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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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낼 테니까 맞춰보세요.
제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거리는 왕복 40km 정도이고, 제 동료는 그 절반 정도 됩니다. 둘 다 지난 3월부터 자전거 출퇴근을 다시 시작했으니까 거의 100일쯤 자전거를 탄 셈인데요. 여기서 문제 나갑니다. 그 기간 동안 제 동료는 거의 10kg 가까이 감량에 성공한 반면 저는 고작 2~3kg 남짓 빠지는데 그쳤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이 문제를 주변 사람들에게 던졌더니 다양한 대답들이 돌아왔습니다. 어떤 이는 제 동료가 출퇴근하는 길이 더 험하지 않냐고 했고요. 또 다른 이는 제 동료가 거리는 짧지만 빠른 속도로 달리며 운동 강도를 높인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혹자는 체질이 달라서 그렇다고도 하더라고요. 모두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시스템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중에 ‘평균 무고장 시간(MTBF: Mean Time Between Failur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스템이 한번 작동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요. 요즘 한참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몰입’이 이와 비슷할 듯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집중을 유지한 채로 작업을 하는 것이 성과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시스템의 신뢰도를 측정하는데 있어 MTBF와 더불어 꼭 따져보아야 할 지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평균 수리 시간(MTTR: Mean Time To Repair)’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 지표는 고장이 생겼을 때 얼마나 빨리 수리를 하고 다시 정상 상태로 돌아오는가를 의미합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 잘 작동되던 시스템도 고장이 났을 때 수리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면 결국 높은 효율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은 자명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제법 먼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사실을 알릴 때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얼마나 자주 타는지에 대한 부분은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고, 그 핑계로 일주일에 고작 2~3번밖에 탈 수가 없었습니다. 반면에 제 동료는 오히려 거리가 짧아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탈 수 있었던 거지요. 결국 ‘하루에 얼마나 하는가’보다 ‘하루도 빼지 않고 하는가’가 더 중요했던 겁니다. 내일도 오늘만큼 할 수 없다면 그저 벼락치기일 뿐입니다.
마음 편지를 떠나 보내기에 앞서 아내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보았더니 불쑥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오빠는 밥을 많이 먹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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