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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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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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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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4일 06시 38분 등록

변화경영연구소에는 일주일에 두 번 와서 일을 도와주는 아줌마가 한 분 계십니다. 일인기업가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사무실이 바로 집입니다. 청소를 해주고 빨래를 해주고 내가 잘 못하는 집안일을 도와줍니다. 나는 이 아줌마를 마리아 아줌마라고 부릅니다. 변화경영연구소의 파트타임 직원인 셈이지요.

이른 살이 훌쩍 넘으셨지만 어찌나 밝고 손이 빠른지 모릅니다. 이 집에 이사 오고 난 다음부터 일을 도와 주셨으니 벌써 8년 째 함께 일합니다. 나를 늘 '선상님'이라고 부릅니다. 출근하는 날 아침이면 늘 밝게 웃으며 '선상님, 안녕하셨어요? "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내가 대답합니다. " 마리아 아줌마,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있으세요 ? 분홍색 옷이 멋져요" 그러면 무척 좋아 합니다. 마리아 아줌마는 우리 집으로 출근하는 날이 제일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천성이 아주 밝게 태어났지만, 마리아 아줌마에게는 살며 겪어야했던 아픈 일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아주 총명하고 어머니를 끔찍이 아끼는 큰 아들을 젊은 나이에 사고로 잃게 되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암에 걸렸습니다. 아직까지는 마리아 아줌마의 어머니 힘이 그의 건강을 붙들어두고 있습니다. 남편은 젊어서 잠시 학교선생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 후 하는 일이 별로 없이 늘 집에 있답니다. 요즈음은 덜하지만 그 긴 세월 술을 즐겼고, 술이 취하면 정성껏 담궈 놓은 장독을 때려 부수기 일쑤였다 합니다. 딸이 넷이나 됩니다. 어머니의 고됨을 알고 많은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또한 자식이 많아 종종 걱정과 염려를 끼치기도 합니다.

참 신기한 것은 마리아 아줌마의 얼굴이 늘 밝게 웃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슬픔을 주실 때는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힘도 같이 주시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마리아 아줌마는 두 가지의 굳은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내가 듣고 내게 웃으며 전해 주었습니다.

"부모만 빼놓고는 다 돈으로 살 수 있다" 이것이 첫째입니다. 마리아 아줌마가 번 돈에는 모두 그녀의 땀이 들어 있습니다. 땀이 묻지 않은 돈은 그녀의 돈이 아닙니다.

"늙으면 얼굴 예쁘고 많이 배운 것 다 쓸데없다. 건강이 최고다" 이것이 둘째입니다. 나는 이것을 '마리아의 실전철학'이라고 부릅니다. 군더더기 없이 확실하고 귀여운 철학입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지만 인생에서 몸으로 체득한 배움입니다.

오늘 마리아 아줌마에게 짧은 편지를 씁니다.

"마리아 아줌마, 내 지저분한 책상을 깨끗이 치워주어서 감사합니다. 깨끗이 빨은 빨래를 햇빛에 너는 모습은 참 멋집니다. 깨끗이 빤 옷을 입으면 새 날이 햇빛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랍니다. 앞으로는 힘든 일이 많지 않을 겁니다. 그 모진 일들을 견뎠으니 이제 기쁜 일만이 가득 할 것입니다. 나이가 더 많아 일을 하지 못하게 될 때라도 '선상님' 집에 종종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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