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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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쟁이
소년은 보이는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돌이나 나무를 보더라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어서 만져보거나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소년은 잠시 눈을 감고, 둘 사이에
흐르는 기운을 느꼈다. 점점 손이 따뜻해지면 사물의 영혼이 응답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심지어는 자기가 싼 똥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지금보다 어린 시절, 소년은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다가 집에서
키웠는데, 어디든 병아리를 데리고 다녔다. 엄마가 시끄럽다며
밖에다 두고 키우라고 해도 소년은 말을 듣지 않았다. 어느 날, 어린
소년은 똥을 싸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병아리도 함께였다. 소년은
얼마 전에 엄마가 읽어준 동화 속 똥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랐다. 주인공과 말하는 똥이 친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똥이 떨어지자, 소년은 변기에 둥글게 말려있는
모습을 보며, 동화책에 나오는 똥 모습과 똑같다며 재미있어 했다. 실제
자기 몸에서 친구가 나왔으니 얼마나 신기했을까? 소년은 엉덩이도 닦는 않은 채, 상자 속에 병아리를 꺼내고는 똥 위에다 노란 병아리를 올려 놓았다.
"아가야, 다 쌌으면 그만 물 내리고 나오렴"
소년은 엄마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레버에 손을 가져가서는 그만 아래로 내리고 말았다. 세차게 내려온 물은 똥과 병아리를 순식간에 삼켜 버렸다. 눈 앞에서
친구들이 사라진 소년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엉엉 울었다. 놀란 엄마는 달려와서 화장실 문을 열었고, 변기가 막혀서 둥둥 떠 있는 똥과 병아리를 보고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 소동이 있고 난 뒤, 소년은 화장실에 갈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었으며, 냄새가 나더라고 항상 문을 열고 볼일을 봐야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엄마는 항상 소년의 똥 누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렇지만 소년은 물을 내리기 전에
똥을 바라보며, 작별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소년은 자신과 똥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소년의 이름대신 똥과 이어져 있다고 해서 '똥이'라고 불렀다.
똥이 아빠는 똥 푸는 일을 했다. 사람들은 그를 '똥쟁이'라고 불렀다. 실수가
잦은 그는 언제나 옷에 똥을 묻혀서 집에 들어오곤 했다. 아내가 그의 옷을 잡을 때면 손 대신 집게를
써야만 했다. 한 번 세탁해서는 냄새가 잘 지워지지 않았다. 옷걸이에
걸린 그의 옷은 온통 누런 똥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온 그에게서 똥 냄새가 진동했다. 그녀는 코를 붙잡으며 물었다.
"여보, 어떻게 된 거예요. 똥물이라도
뒤집어 쓴 거예요."
"그게 말이야, 호스를 잘못 연결해서 똥물이 분수가 되어 쏟아지더라구, 옆에 동료가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
"늘 하던 일인데 실수를 하면 어떡해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
"말해 보세요. 어쩔 수 없었는지 한 번 들어 보게요"
그녀는 팔짱을 끼며 한심한 표정으로 소년의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 오늘 회사에 신참이 들어와서 똥 푸는 작업을 가르쳐주고
있었거든. 처음에 똥은 잘 펐는데, 처리장에 가져가서 다시
빼다가 그만 쏟아졌지 뭐야."
똥쟁이는 말 끝을 흐리고는 아직도 냄새가 가시지 않는 손을 코에다 가져갔다. 사실은 이랬다. 그는 신참에게 설명을 해주고 나서, 직접 연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래서 호스를 투입구에 연결했는데, 완전히 연결하지 못하고 틈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는 신참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 녹색 버튼을 눌러봐"
버튼을 누르자 굉음을 내며 펌프가 움직였다. 하지만 누르자 마자
틈 사이로 분출하는 똥물은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가, 내려 올 때는 분수가 되어 쏟아졌다.
"야! 빨간색 버튼 눌러"
소리쳐도 소용없었다. 신참은 너무 놀라서 멀찌감치 도망가버린
뒤였다. 그는 쏟아지는 똥물을 헤집고 빨간색 버튼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똥물만 쏟아진 게 아니라 똥 덩어리가 머리 위로 철퍼덕 떨어졌기 때문이다. 똥물은 머리에서 갈라지더니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고 가슴과 등으로 갈라진 똥 줄기는 온 몸을 감싸버렸다. 순식간에 똥차에 있던 똥은 전부 쏟아졌다. 그는 모든 동작을 멈춘
채로 얼어버렸다.
"반장님, 어서 옷 벗으세요."
신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는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 코로 숨쉴 수 없어서 고개를 떨구고 입으로 숨을 쉬었다.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똥물의 감촉은 몸을 더욱 오그라뜨렸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어디선가 차가운 물줄기가 쏟아져 가슴에 부딪쳤다. 그제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손에 묻은 똥을 털어내고 작업복 상위 단추를 풀었다.
그리고 지퍼를 내리고 바지를 벗었다. 마지막으로 붙어버린 팬티를 힘겹게 벗어냈다. 신참은 소방호스 두 손을 꼭 붙잡고 있었지만, 웃음이 나와서 견딜
수가 없었다. 벌거벗은 채로 쭈그리고 앉아 있는 장면이 꼭 변기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똥이 엄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똥 꿈을 꾸거나 다른 사람들의 꿈이 어떻게 현실로 나타나는지 해몽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녀는 소년의
아빠가 멀리 출장을 가기 전날 꿈을 꾸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가는 그에게 말했다.
"여보, 어제 꿈을 꾸었는데 하늘에서 길쭉한 똥이 계곡으로 떨어지는
거예요. 혹시 모르니깐 버스 타면 꼭 안전벨트 하세요. 그리고, 운전기사 바로 뒷자리가 안전할 거예요"
그는 무심결에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면서 아내가 한 말이
떠올라, 운전기사 바로 뒷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했다. 출발한
버스는 빗속을 뚫고 달려갔다. 지리산 계곡을 지나가고 있을 무렵, 내리막
커브 길이 나왔다. 소년의 아빠는 속도가 빨라서 버스 기사에게 말했다.
"천천히 좀 가세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버스는 미끄러졌다. 기사는 운전대를 잡아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내리막 길이어서 오히려 속도를 내며 미친 듯이 질주했다. 중앙선을 넘나 들며 버스는 좌우로 휘청거렸다. 뒤에서 자고 있던 승객들은 그제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소년의 아빠와
운전기사의 입에서는 단지 "어-, 어-"라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가드레일을 부딪치면서 버스는
튕겨나갔고 달려온 속도와 원심력으로 허공에서 회전하며 추락했다.
안전 벨트를 매지 않는 승객들은 버스가 허공에 돌면서 창문 밖으로 튕겨 나가 버렸고, 그는 앉은 채로 계곡 물속에 떨어졌다. 물이 조금씩 차 들어 왔지만, 그는 다친 곳이 없이 버스 창문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버스 위에
서서 사고현장을 바라본 그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 바위 위에, 나무 위에, 물가 여기 저기에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그는 응급차에 실려가면서 버스가 부딪치는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왼쪽에
있던 바위에 부딪쳤더라면 버스기사와 자신은 그 자리에 죽었을 거였다. 하지만 운전기사는 살기 위해 핸들을
우측으로 돌렸고,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계곡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 사건 뒤로 똥이 엄마는 꿈을 꾸면 일기처럼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녀의
꿈 노트를 펼쳐보면, 첫 페이지에 '똥' 그림이 그려져 있다. 둥글게 말린 똥 덩어리 위에 '꿈'이라고 적혀 있다. 방금
싸 놓은 것처럼 생생한 그림이었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맨 윗줄에 저녁에 잠든 시간과 다음날 일어난 시간이 적혀있었고, 아래에는 꿈에서 본 장면들을 그려놓았다. 그 다음 칸부터 제목과
함께 꿈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옆 칸에는 꿈에 대한 해몽을 적어 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해몽이 끝나고 난 뒤, 다음 꿈에 대한 단어를 미리
적어 놓았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간 어부가 미끼와 그물을 던져 놓은 것처럼. 특히 '똥'에 대한 단어들이
눈에 띄었는데, 꿈 속에서 누군가 냄새를 맡고 똥을 보여주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2
어느 날, 소년은 신(神)이 똥을 싸는 꿈을 꾸고는 자기 전에 기도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신(神)도 똥을 싸나요?"
"아들아, 신(神)은 먹지 않고 살 수 있기 때문에 똥도 누지 않을 거야"
"안 먹고 어떻게 살아요. 말도 안돼요"
"신은 먹지 않고 살기 때문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까? 엄마
마음 속에 있고, 네 마음 속에도 살고 있지. 그리고 저기
창 가에 있는 꽃에도 있어. 중요한 것은 있다고 생각하는 너의 믿음이야"
"꿈에서 신이 똥 사는 것을 보았어요"
소년의 엄마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하늘 나라에 똥은 누가 치우니? 인간들의 똥은 아빠가 치워주는데 말이야"
"저도 궁금해요. 다음 번 꿈에 반드시 나타날 것 같아요"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너무
늦었단다, 그만 자야 할 시간이야."
소년의 엄마가 불을 끄고 방을 나가자, 소년은 다시 불을 켜고는
거실에 있는 엄마 꿈 노트에 "신들도 똥을 싸나요?"라고
적어 놓고는 잠이 들었다.
소년은 혼자서 어딘가를 걸어가고 있었다. 주변은 숲 속이었고, 어두웠다. 숲 가운데 넓은 공간이 나왔을 때, 소년은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검은 우주를 가득 메운 별빛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소년은 아빠가
가르쳐준 북극성을 찾았다. 그 별을 타고 누군가 금방이라도 내려올 것만 같았다. 순간 별이 움직였다. 떨어지는 게 아니라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년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가까이 왔을 때, 별이 내려 앉을 수 있게 소년은 두 손을 내밀었다. 따뜻했다. 자세히 보니 날개 달린 조그만 씨앗이었다.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난 뿌꼬라고 해, 날 찾고 있었니?"
"응, 궁금한 게 있어서요"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으로 알 수 있단다"
"인간들이 똥을 누듯이 신도 똥을 누면서 세상을 다스린단다. 하지만
신들은 똥 대신에 씨앗을 내 놓는단다. 인간 세상에도 씨앗들이 수 많은 생명들을 창조하는 것처럼 신들도
씨앗을 내어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내는 거야."
"그럼, 뿌꼬는 신의 똥이네요.
아니 똥의 신인가요?"
"인간들의 눈에는 똥은 아주 더럽고 하찮은 존재로 보이지만 신들이 보면 아주 소중한 존재란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수 많은 생명들이 자라고 있거든. 신들도 가끔
똥 속에 자신들의 씨앗을 숨겨두곤 해. 그래서 인간들이 길을 걸어 가다가 잘못 똥을 밟으면 행운이 찾아가는
것도 그런 이유지. 나도 가끔 똥 속에 행운의 씨앗을 숨겨 두거든"
"그럼, 우리 아빠는 정말 행운이 많은 사람이네요. 늘 똥 만지는 일을 하니깐요."
"그래, 신들도 인간 세상에서 똥 푸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단다. 그래서 행운들을 선물하기도 하지. 네
아빠가 큰 사고에서 살아난 것도 그런 이유란다"
"뿌꼬가 엄마 꿈에 나타난 거군요, 고마워요 뿌꼬"
"기억해둘게 있단다. 얼마 전부터 인간 세상에 똥 푸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어. 신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야. 범인은 지옥의
문을 지키고 있던 하데스의 개 '세르베루스'였어. 세르베루스는 머리가 셋 달리고 뱀의 꼬리를
가진 괴물인데, 그들은 인간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간단한 비밀을 알아냈어. 인간들의 똥에 묻어 있는 탐욕을 세상에 다시 흘려 보내면, 얼마
가지 않아 암흑 세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거야. 그래서 신의 허락도 없이 인간세상으로 내려 와서
똥쟁이를 잡아가는 거야. 너희 아빠도 조심해야 돼. 지난
번 사고에서는 살아 남았지만 다시 위험이 찾아갈 거야. 위기의 순간이 오면 내가 준 씨앗을 붙잡고 나의
이름을 부르면 되는 거야"
"꼭 기억할게요."
소년은 뿌꼬에게 씨앗 하나를 건네 받고는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깬 소년 어제 저녁에 아빠가 들어 왔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부모님 방문을 열었다. 다행히
아빠는 천정이 무너질 듯한 코 고는 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엄마는 아침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엄마, 혹시 이상한 꿈 꾸지 않았어요?"
"아니, 요즈음 엄마가 감기 몸살 때문에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단다"
"넌 좋은 꿈이라도 꾼 거니"
"아니요. 그냥 아빠가 걱정되어서요?"
"이 녀석 이제 다 컸구나, 아빠 걱정도 다하고 말이야"
엄마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소년에게
말했다.
"내년이면 너도 이제 4학년이 되는구나"
"4학년이 되면 그렇게 말을 안 듣는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자라주면
아무 걱정 없을 텐데 말이야."
"너 그 얘기 아니?"
"무슨 얘기요"
"북한이 아직 우리나라를 쳐 들어 오지 못하는 이유를 말이야"
"아니요"
"사춘기 초등학생 때문이래.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경계대상 1호라는구나"
3
소년은 학교에 가면 아이들에게 똥냄새 난다며 놀림을 받았다. 이름대신 '똥이', '똥쟁이'라고
불리곤 했다. 하지만 꿈 속에서 똥의 신(神) '뿌꼬'를 만나고 난 뒤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 가족을 제외하고 누구라도 '똥이',
'똥쟁이' 아니면 그냥 '똥!'이라고 놀려도 어김없이 똥이 묻는 벌을 받았다. 놀린 아이들이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비명 소리가 나왔다.
"으앙, 어떡해. 똥이
떨어지지 않아, 엉덩이에 똥이 딱 붙어버렸어"
그런 비명을 들으면 똥이는 못 본척하지 않았다. 뿌꼬가 준 '씨앗'을 꼭 쥐고 마음 속으로 '떨어져라'라고 말하면 똥은 떨어졌다. 그렇게 똥과 한바탕 씨름을 하고 난 아이들은
똥이의 저주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똥이를 놀리지 않았다. 얼마
전, 같은 반으로 전학 온 수현이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수현이는 똥이 집 이층에 이사를 왔으며, 등교할 때면 자주 마주치곤
했다. 수현이는 긴 머리를 찰랑이며 걸었고, 하얀 얼굴에
크고 둥근 두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나면 똥이는 심장이 뛰었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12월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었다. 똥이는 수현이와
함께 걸어가고 싶어서 처음 말을 건넸다.
"수현아, 같은 방향인데 함께 가지 않을래"
수현이는 못 들은 척하고 그냥 앞으로 걸어갔다. 똥이가 계속
뒤따라 오자, 수현이는 뒤 돌아서며 말했다.
"저리가, 너하고 다니면 냄새 난다 말이야"
수현이의 말에 똥이는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똥이도 놀랬지만, 그 동안 똥이의 저주를
받았던 친구들이 그 광경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수현이를 쳐다보았다. 비록 '똥'이라는 단어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똥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오후 내내 밥도 먹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똥이 엄마는 4학년이 되기도 전에 투정부리면 어떡하냐고 잔소리다. 엄마는 혼잣말로 말했다.
'오전엔 멀쩡하다가 갑자기 저러니, 북한에서 겁을 낼 만 하구만.'
수현이 아빠는 강력반 형사였다. 늘 범인을 잡으러 다니느라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집안에서 남자들이 하는 일은 수현이 엄마나 수현이가 나눠서 해야 했다. 방학을 시작되고 다음 날, 수현이 외할아버지가 놀러 오셨다. 그 날 따라 하수구가 막혀서 할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배관을 뚫어 주겠다며 두 팔을 걷어 부쳤다. 그리고 굵은 정과 망치를 가지고 화장실 하수구에다 망치질을 시작했다.
같은 시간. 똥이 아빠는 아래층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었다. 망치질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잠시 뒤에 '뻥'하는
큰 소리가 나더니 화장실 천정에 구멍이 뚫렸고 구멍 사이로 누런 액체가 철철 흘러내렸다. 똥이 아빠
머리 위로 또 다시 똥물이 쏟아졌다. 하수구 배관 옆으로 지나가는 똥물 배관을 뚫어 버린 거였다. 똥이 아빠는 똥물을 닦아내고는,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수현이 할아버지는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계속해서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딩동딩동, 쾅쾅쾅. 아래층
이예요"
똥이 아빠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대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문이
열리자 수현이 엄마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세요"
"아니, 지금 남의 집을 어떻게 하신 겁니까? 천장이 뚫어졌어요. 똥물이 쏟아졌다구요. 제 머리를 보세요. 똥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구요."
똥이 아빠는 아직도 머리 위에 달라붙은 누런 똥자국을 들이 밀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아버님께서 하수구를 뚫다가 그만, 정말 죄송합니다. 얘 아빠가 오면 바로 수리해 드리겠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지금 수리해 주셔야죠, 똥물이 흘러내리고 있어요."
"네, 지금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똥이 아빠는 씩씩 거리며 내려왔고, 수현이 엄마와 수현이가 걸레를
들고 따라 내려왔다. 똥이는 시끄러운 소리에 일어나서 방문을 열었다.
화장실에 앉아 걸레질 하고 있는 수현이 모습을 보자마자 다시 방문을 닫았다. '아직 꿈속인가?' 하는 생각에 똥이는 얼굴을 꼬집었다. 현실이었다. 다시 방문을 천천히 열면서 화장실을 보았다. 수현이 뿐만 아니라
수현이 엄마도 옆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똥이는 엄마에게 손짓하면서 불렀다.
"엄마 어떻게 된 거예요."
"응, 수현이네 할아버지가 우리 집 화장실 천정에 구멍을 내버렸지
뭐니?"
"그래서, 저렇게 수현이 엄마하고 수현이가 와서 청소를 하고 있는
거야"
똥이는 얼른 화장실로 걸어 가서는 수현이 엄마에게 말했다.
"걸레 저 주세요. 제가 할게요"
똥이는 한사코 말리는 수현이 엄마에게서 걸레를 빼앗고는 똥 자국을 닦아냈다. 수현이는 미안한 듯 똥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 너한테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똥이 부모와 수현이 엄마는 둘이서 열심히 똥자국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청소가 끝나고 수현이 가족은 집으로 돌아갔다. 똥쟁이는 한참
동안 목욕을 하고 나와서 소파에 앉았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내면서 뉴스를 보는데, 최근에 은행 털이범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 똥은 아마 시커먼 똥 일거야"
"아빠, 저 사람들 똥은 다른 사람들 똥이랑 달아요"
"그럼, 나쁜 생각만 하는 사람들은 머리에 온통 똥으로 가득 차
있고, 속이 시커매"
"아빠가 직접 본 건 아니잖아요"
"똥을 푸다 보면 알 수 있어"
"네가 다니는 초등학교나 유치원에 똥을 푸러 가면 똥 색깔이 누렇고 황금색 똥들이 많아. 냄새도 어떤 때는 구수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하지만 도시에 높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똥을 푸면, 냄새가 아주 지독해. 색깔도
거무죽죽한게 생기가 없어"
"그래도 다 같은 똥이잖아요."
"똥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가는 걸 보면 다르단다. 도시 사람들의
똥은 거름으로도 사용할 수가 없어. 마음 속에 욕심이 너무 많아 몸에서 독을 만들기 때문이야. 하나만 가져도 될 걸 둘을 가지려 하고, 둘을 가지면 열을 가지려
하니 한시도 맘 편할 날이 없지. 그런 마음이니 똥을 싸도 독이 묻어 있지."
똥이는 꿈 속에서 뿌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아빠와 똑같은 말을
한 것 같았다.
"그럼, 아빠는 어느 곳에 똥 푸러 갈 때가 제일 좋아요?"
"시골에 갈 때가 제일 좋아. 그 곳에 가면 인심이 아주 좋으시거든. 똥을 푸면 거름으로 바로 쓰고, 굳이 처리장까지 갈 필요도 없지. 시골 똥은 색깔도 좋고 냄새도 구수한게 진짜 황금똥이야"
똥쟁이는 말하면서 연신 싱글벙글 거리며 아들에게 시골 똥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똥이야, 방학도 되고 했는데,
아빠랑 시골에 똥 푸러 갈까?"
똥이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런데 똥차를 타고 가야 되요?"
"그럼, 똥차가 있어야지 똥을 푸지"
"이번 주말에 바로 내려가자꾸나"
주말 아침이었다. 똥이 가족은 똥차를 타고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이른 아침부터 여행가는 차들로 도로가 꽉 찼다. 하지만 똥이 가족의
똥차 앞 뒤로 어떤 차들도 얼씬 하지 않았다. 차간 거리가 적어도
10M이상 둔 상태로 거북이 걸음을 했다. 똥이는 창문 너머 옆 차선으로 지나가는 차들을
보았다. 똥차를 본 사람들은 열어 두었던 창문을 위로 올려서 닫기 시작했다. 뒤 따라 오던
흰색 외제 승용차가 옆으로 지나가면서 말했다.
"아침부터 재수없게 똥 냄새 풍기고 다녀, 사람 없는 곳으로 다녀야지"
똥이는 인상 쓰며 바라보는 운전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옆에 앉아
있던 여자도 똥이를 무시하듯 쳐다 보았다. 그리고 기분 나쁘다며 엑셀이 몇 번 밟더니 앞서 나갔다. 하지만 그 차는 멀리 가지 못했다. 똥이는 저 멀리 흰색 외제 승용차가
갓 길에 세운 것을 보았다. 똥이의 저주의 시작된 것일까? 차에서
운전기사 급하게 내리더니 도로 밖, 풀숲으로 향하는 거였다. 손에
휴지뭉치를 들고 뛰었는데, 고속도로 난간을 넘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다리를 꼬고 한
손으로 엉덩이를 붙잡아 보았지만, 똥이 나오는 것은 막지 못했다. 잠시
후 남자는 난간을 엉거주춤 넘어갔고, 여자는 물티슈를 가지고 내리더니 풀숲으로 던지는 것을 똥이는 보았다. 똥차는 그 옆을 유유히 지나갔다.
"똥이야 무슨 일 있니?"
"조금 전 우리 차를 놀리고 지나가던 운전기사가 똥이 급했나 봐요. 저기
풀숲에서 똥 누는 걸 보았거든요"
"누가 우리 똥이를 놀렸나 보구나. 하하하"
천안을 지나가자 차들이 제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똥쟁이
가족이 도착한 곳은 어느 시골의 노인 부부가 살고 있는 조그만 농장이었다. 그 곳에는 소, 돼지, 닭, 토끼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똥이는 동물들을 보면서 신이 났다.
"할아버지, 똥통이 어디예요?"
"조금 쉬었다 하게나,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여기 와서 떡 좀 먹어"
"무슨 좋은 일 있으셨나 봐요? 떡을 준비하시구요"
"아 글쎄, 얼마 전에 우리 큰 손자가 놀러 와서 똥을 싸다가
똥통에 빠졌지 뭐야. 아이가 어찌나 놀랐는지 말이야. 혹시나
똥통 속에 귀신이 있나 해서 떡을 주어서 달래려고 만들었어"
똥이는 귀신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할아버지 똥통 속에 귀신이 있어요?"
"아 그럼, 있고 말고. 사람
몸 속에 음식 찌꺼기들만 똥이 되어 나오는 게 아니라, 영혼들도 똥에 묻어서 나온단다. 그런 똥들이 똥통에 꽉 차있으면 답답해 지는 거지. 그래서 심술도
부리고 그래. 사람도 몇 일 동안 똥을 안 누면 지독한 냄새를 풍기듯이 말이야. 그래서 네 아빠를 불러서 똥통을 비우는 거란다"
"우와, 그럼 우리 아빠는 귀신 잡는 사람이네요"
"그렇지. 아주 소중한 존재란다.
옛날에도 덕이 많으신 분들은 똥 푸는 사람을 아주 귀중하게 생각했단다. 연암 박지원 선생님의 <예덕선생>을 보면 잘 나와 있지. 그리고 오랫동안 그 일을 한 사람들은 큰 복을 받았어요. 사람들에게
좋은 인심을 많이 받으면서 살았기 때문이지. 너희 아빠도 마찬가지일거야"
"할아버지, 아빠는 시골 똥은 황금똥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황금똥을 눌 수 있죠?"
"시골 똥으로 거름을 뿌려 튼튼하게 자란 땅, 그 땅에서 얻는
것을 먹어야 해. 그 곳에서 자란 곡식과 채소를 먹으면 황금똥을 눌 수 있지.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똥이처럼 욕심 없는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되는 거야"
똥이는 떡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빠를 보면서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엄마는
시골 뒷간 모습과 시골 똥을 그리고
있었다. 꿈 속에 황금똥이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4
은행털이범들이 다음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두목을
포함해서 모두 세 명이었다. 두목은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녀석은 아직도 안 왔어"
"잠시 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똥 푸는 일은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 지난 번에 두고 온
황금을 반드시 꺼내와야 하는데 말이야."
"요즈음엔 주말도 없이 똥 푸러 다니는 모양입니다"
"그래야지, 이번 건은 지난 번에 털었던 것 하고는 비교가 안돼. 다들 명심해! 잘 성사되면 너희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팔자를 고칠
수 있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철문이 열렸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밝은 창가 쪽으로 그가 걸어 들어오자. 서서히
얼굴의 윤곽이 나타났다. 바로 똥쟁이와 함께 일하고 있는 신참 'K'였다. 그들은 지난 번 은행털이에서 현금뭉치를 가지고 나왔지만, 황금은
무거워서 똥통 속에 빠트리고 도망쳤다. 똥통에 가라앉은 황금을 꺼내기 위해서는 똥차로 똥을 퍼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사전에 똥 푸는 회사에 동료를 위장 취업을 시킨 것이다. 그들의 계획은 대범하고 치밀했다. 두목은 다시 한 번 부하들에게
이번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그 곳에 두고 온 황금들이 아직도 꿈에 아른거린단 말이야. 이번엔
철저히 준비해서 황금을 꼭 싣고 와야 해. 먼저 똥통에 있는 똥부터 완전히 퍼내야 하는데, 1년에 한 번 똥통을 비운다 말이야. 그래서 K는 주말에 똥차를 몰래 가지고 와서, 똥을 퍼야 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남은 보름 동안, 똥 푸는 일을 완전히 배워야 해."
동료 L은 어제 본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말했다.
"역시 두목님은 머리가 비상하세요. '쇼생크탈출'이란 영화를 보니깐, 주인공이 하수 배관으로 도망치다가 똥통으로 빠져 버린 거예요. 그리고 온 몸에 똥물이 범벅이 된 채로 필사적으로 기어 나와서 탈출에 성공한 거예요. 정말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우리의 황금도 지금은 똥물 속에 잠겨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반드시 빠져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신참은 얼마 전 똥쟁이가 똥물을 뒤집어 쓴 모습이 떠올랐다.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두목은 신참 정강이를 발로 차며 말했다.
"요즈음, 네가 똥 냄새 맡고 다니느라 미쳤나 보구나, 이런 심각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니? 지난 번에 현금뭉치를 들고
나오다가, 네가 문틈에 끼지만 않았어도 황금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는데 말이야. 이번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신참은 아픈 정강이를 두 손으로 잡으면서 말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자 그럼, 각자 임무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똥쟁이와 신참은 똥차를 타고 고아원으로
향했다. 둘 다 산타할아버지 복장을 했으며, 입에는 하얀
수염을 멋지게 달았다. 신참은 못 마땅한 표정으로 쓴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똥쟁이는 신이 났는지 앉은 채로 엉덩이를 들썩이며 운전을 했다. 가끔
운전석 뒤에 있는 선물꾸러미를 바라보면서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신참은 똥을 푸러 가는지 봉사를 하러
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선물은 잘 챙겼지?"
"네, 그런데 복장까지 이렇게 해야 되요?"
"그럼, 그래야지. 아이들이
좋아한다 말이야. 이 곳에 아이들은 오늘 하루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일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이지."
신참은 오래 전, 자신도 행복한 가정을 꾸렸던 시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감옥에 가게 되었고 아내와 어린 아들은 곁을 떠나버렸다. 8년 뒤에 출소해서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일을 찾았으나, 검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번 건만 성공하면 반드시 아내와 아들을 찾아내어서 행복하게 해주리라 생각했다. 고아원에 도착하자, 똥쟁이가 선물 꾸러미를 챙기며 말했다.
"무슨 생각하고 있어, 어서 내려야지. 인상 좀 펴라, 똥 씹은 얼굴로 하면 어떡하니? 선물도 조심해서 들어야 해, 떨어뜨리면 큰일 나"
어제 내린 눈으로 바닥이 미끄러웠다. 똥쟁이가 차문을 열고 내리자마자, 곧 바로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찍어 버렸다. 신참은 웃으면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아원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에 똥쟁이가 도착하자,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나오면서 소리쳤다.
"와아, 산타할어버지다"
"그래, 이 녀석들 잘 있었어"
"네!"
똥쟁이와 신참은 가지고 온 선물 꾸러미를 풀고는 하나씩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지을 때 마다 똥쟁이 얼굴은 웃음 꽃으로 활짝 폈고,
신참도 자신의 아들이 컸으면 눈 앞에 보이는 아이들 만큼 자라겠다고 생각했다. 한 아이가
똥쟁이 아저씨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말했다.
"똥쟁이 아저씨다, 맞죠?"
"아냐, 산타할아버지란다."
똥쟁이는 굵은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소년은 똥쟁이의 신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건 뭐예요. 똥쟁이 아저씨 장화인데요?"
"이런, 들키고 말았네. 형준아
그 동안 잘 지냈지?"
"네, 잘 지냈어요. 보고
싶었어요"
"아저씨도 너무 보고 싶었단다"
똥쟁이는 형준이를 꼭 안아주면서 말했다. 똥쟁이 어깨 너머, 아이는 신참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어떨 결에 신참은 아이의 손을 잡았다. 그 동안 꽁꽁 얼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똥쟁이는 아이를 안으면서 8년 전, 그 때를 떠올렸다. 추운 겨울날 새벽이었다. 똥차를 타고 고아원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하얀 눈을 맞으며
아이를 업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추위에 떨면서 굳게 닫힌 고아원 문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똥쟁이는 눈을 밟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추운 날, 아이와 함께 나와 있으면 위험 해요."
고개 숙인 그녀가 얼굴을 들었다. 그녀는 흘러내린 눈물로 앞을
볼 수 조차 없었고, 아이를 업기
위해 깍지 낀 손은 이미 얼어버린 상태였다. 똥쟁이는 차 문을 열고, 따뜻한 히터 앞에 그녀를 앉게 했다.
"어디 가지 말고, 여기 계세요.
아셨죠?"
똥쟁이는 이른 새벽, 고아원에 깨어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급한 마음에 대문을 두드렸다.
"여기요, 문 좀 열어주세요! 쾅쾅광"
한참을 두드린 후에야 누군가가 문을 열고 걸어 나왔다. 전에 똥 푸러 왔을 때 만났던 사회복지사였다. 졸린 눈을 비비고 있는 그에게 조금 전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똥차로 함께 걸어가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똥쟁이는 급히 뛰어가서 차문을 열었다.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만 조수석 자리에 누워 울고 있었다. 조금 전 입고 있던 그녀의 겉옷만이 아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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