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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7일 08시 15분 등록

그는 30 년간 칼을 다뤄 온 사람입니다. 검고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으며 몸은 조각처럼 다듬어져 아름답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세었지만 숱이 많아 종종 뒷꼭지를 묶어 꽁지머리를 하고 다니거나 잘 웨이브를 먹여 빗어 넘깁니다. 날씨 쌀쌀한 날 그가 가벼운 코트라도 걸치고 나타나면 여자들이 안보는 척 하면서 그를 쳐다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에게는 무사와 선비가 잘 조화된 듯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세계를 누비며 오래동안 칼로 겨루어 온 세월 때문에 숫하게 다치기도 했지만 정말 그를 못견디게 괴롭힌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였던 모양입니다. 나를 처음 만난 것이 몇 년 전인데, 그는 나를 만나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마음 속 말을 전하려고 애썼습니다. 나는 오래도록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잘 알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말은 안개 같습니다. 나는 안개 자욱한 숲 속에 들어가 한 두 시간 씩 천천히 걷다 돌아 온 듯했습니다. 종종 어느 지점에서는 안개가 진액처럼 짙어 지기도 하고 또 어느 지점에서는 노을처럼 붉게 타오르는 듯했습니다. 나는 그가 가슴 속에 가득한 울분을 끊임없이 토해내는 것이 그가 살아나는 방법이라 여겼습니다. 어떤 때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위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사람은 가장 무서운 칼입니다. 날카로운 칼 앞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두려움 없이 싸울 수 있지만 신뢰를 져버리는 어둠 속의 칼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에게서 얻은 상처는 그 상처를 준 사람이 가장 잘 치료해 줄 수 있습니다. 칼로 찌른 사람이 그 칼로 상대의 상처를 치유할 수 밖에 없는 것, 이것이 사람 사이의 일인 듯합니다. 사랑이 그렇고, 우정이 그렇고, 모든 신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화해가 그렇게 따뜻한 것인가 봅니다. 그 역시 오랫동안 분노에 휩싸였고 그때 그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입을 열어 가슴 가득한 안개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 말입니다.

오늘 아침 그에게 짧은 편지를 씁니다.
"나는 그대가 감나무 한 그루를 옮겨 심을 때 알게 되었다. 칼을 잡은 손에 삽을 잡아도 그 삽이 칼처럼 정교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대는 이제 마음 속에 좋은 나무를 심을 수 있다. 그대가 판 구덩이가 깊어 뿌리가 큰 커다란 나무를 심을 수 있다. 나는 돌밭을 파던 그대를 기억한다. 비가 내리고 흙이 젖으면 언제고 아름다운 나무를 심을 수 있다. 네 나무는 잎이 무성할 것이다. "

* 공지사항

4월 18일 부터 20일 까지 2 박 3일 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홈페이지(www.bhgoo.com)의 '프로그램 안내'를 참고 하여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참가인원은 10명 이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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