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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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동차를 파는 영업사원입니다.
작년 이 맘 때쯤 자전거로 출근을 하던 아침에 그와 처음 마주쳤습니다. 그는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사람과 차가 수없이 지나다니는 백화점 앞 사거리에 서 있었습니다. 키가 큰 그는 가슴에 자신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크게 써넣은 팻말을 안고 서서 지나가는 행인들과 차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습니다. 조금은 어색하고 부끄러운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쾌한 목소리가 아침 공기를 시원스레 갈랐습니다. ‘먹고 살기 참 어렵구나.’ 하는 안쓰러움과 동시에 ‘얼마나 가겠어?’ 하는 의구심이 일었습니다. 그는 그냥 조금 우스운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육 개월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중간에 동료로 보이는 늘씬한 아가씨가 원더우먼 옷을 입고 며칠 함께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졌습니다. 그녀는 이것이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스파이더맨은 가면이 있지만 원더우먼은 얼굴이 팔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하루씩 빠질 법도 한데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오른손에는 자신과 똑 같은 모습을 한 작은 인형도 들려있었습니다. 제법 능숙하게 손을 흔들며 리드미컬하게 인사를 날리는 그의 모습이 아주 경쾌해졌습니다.
그렇게 그에 대해 조금씩 궁금한 마음이 들 무렵 저는 자전거 출퇴근을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대략 육 개월 정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습니다. 겨울이라서 날이 추웠고, 바빠진 회사일과 번역 마감에 쫓겨서 피곤했습니다. 이유가 생겨서 안탄 건지 아니면 안타겠다고 마음 먹으니 핑계가 생긴 건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실 타야겠다는 마음은 늘 있었습니다. 잘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덕분에 한번 멈추면 다시 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미루고 또 미루다가 결국은 불어난 체중 때문에 더는 버틸 수가 없어서 자전거를 끌고 길을 나섰습니다. 한참을 달리다가 사거리 신호등에 걸려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드는 순간 저 건너편에 서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슴이 쿵!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습니다. 제가 온갖 핑계를 남발하며 주저앉아있던 시간에도 그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추운 아침 칼바람을 견디려고 목도리를 했는지 그 언저리가 불룩합니다. 놀라움과 반가움 그리고 고마움이 교차하는 찰나에 저 너머로부터 그의 밝은 목소리가 날아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자전거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명함을 한 장 달라 했습니다. 아직 차를 바꿀 때는 아니지만 바꿔야 한다면 그에게 연락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쉽지만은 않았을 그의 일 년이 처음에는 그를 우습게 생각했던 제 마음마저 통째로 녹여버렸습니다. 평범한 일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빼어남이 아니라 꾸준함이라는 진리를 오늘 새삼 깨닫습니다. 가진 것은 끈기뿐이라던 누군가의 너스레가 세상을 다 가졌다는 자랑처럼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그가 참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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