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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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냥 그 일을 하는 거다. 실패를 준비하며 핑계를 마련해두는 데 에너지를 쓸 게 아니라, 토 달지 말고, 그냥, 그 일을 하는 거, 그게 그 일을 가장 제대로 하는 법이다.
하면, 된다! 아님 말고.
이상한 남자 김어준이 쓴 ‘건투를 빈다’에 나온다. 지금 내게 딱 하고 싶은 얘기다.
어쩌다 보니 벌써 오늘이다. 일 끝내고 집에 와서 냉장고 뒤적거려 폭풍 흡입하고 숟가락 놨더니 에누리없이 자정이다. 월화수목 변함없는 나의 일상이다. 아, 불쌍하다.
1기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월요일부턴가 보다 했는데 가운데 박힌 목요일이었다. 왜 그러냐 안된다 할 새 없이 그냥 오늘이 되었다. 내일도 마찬가지로 자정일 테니 약속을 지키려면 오늘,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 그러나 내 머릿속엔 지우개만 가득하다. 아, 불행하다.
내 코너의 주제는 카페 다이어리.
첫날부터 주제 따로 내용 따로다. 제목을 왜 그리 지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때그때 달라요’로 하려고 했는데 그럴 걸 그랬다. 후회막심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카페’는 아니고 ‘다이어리’는 맞다. 오늘은 그냥 진짜 말 그대로 일기다. 일기를 여기 이곳, 변경연에, 게다가 ‘1기 연구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좋은 글’이라고 올리다니. 아, 대박이다.
날짜는 바뀌었지만, 아직 수요일 밤인 지금, 내 정신은 반짝반짝 빛난다. 다시 말하면, 정신만 그렇다는 얘기다. 눈은 오른쪽 왼쪽이 서로 사이좋게 윙크를 하고 있다. 온몸은 노골노골, 이불 속에만 들어가면 늦도록 꿈나라로 갈 것만 같다. 하지만 웬걸. 요즈음은 새벽에 잠이 깨면 또다시 정신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 와중에 외로움이나 그리움까지. 아, 미치겠다.
어쩌나? 꿈나라 얘길 했더니 바로 졸리다. 오늘은 그냥 일기니까 일기의 형식을 갖추자. 일기의 맨 끝은 역시 반성 모드다.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대고 깊이 반성한다. 꽃단장하고 첫인사 나누는 자리, 새로 시작되어서 설레야 할 시간에 머뭇거렸다. 서두르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실수를 선택했다. 머뭇거릴 시간에 차라리 실수하기! 아, 부끄럽다.
세상에.
쓰레기 같은 글을 올렸다.
올리긴 올렸는데 부끄럽고 창피해서 잠도 못 잘 것 같았다.
그래, 하루쯤 안 잔다고 하늘이 무너지겠어, 또 살아가겠지 뭐, 했는데, 알람이 울렸다.
부끄럽고 창피해도 잘 잤다는 얘기다. 아, 건강하다.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서 집을 나서면서부터 버스정류장, 점심, 저녁까지.
하품을 오만 번쯤 했다.
하품하다 나오는 눈물 닦다 울어 봤나? 아, 개운했다.
일주일에 한 꼭지를 쓴다는 것. 이를 어쩌나.
‘살다보면’에 ‘오리날다’를 6개월 올리고 나서 ‘마음편지’를 살짝 부러워했었다.
‘연구원 좋은 글’에 3주에 한 꼭지씩 보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 그랬었다.
그런데 이젠 질투 끄읕. 나는 아직 멀었다. 아, 존경한다.
그리고 세상에.
고마운 답글을 남겨주신 분들이라니.
아, 하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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