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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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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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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9일 09시 36분 등록
지금 그녀는: 희곡 작가로 작품 준비 중
이전의 그녀는: LA와 하와이 라디오코리아 방송작가, 프리랜서 여행작가
전환의 나이: 59세

류 강, 그녀는 49년생 소띠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별로 주름이 없습니다. 그녀 몸을 타고 흘러나오는 미소와 아우라만 보면 그녀는 딱 이팔 청춘입니다. 그녀는 칠 남매의 외동딸로 자랐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교사의 박봉에도 월급날이면 어김없이 중국 음식으로 가족들을 포식시키는 낭만주의자였습니다. 동네의 허름한 중국집, 삐걱거리던 2층 계단의 기억은 취흥에 젖은 아버지의 행복한 표정과 함께 그녀의 유년의 추억으로 들어가는 마법의 열쇠입니다.

마법의 열쇠를 열고 그녀의 추억 상자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책을 읽는 조숙한 여자 아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여자 아이의 등 뒤에는 엄하고 무섭지만 문학을 이야기할 때마다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던 아버지가 있고,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오뚜기처럼 일어서던 어머니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팔에는 한 아름 세계문학전집이 들려 있습니다. 덕분에 그 여자아이는 식을 줄 모르는 지적 호기심으로 책 속을 신나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음미하며 읽는 동안 그녀는 주인공들의 세계에 푹 빠져 그들보다 더 애틋하게 사랑을 하고 더 신나게 모험을 했습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하며,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그녀의 성품은 책이 빚어낸 성과입니다. 그녀는 그런 성품으로 모진 삶을 명랑하게 이겨냈습니다.

동생들 때문에 대학을 포기해야 했지만 그녀는 결국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고생하지 말라고 골라서 시집 보낸 결혼이 활달한 그녀에게는 울타리 없는 감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다시 서울예전 문창과에 들어가 소망한대로 희곡 작가가 되었습니다. 뮤지컬 1세대, 잘나가는 작가로 자리매김할 즈음, 그녀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문학을 가슴에 묻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만 데리고 떠난 미국 이민, 아이들 교육이 절대적 이유였지만 ‘자신’으로 살아갈 자유를 얻고 싶은 갈망이 그 속에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생활은 낭만이 아니라 더 지독한 현실이었고, 그녀는 자유를 얻는 대신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라디오 코리아 방송 작가 일이 우연처럼 다가왔고, 그 일로 그녀는 영주권을 얻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자리를 잡아갈 즈음, 그녀는 가장 가까운 이가 보낸 배반의 장미를 묵묵히 받아야 했습니다.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을 길이 없어 죽으려고 간 하와이에서 그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랑도 보내주었습니다. 조용히 침묵하며 지내던 그녀에게 배반의 장미를 던졌던 아이들의 아빠가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이유를 묻지 않고 그의 가슴을 용서의 이불로 덮었습니다.

어언 20여년의 미국생활을 접고 그녀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미국은 그녀가 생을 마감할 땅은 아니었습니다. 인생의 한 고비 뿐 아니라, 정신 세계의 한 고비도 훌쩍 넘어버린 그녀는 이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자신을 찾아’ 고국의 대지 위에 섰습니다. 작가로서의 삶은 그녀의 숙명입니다. 다만 육십 평생 다른 인생들에게 아낌없이 주느라 그 숙명에 응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세월의 부침 따라 많은 것이 바뀌어 버린 고국, 그러나 그녀는 한 순간도 자신 앞에 놓인 것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 푸른 열정으로 그녀는 남은 생애, 가장 멋진 자신으로 불타오를 것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류강의 인터뷰 전문 보기: http://www.bhgoo.com/zbxe/19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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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많은 행사와,계속되는 공연단 연주투어로 지방에 있었습니다. 긴호흡으로 써야하는 글을 차분히 앉아 쓸 시간을 내지 못해, 하루 늦은 편지를 보냅니다. 양해를 구하며, 염려해준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도 아울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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