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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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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3일 12시 03분 등록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꽃보다 남자’가 얼마 전 종영됐습니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누나 부대의 열렬한 지지 속에 숱한 화제와 뉴스거리를 만들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민호’라는 대형 신인의 탄생이었습니다. ‘구준표’라는 극중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그는 한마디로 훤칠합니다. 함께 출연한 꽃미남 배우들보다도 주먹 하나쯤 큰 키와 굽슬굽슬한 파마머리 덕분에 그는 단연 돋보입니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던 그는 단숨에 인기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란 말이 마치 그를 위한 옷처럼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말 그럴까요?

산악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면 두 부류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비 오듯 땀을 쏟으며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입니다. “제 정신이야?”, “저 짓을 왜 할까?”, “때려죽여도 난 못한다.” 등등 참 다양하기도 합니다. 간혹 감탄과 격려의 목소리도 섞이지만 그런 고마운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은 자전거로 내리막을 질주하는 순간에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바람 같은 자전거의 질주에 환호를 보냅니다. 힘겹게 걷고 있는 자신들을 순식간에 스쳐서 내리막을 미끄러지는 제게 “얼마나 좋을까?”, “나도 타봤으면 좋겠다.”라는 말들을 쏟아냅니다.

오르막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리막에서 기다리고 있는 짜릿한 쾌감을 알지 못합니다. 반대로 내리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순간을 위해 힘겹게 산을 오르며 흘린 땀의 크기를 쉽게 간과합니다. 두 부류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그저 무심하게 반응하는 똑 같은 사람들이지요. 삶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변방에 머무를 때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대한 책임을 유기하고, 관찰자의 처지에 머무르게 됩니다. 오르고 내리는 여정 속에 삶의 정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관찰자의 자리에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진짜 삶이 그 속에 있는 거지요.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누리꾼들은 사랑스러운 신인 배우의 과거를 샅샅이 캐냈습니다. 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석구석에서 ‘이민호’의 과거를 귀신처럼 찾아냈습니다. 그렇게 발견된 그의 과거를 살펴보니 재미있는 자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촌스러운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하고 찍은 각종 화보들, 이전에 출연했던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들, 그리고 유명 여배우 옆에서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조연으로 출연했던 CF 클립까지……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생각했던 운 좋은 신인의 필모그래피가 만만치 않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았을 과거를 묵묵히 지나온 그의 땀냄새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그렇군요. 어쩌면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요. 혹시 그거 아세요? 드라마에 등장했던 ‘구준표’의 아버지 이름이 ‘구본형’이라네요. 하하~ 기분 한 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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