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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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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2일 12시 29분 등록

흰색의 린넨 블라우스와 청바지, 차양이 넓은 모자를 쓴 그녀는 몇 시간째 자리를 지키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등 뒤로 가서 작업에 몰두 하고 있는 그림을 살펴봅니다. 강가에 앉아 있길래 강의 풍경을 그리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인물화입니다.

캔버스안의 초로의 여인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그림속의 여인이 누구인가 물었습니다. 그녀는 예의 부드러운 표정으로 ‘어머니’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유난히 클로즈업 된 손의 손마디가 굵은 그림속 여인은 짐작컨대 살아오는 동안 일을 놓지 못했을 것입니다. 열심히 작업하고 있던 그녀가 내게 들려 준 이야기는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온 편지였습니다.



칼럼: 그녀의 편지 보기 클릭

워킹 맘이 늘어나면서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 여자를 알파걸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역할이 나뉘다 보니 만능 해결사여야 하는 엄마의 역할에 한계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기쁨보다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 엄마역할이 더 크게 느껴져서 결혼을 미루는 세대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엄마가 되기 전에 ‘엄마’ 라고 부를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 세상에 폼 나는 명품가방보다 더 든든한 ‘빽’ 이 있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 보니 아무리 큰 아이를 두었어도 아이가 ‘엄마’ 라고 부르면 자다가도 자동 센서에 감지된 듯 벌떡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또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 해도, 날씨에 따라, 상황에 따라 체력을 분배해야 하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게 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무리 다른 일로, 체력이 달려도 아무리 큰 아이라 하더라도, ‘엄마’ 라고 부르면 혼신을 다해 벌떡 일어나 알은체를 해줘야겠다고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엄마’ 라는 뜻이 단순한 관계의 호칭이 아닌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함축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다시 인식합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수많은 양보와 끝없는 배려의 인내심을 기르게 합니다. 한 개인의 역사로 본다면 지금까지 ‘내’가 중심이었던 세상의 지평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넓어지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연습이 없었던 엄마의 역할에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이 늘 목마른 상태, 불충분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 오늘 저의 숙제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빠의 역할도 엄마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노력하는 남자 분들을 부쩍 주변에서 많이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이 균형이 토양이 되는 가정에서 잘 자라나는 아이들. 글로만 보아도 이상적인 행복한 가정이 그려집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께 드리고 싶은 말, 우리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져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후일 그녀가 엄마가 되면 아주 멋진 엄마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졌습니다. 그녀의 엄마에 대해서 생각했던 만큼, 그녀는 이미 엄마의 역할에 대해 워밍업의 시간을 가진 것이 될테니까요. 그녀가 초상화를 완성해서 어머니께 드리면, 손마디 굵은 그녀의 어머니는 세상의 어떤 어머니보다 기쁘시겠지요.
초상화를 그리며 내내 어머니를 생각했을 그녀의 마음이 어머니께 갑절로 전해지겠지요.

빨강머리앤의 편지였습니다. 행복한 한 주 지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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