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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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회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reality)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는가(perception)가 훨씬 더 중요하다. 나는 지난 1년 간 줄리아 카메론의 책 <아티스트 웨이>를 참고서 삼아 모닝페이지를 썼다. 모닝페이지는 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의 모양새를 알기 위해 시작한 일종의 내면 여행이었다.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씨름했던 문제는 바로 남을 끈질기게 의식하는 나의 허영심이었다. 어떤 땐 내가 꾸는 꿈마저 내 자신 고유의 것이 아니었다. 내 완벽주의의 중심에도 허영은 교묘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허영은 경쟁이라는 엔진을 달고 나를 앞으로 나가게 만들기도 했지만, 정작 내가 ‘자기 자신’으로 커밍 아웃하는 것을 끈질기게 막는 방해꾼이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이번 주에 만난 젊은 세무사 정낙용씨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사업의 승부를 걸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잘 보이고자 하는 허영이 없었으며 그는 그런 것으로부터 제법 자유로와 보였다.
그의 나이 이제 36살이다. 2001년에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과 동시에 세무사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꾸준히 공부한 결과 3년 만인 2004년에 세무사 자격증을 땄고, 바로 개업했다. 성공을 이야기하기엔 그의 세무사 경력 4년은 너무 짧아보인다. 그 동안 눈에 띌 만한 엄청난 성과를 올린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여러가지 면에서 여타 세무사들과 다르다. 개업할 당시 그는 31살이었다. 사실 그 나이는 세무사란 직업이 먹히는 나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자기 식대로 걸었고, 어느새 중간 기착지에 도달했다. 작년부터 드디어 수익이 나기 시작했고, 단단히 기초를 다진 수익 기반은 서서히 그에게 성장의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그는 무대포 정신으로 일한다. ‘하면 되겠지, 안되면 다시 하면 되지’. 그는 절대 조급한 법이 없다. 승부를 빨리 내려고 달려드는 대신 그는 성심을 다해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린다. 지금 대하는 한 사람에게 성심을 다하면 그것은 다음 고객을 위한 씨앗이 된다. 그 씨앗은 싹터서 더 풍성한 열매로 보답할 것이란 걸 그는 알고 있다.
돈이 벌리지 않는 첫 3년 동안에도 그는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그의 무대포 정신이 양식으로 삼는 건 정직과 근면이다. 젊은 그가 정공법으로 일을 치고 나갈 수 있는 것은 허영 대신 그런 기본이 그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기본을 어릴 적에 아버지 밑에서 노가다를 하며 배웠다.
정낙용 세무사 인터뷰 전문 보기: http://www.bhgoo.com/zbxe/176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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