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 조회 수 339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9년 2월 23일 07시 13분 등록

후배는 올해 스물 아홉 살입니다. 작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회사에 입사했지만 정직원은 아니고 계약직입니다. 그래서 주변의 동료들과 똑같이 일하지만 급여는 채 100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몇 번인가 좋아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냐고 물어 보았지만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 후배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월급을 좀 더 많이 받는 직업을 갖는 것이죠. 별다른 꿈이 없는 후배가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 입장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 후배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놀라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저를 찾아와 말해준 것이 고맙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만두려는 이유가 변리사가 되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변리사가 되려는 이유가 단순히 돈을 제일 잘 버는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저히 그냥 그렇게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서 변리사를 택한 결정은 또 다른 후회를 불러올 거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꿈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뚝딱 찾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또 그렇게 꿈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피를 토하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라고 겁도 주었습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적에 흔히 나오는 뻔한 조언들은 어느 하나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의 방황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후임자를 위해 한 달의 인수인계 기간을 정해두었지만 회사에 나오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습니다. 이미 마음이 떠났으니 사무실에 남아 있는 것은 그저 껍데기뿐이었습니다.

 

,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정말 실망스럽다. 그만둘 때 그만 두더라도 마무리는 잘해야지.”

 

며칠 동안의 무단 결근 끝에 모습을 드러낸 후배를 보자 모진 말들이 튀어나왔습니다. 가슴을 누르고 있던 배신감 때문에 자제력이 약해졌던 모양입니다. 고개를 떨군 채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녀석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가 가라앉지는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정해진 한 달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저녁 후배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

 

, 그냥 다니기로 했어요. 시말서와 반성문 쓰고 그냥 다니려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주제넘은 충고가 그의 날개를 꺾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제 막 날아보려는 그의 꿈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미안함이 밀려들었습니다. 아무런 말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입니다. 덕분에 조금 더 마음을 나눌 시간을 벌었으니까요. 여러분이 제 입장이라면 후배에게 무슨 말을 해줄 건가요?

오늘 아침에는 커피를 두 잔 타서 모질게 말했던 것에 대한 사과의 마음부터 건네보아야겠습니다.

 

 

IP *.96.12.130

프로필 이미지
날다
2009.02.23 11:54:11 *.75.237.101
이 분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제 입장이랑 비슷한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프네요..
자기가 뭘 원하는 지를 알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가슴 아프다는 걸 압니다.
끝없이 생각합니다. 내가 뭘 좋아할까?뭘 잘할까? 하루에도 수십번..해답은 나오지 않고..
낙담하며...좌절..좌절... 하지만 좌절 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려고 합니다.
끝없이 노력하고 찾으면 반드시 찾을 수 있을거라 믿음과 언제가는 나는 잘 될거라는 내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항상 생각하기에..지금은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라는 걸 알기에 오늘도 힘내서 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분도 잘 될겁니다.. 자기 꿈을 찾는 것을 놓지 않으면...
프로필 이미지
김영철
2009.02.24 22:56:01 *.29.105.130
시간을 벌었다는 말에 가슴 뭉쿨해졌고..저 역시 잘 될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선배님이 계셔서..조금더 시간이 지나면..후배님에게도 잘 맞는 직업을 찾을수
있을것 같은 희망이 보입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6 [월요편지 47] 아내, 내 인생의 로또(2/2) [1] 습관의 완성 2021.02.14 2032
615 [화요편지] 도무지 '현실' 같지 않은 현실 [8] 아난다 2021.02.16 1486
614 [목요편지] 내향적인 사람과 적극적인 삶 [1] 어니언 2021.02.18 1120
613 [용기충전소] Never too old [4] 김글리 2021.02.19 1597
612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결전의 날을 앞두고... [1] 알로하 2021.02.21 1889
611 [월요편지 48] 나도 가게를 열고 사장이 되었다 [1] 습관의 완성 2021.02.22 1878
610 [화요편지] 그녀가 다시 아이를 안을 수 있게 된 이유 아난다 2021.02.23 1146
609 산의 배반 [1] 장재용 2021.02.23 1108
608 [목요편지] 눈을 들어 숲을 보라 [1] 어니언 2021.02.25 1009
607 [용기충전소] 진짜 죄는 자신을 쓰지 않는 것 [4] 김글리 2021.02.26 1484
606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결전의 날이 끝난 뒤... [1] 알로하 2021.02.28 1776
605 [화요편지]매일의 수련, 나의 운명을 사랑하는 연습 [2] 아난다 2021.03.02 1728
604 지나간 봉우리는 잊어라 [3] 장재용 2021.03.02 1701
603 [목요편지] 새로운 시선으로 만날 수 있는 친구 [1] 어니언 2021.03.04 1921
602 [용기충전소] 분노는 나의 힘 [1] 김글리 2021.03.05 1750
601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2029년 2월, 하와이에서 [4] 알로하 2021.03.07 1620
600 [월요편지 49] 노력은 어떤 식으로든 자취를 남긴다 [1] 습관의 완성 2021.03.07 1769
599 [화요편지]기쁨의 뷔페레스토랑에서 생긴 일 [2] 아난다 2021.03.09 1361
598 아, 나는 지금 너희에게 가지 못한다 [4] 장재용 2021.03.09 1479
597 유머의 힘 [2] 어니언 2021.03.11 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