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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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나의 오두막 벽돌 구멍 속에서 태어난 어린 박새들이 집을 박차고 떠난 날입니다. 대략 다섯 마리 정도인 듯 했습니다. 알에서 부화해 동그란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민 애기 박새들의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둥지를 떠나기 전 광활한 세상으로 날아가기가 두려웠던지 그들은 세상을 한참 동안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엄마 박새와 아빠 박새는 전깃줄과 마당의 배롱나무 가지를 오가며 쯔비- 쯔비- 응원가를 불러대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에 어린 새들의 모습을 본 산이와 바다는 사냥 본능이 일어서는지 마구 짖어대며 몸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아기 박새 한 마리가 드디어 그 작은 날개를 펼쳐 밖으로 날아올랐습니다.
하지만 푸른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던 박새가 이내 방향을 돌려 거실 유리창 쪽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머리를 부딪히고 마루에 떨어졌습니다. 으르렁대며 날뛰고 있는 풍산개 두 마리가 무서워 당황했던 모양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어린 새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나는 달려드는 산이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파리채를 휘두르며 마루로 뛰쳐나갔습니다. 그 어린 박새는 마루에 놓인 종이상자 뒤에 숨어 푸드득거렸고 엄마 새와 아빠 새의 울음소리도 숨가빴습니다.
어린 박새는 다행이 마당의 매실나무로 날아올라 몸을 숨길 수 있었고 이내 북쪽의 숲을 향해 다시 날아올랐습니다. 20미터쯤 날아간 새는 다시 밭둑 주변의 묵은 억새꽃대에 앉으려다 떨어졌습니다. 엄마 새가 녀석을 향해 날아가더니 마치 견인이라도 하듯 숲 속으로 길을 안내했습니다. 나머지 형제 새들도 차례차례 날아올랐습니다. 그들의 첫 비행은 서툴렀습니다. 모두가 20여 미터씩을 나누어 날며 숲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숲은 곧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둥지를 떠나 숲의 세상으로 가는 시간대를 저녁 무렵으로 삼는 것은 어쩌면 작고 여린 새들이 지닌 습관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비행의 서툰 몸짓이 위험하기에 이내 내리는 어둠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에서 깨어나고, 그 좁은 공간에서 자라 둥지를 떠나는 저들의 첫 비행은 모든 생명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꿈을 향한 여정입니다. 비록 작고 작은 새지만 저들이 삼킬 애벌레와 다양한 씨앗들, 저들이 싸댈 똥, 그리고 저들이 부를 노랫소리가 지속될 수 있어 숲은 더욱 깊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소나무만이 사는 숲이 숲일 수 없듯, 크고 번듯한 새들만이 사는 숲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작고 겁 많고 재잘대는 새들도 있어야 더 많은 초목이 번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숲일 수 있습니다.
모두가 떠난 벽돌 속 빈 집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저들이 천수를 누리며 이 숲을 비행하고 맘껏 살아갈 수 있기를 염원했습니다. 모든 생명 주어진 자들의 삶이 특별히 무도하고 비열한 욕망들에 의해 유린되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푸른 숲의 꿈을 향해 박새 날아오르던 날, 나는 그렇게 빌었습니다. 부디 저들의 숲이 비열한 사람의 숲과 같지 않기를!

후배들에게 화를 잘 내는 선배가 되었습니다.
제가 늘 품고 가르치던 후배들이 이제는 스스로 일을 너무도 재밌게 잘 하는 모습을 보며
왜 서운한지, 왜 질투가 나는지, 왜 쓸쓸한지 ...
일찍 일어난 참에
뒷산 최선생님 텃밭이 궁굼하여 올랐더니
감자꽃, 호박꽃, 상추, 도마토 쑥갓등 온통 땅이 초록세상이 되어있었습니다.
텃밭에 앉아 부끄러워했습니다.
부모가 혹은 선배가 된다는 건 땅이 되는 건가도 생각해 봅니다.
세월은 정말 큰 스승입니다.
절로 절로 가르칩니다.
지금은 한발짝씩 뒤로 물러 나 앉는 연습을 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자꾸 자꾸 멀어져서 별이 되신 권정생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땅이 멀어지면 하늘이 되는건가 ...
덕분에 언제나 궁리끝에 미소로 답을 얻는 편지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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