게 되지만 당신은 그들을 주목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다 당신의 눈이 한 얼굴과 마주치고 경탄하게 된다. 갑자기 당신은 지상의 어떤 것과도 다른 인간의 숭고한 유일무이성을 인식하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이미지로 자신을 만든다. 그런 만남에는 쓸쓸함이 있고 다른 별에서 온 것 같은 어떤 것이 있다."
호퍼의 말처럼 사람 중에 그런 존재가 있다.
귀자가 그렇다.
귀자를 보면 주목하게 된다.
그녀의 모습, 행동 하나하나에 내 시선이 박힌다.
그리고 난 느낀다.
'이 녀석은 다른 별에서 온 것 같아.'
쿤제라는 부자가 떠돌이인 호퍼에게 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호퍼가 답했다.
"믿지 않을실 테지만 제 미래는 당신보다 훨씬 더 안전합니다. 당신의 농장이 안전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실 테지만 혁명이 일어나면 당신은 농장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떠돌이 노동자인 저는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죠. 화폐와 사회 제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건 씨 뿌리고 수확하는 일은 계속 됩니다. 물론 그 일은 저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구요. 절대적 안전을 원한다면 부랑자 무리에 섞여 떠돌이 노동자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세요."
난 호퍼의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지는 못한다. 앞으로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난 그렇게 생겨먹지 못했다.
귀지는 나와 다르다.
그녀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난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지 못하지만
그녀는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다.
그래서 멋진 녀석이고 사랑스러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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