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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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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7일 08시 02분 등록

앗, 요번에 북페어 발표글 올려야 하는 줄 몰랐어요.ㅠㅡㅠ

 

이건 제 실수입니다.

 

그래서 요번 신년회에 공헌 하나 하겠습니다.

-------------------------------------

 

 

유일권 교수는 CD 플레이어에 드보르작을 넣었다. 신세계 교향곡. 음악이 울려퍼지자 그는 산뜻한 몸놀림으로 커피 메이커에서 내린 커피를 따랐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맘때면 학회에서 입질이 시기이다. 교수는 미국 물리학 저널의 전화를 기다렸다. 검토를 끝낸 그들이 너무 다급해진 나머지 새벽녘에 전화가 오면 어쩌지? 교수는 리처드 파인만이 새벽에 전화로 노벨상 소상 소식을 전해들었을 했던 언사를 그대로 되풀이할 생각이었다. 그냥 낮에 전화해도 되잖소?유일권 교수는 멘트를 영어로 연습했다. 졸린 목소리가 좋겠어. 그저 심드렁한 ! 어쩌면 한국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아니 아인슈타인을 잇는 위인으로 거듭날지도 모르겠어. 유교수는 실실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아 이것 , 하하아 이것 난리났군. 귀찮아지겠어.

 

엄청난 행운이었다. 덜떨어진 학생 하나가 우연히 단서를 리히터의 정리! 12 짜리 꼬마 천재가 정립했으나 누구도 증명에는 실패했었다. 그런데, 김이상. 시골 뜨내기 출신의 고학생이 힌트를 발견했다. 순간 긴장했지만 그를 분석해본 결과 김이상도 역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교수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서둘러 자신만의 논문을 발표했다. 발견만 하면 뭐하나 이해를 해야지! 리히터의 중간 정리는 바로 유일권 내가 발견한 거야!

 

똑똑!

 

교수는 비서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 무슨 일이야? 교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거만하게 말했다. 교수님, 미국인 같은데요? 학회랩니다. 교수는 이제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천천히 비서가 건네주는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비서, 오늘 화장이 받았네? 허허!그리곤 관심 없다는 전화에 응답하였다.

 

예스~

 

교수님, 안녕하세요? 미국 물리학회 편집장 제인 번스타인입니다.

 

, 선생님, 영광입니다. 직접 전화를 주시고...

 

교수는 연습했던 것과 달리 습관적인 접대용 멘트가 나오자 스스로 당황했다.

 

교수님, 제가 전화를 드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제출하신 논문에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파든?(뭐라구요?)

 

김이상 학생이 지도학생인가요?

 

, , 아니, . 그렇습니다만, 무슨 문제입니까?

 

, 심각합니다. 분은 속히 진상규명위원회에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세한 상황은 김이상 학생과 연락이 되는대로 공지해드리겠습니다. 메일 주소는 논문에 첨부하신 내용 그대로인지요?

 

교수는 번스타인 편집장의 목소리가 아득해짐을 느꼈다. 문제, 문제라... 결국 나는, 멍청한 사기꾼에게 영락없이 당한 것인가? 인생이 무너지고 있었다.

 

 

+++++

 

시간, 김이상은 고교 동창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동창회는 있어 왔지만 김이 참석한 것은 졸업 처음이다. 그만큼 김에게 영재고등학교의 시간은 추억거리가 되지 못했다. 고교 동창인 백린기를 비롯하여 추종수, 허지만, 그리고 고서연. 이들을 같은 자리에서 본다는 것은 불필요한 과거의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김이상은 동기회장의 참석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못이기는 받아들였다. 김의 물리학적 쾌거는 영재고등학교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김이상은 일부러 동창회에 맞춰 미국 물리학회에 독자 논문을 보냈다. 노원이 알려준 리히터의 정리, 최종 증명! 김이상은 아찔한 희열을 느꼈다. 아마 동창회에서 회포를 풀고 있을 즈음 학회에서 연락이 것이다. 포스트 아인슈타인 김이상.김은 바로 고서연의 표정을 보고 싶었다. 이번 동창회는 어떤 순간보다 달콤하리라.

 

이상아, 오랜만이야. 소식 들었어. 축하해.

 

고서연이 먼저 김이상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캐주얼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꼼꼼한 화장과 비싼 머릿결은 그녀가 꽤나 세심히 동창회를 준비했음을 보여주었다. 김이상은 립글로즈로 번들거리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직접 눈을 마주치는 것이 어렵다. 김은 예의상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그녀를 무시하듯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동창들과 인사를 나눴다. 모두들 김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었다. 얼떨떨한 환대를 김은 마음껏 즐기는 했다. 사이 무안해진 고서연은 입술을 깨물곤 일단 자리를 피했다. 김은 그녀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살떨리는 쾌감에 가슴이 아려왔다.

 

 

IP *.68.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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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7 08:44:36 *.154.223.199

응? 실수? 아닌데. 한젤리타만 북페어 꼭지글을 올린거에요. 걱정 말아요.^^

 

이 글에서 '꼼꼼한 화장과 비싼 머리결'이 눈에 번쩍 뜀. 나도 저런 코스프레 하고픈데 하면서요.

아니, 뭔 논문에 도대체 문제가 있다는 걸까? 다음 연재본이 기다려지네요.   

레몬 작가님 화이팅. 저 작가님 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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