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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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하는 소셜 디자이너 스쿨(Social Designer School)의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준비된 강연과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자정이 한참 지난 시간까지도 수십 명의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커다란 방의 벽을 따라 길게 둘러 앉았습니다. 십 대의 여고생부터 오십 대의 전직 변호사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셈입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듯 늦은 시간까지 한 자리에 잡아두었을까요?
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시작했습니다. 임신한 아내의 손을 잡고 함께 온 휴대폰 설계 기술자도 있었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고 싶은 명상 치료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운동가도 있었고,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한 켤레를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맨발의 어린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사업가도 있었습니다. 각자 하는 일은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평범한 사람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제 마음을 사로 잡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서른을 갓 넘긴 듯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사내였습니다. 그는 명함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특이한 재질의 명함을 만드는 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그는 명함이 필요하지만 정작 가질 수는 없었던 사람을 위해 명함을 만든답니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주부들, 회사를 그만둔 은퇴자들, 언젠가 이루어질 꿈을 품고 사는 사람들. 이들 모두가 그의 고객입니다. 명함에 새겨 넣을 문구를 직접 만들어주기도 한답니다. 주부들에게는 ‘가정행복설계사’라는 직함을, 마라톤 완주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42.195Km 도전 중’이라는 목표를 새겨주는 식입니다. 근사하지요?
또 한 사람은 당당한 말투와 수줍은 미소가 묘하게 어울리는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녀는 현수막과 광고판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녀로 인해 지하철에서 번쩍이다 버려진 광고판은 명함 지갑으로 다시 태어나고, 전봇대 사이에 잠시 걸렸다 떨어진 현수막은 세상에 하나뿐인 개성 넘치는 가방으로 새 생명을 얻습니다. 그녀의 사업은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환경재해나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모집하고 분야에 상관없이 후원을 한답니다. 회사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잃지 않는 그녀의 올곧음에 저는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모두 매력 있지요? 노자는 ‘문밖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안다.(不出戶 知天下)’라고 했는데, 저는 문밖을 나서고야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책을 덮고 한 걸음 나서니 사람을 통해 배우게 되네요.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내내 가슴을 무겁게 누르던 불편함의 정체가 내가 살고 있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가꾸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적 채무였음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매번 나와 내 가족의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려 그 너머를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제게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해 정신이 번쩍 드는 가르침을 전해주었습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에릭 홉스봄의 이야기를 곱씹게 되는 아침입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하루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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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시작했습니다. 임신한 아내의 손을 잡고 함께 온 휴대폰 설계 기술자도 있었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고 싶은 명상 치료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운동가도 있었고,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한 켤레를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맨발의 어린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사업가도 있었습니다. 각자 하는 일은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평범한 사람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제 마음을 사로 잡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서른을 갓 넘긴 듯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사내였습니다. 그는 명함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특이한 재질의 명함을 만드는 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그는 명함이 필요하지만 정작 가질 수는 없었던 사람을 위해 명함을 만든답니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주부들, 회사를 그만둔 은퇴자들, 언젠가 이루어질 꿈을 품고 사는 사람들. 이들 모두가 그의 고객입니다. 명함에 새겨 넣을 문구를 직접 만들어주기도 한답니다. 주부들에게는 ‘가정행복설계사’라는 직함을, 마라톤 완주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42.195Km 도전 중’이라는 목표를 새겨주는 식입니다. 근사하지요?
또 한 사람은 당당한 말투와 수줍은 미소가 묘하게 어울리는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녀는 현수막과 광고판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녀로 인해 지하철에서 번쩍이다 버려진 광고판은 명함 지갑으로 다시 태어나고, 전봇대 사이에 잠시 걸렸다 떨어진 현수막은 세상에 하나뿐인 개성 넘치는 가방으로 새 생명을 얻습니다. 그녀의 사업은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환경재해나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모집하고 분야에 상관없이 후원을 한답니다. 회사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잃지 않는 그녀의 올곧음에 저는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모두 매력 있지요? 노자는 ‘문밖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안다.(不出戶 知天下)’라고 했는데, 저는 문밖을 나서고야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책을 덮고 한 걸음 나서니 사람을 통해 배우게 되네요.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내내 가슴을 무겁게 누르던 불편함의 정체가 내가 살고 있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가꾸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적 채무였음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매번 나와 내 가족의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려 그 너머를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제게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해 정신이 번쩍 드는 가르침을 전해주었습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에릭 홉스봄의 이야기를 곱씹게 되는 아침입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하루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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