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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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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1일 11시 46분 등록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사실 위험하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권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전거를 통한 녹색 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먼 나라 뉴스처럼 느껴집니다.

자전거를 끌고 거리로 나서면 일단 엄청난 덩치로 시야를 방해하는 버스가 골치거리입니다. 정거장마다 급히 멈춰서 승객을 내리고 태우는 버스의 움직임을 주시하지 않으면 사고가 벌어지기 십상입니다. 쉴 새 없이 차선을 바꾸고 급제동과 가속을 반복하는 택시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정지한 택시에서 승객이 문을 열고 내리는 타이밍을 놓치면 아찔한 순간이 연출됩니다. 빼놓을 수 없는 상대가 또 있지요. 오토바이는 자전거에게 악몽과도 같습니다. 자전거와 비슷한 경로로 달리면서도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뒤엉켜서 무서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끝이면 좋을 텐데,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신호가 미처 바뀌기도 전에 횡단보도로 내려서는 행인들,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방치된 도로의 크랙, 도로변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차들과 광고물들까지, 하나하나 따지자면 끝이 없습니다. 정말 자전거를 타고 회사로 향하는 길은 위험천만한 상황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자전거를 계속 타냐고 다시 묻습니다. 글쎄요.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굳이 비결을 말하자면 여러 해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차량과 사람 그리고 신호 속에서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흐름을 타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거지요. 그리고 그 속에서 자전거 타는 진짜 맛을 알아가고 있기에 자전거 타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물론 고비도 있었습니다. 공사장 주변에 떨어져있던 파이프를 타고 넘다가 쓰러지는 바람에 걷기도 힘들만큼 다리를 크게 다치기도 했고요. 자전거로 한계령을 넘다가 벌어진 사고로 회사를 한달 가량 못나가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마음 편지에 썼던 버스와의 충돌을 포함한 차량과의 사고는 일일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그런 사고를 겪을 때마다 자전거는 나와 궁합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사고로 생긴 상처와 공포로 인해 한동안은 자전거를 탈 수 없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시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타니까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멈춰버렸더라면 실패로 새겨졌을 사고의 기억들이 크고 작은 깨달음을 남긴 의미 있는 경험들로 변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란 없는 모양입니다. 지금 제가 지난 사고들을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날카로운 한 마디와 ‘자장면 먹고 한번 체했다고 다신 안 먹을 거냐?’며 다쳐서 누워있던 제게 새 자전거 옷을 선물해주셨던 어머니의 미소가 뜨끈하게 어우러지는 아침입니다.

포기하겠습니까? 아니면 계속 나아지겠습니까?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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