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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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여인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서로 충돌하는 트럭 사이에 끼이게 된 것인데 범퍼끼리 부딪히는 순간 몸을 엎드려 살게 되었습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게된 것이지요. 트럭 사이에서 기어 나왔을 때, 이제껏 살았던 그녀의 삶이 뚝 떨어져 나가고 그녀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습니다.
삶을 만들어 내는 것은 죽음입니다. 낡은 것의 재생이 아니라 새로운 것의 탄생은 언제나 죽음을 통해 이루어 집니다. 이것을 팔링게네시아 palingenesia, 즉 '거듭남' 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영혼 안에서 또 사회의 내부에서 끊임없는 탄생이 재현될 때, 우리는 이 땅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번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변화입니다. 죽음을 삶으로써 이해하는 것이지요.
유난히 꽃이 아름다운 올 봄, 우리 사회는 많은 아까운 죽음을 겪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고, 장영희 교수가 작고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습니다. 이 죽음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재생을 위한 비옥한 토양으로 쓰이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삶의 슬픔에 기쁘게 참여하는 것' * 1을 뜻할 것입니다.
공지사항 : 그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함'이라는 주제로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특별한 단면들을 스케치해 보았습니다. 다음 주 부터는 변화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어 볼까 합니다. 특히 신화와 자기 경영을 연결하여, '신화 경영 이야기' 라고 불러 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1 이 말은 비교종교학자이며 신화학자인 죠셉 캠벨의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