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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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아시나요?”
자그마한 키에 예쁘장하게 생긴 아가씨였습니다. 여자 친구와의 약속에 늦은 터라 대꾸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관심입니다. 눈길도 주지 않고 가던 길을 재촉하면 대부분 떨어져나가게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이 아가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몇 십 미터를 계속 따라오며 연이어 질문을 날렸습니다.
“혹시 요즘 어려운 일이 있지는 않으세요?”, “회사 문제로 마음 고생하고 계시죠?”,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지는 않으세요?”…… 그녀는 흔히 사람들에게 있을 법한 약점들을 하나씩 찔러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상대를 잘못 골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취직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는 탄탄했고, 연애는 순조로웠습니다.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몰차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모든 게 다 좋아요.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요.”
그 말을 들은 그녀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 하나쯤은……” 그녀의 당황한 말투에는 분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녀는 추격을 멈췄습니다. 뒤를 돌아 그녀의 표정을 살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여자친구와 만나서 다퉜습니다.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된 말다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이 오갔습니다. 수습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목까지 차오르는 사과의 말은 자존심에 가로막혀 토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돌아섰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내려왔습니다. 돌이라도 삼킨 듯 명치끝이 답답하고 아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긴 종로3가 지하철역의 통로가 끝도 없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탄탄하다고 생각했던 직장도, 원만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그 빛을 잃어버렸습니다. 자신만만하던 제 행복을 이루고 있던 모든 것들이 몽땅 그 의미를 잃어버렸습니다. 그 때 왠지 낯익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습니다.
“도를 아시나요?”
그 순간 참았던 눈물이 왈칵 솟았습니다. 그녀에게 눈물을 들킬 새라 정신 없이 달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과 집중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마치 하나를 이루기 위해서 다른 것은 몽땅 포기해야 할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 선택과 집중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혹시 그것이 출세나 성공이 아니라 행복이라면 균형이라는 말을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삶이라는 책상은 세 개뿐인 다리도 든든히 서있을 수 없으니까요.
아! 싸우고 헤어졌던 그녀와는 어떻게 됐냐고요? 지금 거실에서 마음 편지 쓰느라 애쓰는 저를 위해 와이셔츠를 다려주고 있네요. 위험하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말이죠. 참 행복한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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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소장님의 '상사와 나, 쿨한 동행' 특강(2월 17일 화요일 저녁 7시 ~ 9시, 강남교보문고 23층)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bhgoo.com/zbxe/164100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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