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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30일 04시 46분 등록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길거리에서였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경복궁역 사거리와 사직 공원 사이에 육교가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참석하기 위해 그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우리를 한참 기다리게 한 다음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처음 만남이 지각과 기다림이었지만 나는 그녀가 천성이 매우 밝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내 마음에 들어 온 것은 남해에서 였습니다. 연구원 첫 모임에서였지요. 여러 사람들이 발표를 하고 그녀가 발표를 할 차례가 되었는데, 그녀는 느닷없이 내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거기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다 이 돌출행위에 뜨악했고 나도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매우 진지했습니다. 아마 선생에게 예를 갖춰 스스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언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그녀가 매우 자기 의식에 충실하며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그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홈페이지의 논쟁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매우 많이 남겼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공적 공간에 나타난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로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몇몇 사람들이 자제를 요청했지만 그녀는 반발했습니다. 그녀는 그것이 세상에 자신을 표현하는 자유라고 여겼습니다. 나는 그녀의 사나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스로 고삐를 잘 채우기만 하면 천리를 달리는 말처럼 아주 멀리 갈 수 있는 기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녀에게는 깊은 상처와 후회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것이기도 하고 또 얼마만큼은 스스로 만든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살며 우리는 스스로의 어리석음 때문에 어깨에 질 수 없는 회한을 남기기도 하니까요. 어리석음이 낳은 상처로 어리석음을 고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이니 배움은 언제나 뼈아픈 대가를 원합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봅니다.

사월이 무르익어가는 날, 그녀에게 짧은 편지를 씁니다.

" 그대가 웃고 떠들면 주위가 환해진다. 몇 년을 같이 웃고 마시고 떠들고 공부하는 동안 그대는 나를 늘 밝게 해 주었다. 어둠이 따라온다 한들 그대의 밝음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대는 스스로를 '써니'라고 부르니, 이미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 힘으로 혼자 있을 때의 어둠과 외로움을 견디거라. 이윽고 다른 사람의 어둠마저 몰아내는 '써니의 집'을 세상에 세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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