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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7일 11시 25분 등록

 

 느끼고, 보고, 말하라! 



“선생님!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180도인거 증명해야 해요? 이미 그 사실을 다 알고 있는데 꼭 증명 해야 하나?”

 “드디어 증명의 세계로 너희들이 들어 왔구나. 환영한다!” 

 “아, 증명 정말 싫어요. 너무 복잡하고 기호도 많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시작을 할 수가 없어요.” 

 “선생님이 3년 째 중학교 2학년 학생들 가르치면서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바로 그거야. 왜 학생들은 바꼈는데 똑같은 이야기를 할까? 증명을 좋아하는 학생을 한 명도 본적이 없는 것 같아.” 


 “난 그래도 함수나 방정식보다 도형이 좋은데, 증명은 어렵긴 해요. 쉬운 방법 없나?”

 주희가 말합니다. 다른 부분 보다 도형이 좋다는 친구가 나타나니 괜히 반갑습니다. 

 “그래? 주희는 도형을 좋아하는구나. 선생님은 기하학을 잘하는 사람, 즉 도형에 강한 사람들을 진짜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주희가 수학을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구나.” 

 “그런가요?” 

 주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수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증명을 배우는 날입니다. 중학교 2학년 가을이되면 학생들은 삼각형의 성질들을 증명하는 것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삼각형의 외심, 내심, 여러가지 사각형, 도형의 닮음까지 배웁니다. 자칫하면 선생님 혼자 떠들고 학생들은 졸거나 베끼는데 급급한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교과서의 거의 모든 문제가 다 증명을 하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목표는 너희들이 도형에 관심을 가지고, 명제 증명을 싫어하지 않게 만드는 거야. 적어도 증명을 바퀴벌레 보듯 싫어하는 사람은 없도록 해보는게 목표란다. 준비 됐니?”

 “네. 뭐 해보죠 뭐.” 


 증명을 배우기 전에 먼저 배우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참, 거짓, 명제, 가정, 결론입니다. 이게 뭔소리냐고요? 일단 증명을 하려면 증명을 할 문장이 필요합니다. 그 문장을 ‘명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 문장이나 증명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엄마는 예쁘다.’라는 문장은 증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빠는 엄마를 예쁘다고 하겠지요?(속은 알 수 없습니다.)  아들과 딸은 엄마를 예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미의 기준으로는 엄마를 예쁘다고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 문장이 진짜다 가짜다 이야기 하기가 애매한 것은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증명이 필요하지도 않고요. 또 “내 키는 작다.” 라는 문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보다 작은 애가 옆에 와서 “내가 더 작은데?” 이러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참, 거짓을 판별하기 힘든 문장은 명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증명할 것은 명제입니다. 특히 참인 명제를 증명하는 것이지요. 거짓인 명제는 거짓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예만 있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2보다 작은 자연수는 없다.” 라는 명제는 거짓입니다. 왜냐하면 2보다 작은 자연수에 1이 있기 때문입니다. 1이 딱 나타나서 “나 너보다 작은데?” 라고 말해버리면 2는 깨갱해야 하는 거지요. 이렇게 거짓 명제임을 알려주는 예를 ‘반례’라고 합니다. 99개가 다 적용되도 한개의 반례가 등장하면 그 명제는 거짓이 됩니다. 참인 명제는 100% 참이어야 합니다. 단 하나의 반례도 등장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일단 어떤 명제를 보고 참이라고 판단하고 증명을 하다가 반례가 등장하는 경우엔 증명을 그만 두고 등장한 반례를 들어 그 명제를 거짓 명제라고 하면 됩니다. 

 다시말해, 증명을 하려면 우리에게 ‘명제’가 필요합니다. 명제는 참,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문장을 말합니다. 그리고 참인 명제를 우린 증명하게 됩니다. 그럼 오늘은 한 가지 명제를 증명해 보도록 합시다. 


 오늘 우리가 증명할 명제는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 입니다. 


 “이거 초등학교 때 배운 거 같은데? 그때는 왜 증명 안했어요?”

 주희가 질문을 합니다. 

 “좋은 질문이야. 우리가 그때는 이 사실을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알아봤을거야. 너희들 각도기 알지?” 


 아마 초등학교 때 각도기를 가지고 삼각형의 세 내각을 재보고 더했을 겁니다. 더해보면 180도가 나왔을 겁니다. 그때 많은 친구들이 1도, 2도 정도의 오차는 봐줬을 겁니다. 대략 180도가 되더라, 하면서 신기해 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험과 관찰한 것으로만 확인하고 만다면 우리는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이 180도 인 것을 알려 주려고 할 때마다 세 내각의 크기를 재보고 더해야 할 것입니다. 또 작은 오차는 눈감아줘야 합니다. 이게 바로 실험이나 관찰의 한계입니다. 하지만 수학의 명제는 100% 참이라고 이야기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말입니다. 아마 수학자들도 증명을 하기 전에 실험과 관찰을 통해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이 180도임을 알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 명제를 진리로 받아들이기 위해 논리적인 설명을 붙이다보니 증명이 나오게 됐을 겁니다.  즉 증명은 명제를 보자마자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일단 직관으로 그 사실을 파악하고 실험이나 관찰을 논리적으로 전개하여 증명을 해나갔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많은 명제들을 증명할 때 먼저 머리를 많이 굴려봐야 합니다. 종이를 잘라서 삼각형을 만들어보고, 사각형을 만들어서 접어보고, 보조선도 그어보면서 일단 직관적으로 그 명제가 참임을 알아내고, 그 후 증명으로 접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들어 갔던 삼각형 하나를 꺼냅니다. 

 “애들아 삼각형 보이지?”

 “네.”

 “그럼 우리가 초등학교 때 180도 임을 알아냈던 방법을 생각해보자.”

 “일단 세 내각을 쟀어요. 그리고 세개의 각도를 더했어요.” 

 “그렇지. 아주 잘 설명했어. 근데 지금 우리는 각도기가 없네. 각도기 없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금 세 각을 더했다고 했는데 이 세 각을 합칠 방법이 없을까?” 

 “오! 있어요! 세 각을 잘라서 합치면 되요!”

 주희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역시 도형을 좋아하는 친구라 그런지 감각이 남다릅니다. 실마리를 풀었습니다. 맞습니다. 하나의 삼각형을 세 각을 보존하면서 자릅니다. 그리고 각의 끝이 모두 만나도록 모아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뭐지? 이 세 각이 합쳐져서 몇도를 만들어야 해?” 

 “180도요?” 

 “그럼 각도기 없이 180도를 잴 수 있는 방법은?” 

 “직선!”

 역시 주희입니다. 직선은 평각 즉 180도이지요. 자가 있는 친구는 좀 더 정확하게 잴 수 있겠지요? 자 위에 세 각을 잘 모아보면 세 각이 모여 직선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해 합니다. 각도기 없이도 우리는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근데요, 선생님! 이것도 초등학교 때 처럼 관찰한 거죠? 증명은 아니잖아요.”

 “맞아. 오늘 주희의 날이구나. 주희 말처럼 이것도 각도기만 사용 안했을 뿐이지 증명을 한 것은 아니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한 활동이 우리의 증명에 중요한 힌트를 많이 알려줬어. 직선 위에 세 각을 모은 이 실험 활동을 기호로 잘 나타내기만 하면 돼. 한 번 봐봐.” 

 칠판에 삼각형 하나를 그림니다. 그리고 각 꼭지점에 A, B, C 라고 이름을 붙여 줍니다. 증명을 하려면 도형에 이름을 붙여 줘야 합니다. 그냥 삼각형만 그려놓고는 증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야 각, 선분, 도형 모두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습니다. 

                   

                 A                          E

image.tiff

 B                             C                   D


그림과 같이 선분 BC의 연장선 위에 점 D를 잡고, 선분 AB에 평행한 직선을 점 C에서 긋고 그 위에  점E를 잡습니다. 우리는 선분 BC의 연장선으로 아까 실험했을 때 사용했던 자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각을 옮기기 위해 평행선을 그은 겁니다. 두 평행선 사이의 어떤 선분이 지나가면 우리는 동위각과 엇각을 발견할 수 있지요. 평행선 사이에서 동위각과 엇각의 크기가 같음은 중학교 1학년 때 배웠습니다. 이제 모든 세팅이 끝났습니다. 우린 쓰기만 하면 됩니다. 


삼각형 ABC에서 각ABC=각ECD 동위각으로 같습니다. 

각BAC=각ACE 엇각으로 갔습니다. 

각ACB는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삼각형의 세 내각을 각 C를 중심으로 모았더니 일직선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180도 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실험해 보았습니다. 그 실험을 다시 우리가 알고 있는 평행선의 성질과 직선 등을 이용해서 논리적으로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정리를 해볼까요? 


 증명은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먼저 벗어나야 합니다. 먼저 증명해야하는 명제를 인식해야 합니다. 그것이 명제인지,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이 끝나면 참인 명제를 느껴봐야 합니다. 정말 그 명제가 참인지 충분히 느낀 후 실험을 해봅니다. 접보어고, 보조선도 그어보고 알고 있는 다른 명제들을 활용하여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충분히 그런 시간을 가진 후 실험을 통해 명제를 확인했다면 그때 논리적으로 증명하면 됩니다. 즉 다른 사람에게 그 명제가 참임을 말해주는 겁니다.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도 일본에 사는 친구에게도 중국에 사는 친구에게도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매번 실험하고, 보여주지 않고도 우리는 그 명제가 참인지 세련되게 말해줄 수 있는 겁니다. 

 “선생님, 저 두가지 질문이 있어요. 일단 느끼고, 확인하고, 말하는 과정이 너무 길어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시험 공부 못할 것 같아요.” 

 “주희 말도 맞네. 그런데 일단 몇 가지 도형, 몇 가지 명제를 그렇게 해보고 나면 느끼는 시간과 실험 시간이 아주 짧게 단축될거야. 즉 몇 번의 노력을 하고 나면 너희들이 보조선을 찾는 감각이 살아나 금방 찾아낼 수 있게 되지. 이건 선생님이 확신할 수 있어!” 

 학생들이 배우는 증명은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스스로 느낌을 파악하고 나면 금방 보조선을 찾을 수 있습니다. 평행선, 연장선, 중선, 이등분선 등만 그려도 거의 80%는 성공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 더 질문해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근데 명제에서 가정과 결론이 뭐에요?” 

 “오, 선생님이 그거 말 안했어?” 

 

 가정과 결론은 명제의 구성요소입니다. 쉽게 ‘나는 우리반에서 가장 키가 작다.’라는 명제를 생각해보면 여기서 가정은 ‘나’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결론은 ‘가장 키가 작다.‘입니다.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180도 이다’의 가정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답이 나옵니다.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 삼각형의 세 내각?’ 가정 결론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이것도 많은 명제를 접하다 보면 감이 옵니다.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180도 이다.’의 명제에서 가정은 ‘어떤 도형은 삼각형이다.’ 입니다. 그리고 결론이 ‘세 내각의 합은 180도 이다.’ 입니다. 즉 문장에서 삼각형만 가정에 해당되는 것이지요. 가정과 결론이 구분되면 우린 가정과 결론 사이를 메꾸면 됩니다. 이때 순서는 상관 없습니다. 학생들은 꼭 가정을 써놓고 결론까지 어떻게 가나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결론을 뚫어지게 쳐다 보고 결론에 도달하려면 바로 윗 단계에서 어떤 조건이 나왔어야 할까 상상해 보고, 머리를 굴리는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가정과 결론 사이가 메꿔져 갑니다. 가정은 증명에서 꼭 활용하게 되는데 가정이 2개 있는 명제 같은 경우엔 정말 쉽게 증명이 됩니다. 이 내용은 다음 시간에 좀 더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면서 해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주희야, 궁금증이 조금 풀렸니?” 

 “네. 원래 도형 좋아하는데 증명하는 것도 좀 재밌을 것 같아요. 증명이 무조건 달달 외우는게 아니었네요.” 

 “그렇지. 우리 교과서에 나와있는 증명만 해도 20~30개 될텐데 이걸 어떻게 다 외워. 스스로 증명 방법을 찾아나가면 기억도 오래할 수 있고, 성취감도 있고 일석이조가 되겠다. 다른 친구들은 어땠어?” 


 여전히 어렵다는 친구도 있고, 아직 제 말을 반심반의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발이 좋습니다. 일단 증명이 싫다는 말은 없어졌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른 명제들도 다루면서 보조선 발견하는 친구에겐 맛있는 꿈틀이를 선물로 줘야겠습니다. 보조선을 발견하면 증명의 반은 이미 끝낸 셈이니까요. 느끼고, 보고, 말하라! 이 법칙으로 증명하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IP *.98.14.186

프로필 이미지
2013.01.16 18:37:37 *.154.223.199

정말로 학생들에게 꿈틀이 줬어요? 좋았겠다.

느끼고 보고 말하라고 도형 증명을 알려주는 세린선생님 멋져요.

언제부터 수학을 싫어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저는 대학에 간 걸로 만족^^

 

화이팅해서 얼른 책 써주세요. 저 옆에도 이런 수학책 기다리는 부장님 있어요.

그 부장님 딸램이 이제 중 2 되는데요, 제가 부장님한테 신세진 것이 많아요. 사다 드리면 엄청 기뻐하실 것 같아요.

세린은 잘 하실 거에요. 빠샤 msn03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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