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지희
- 조회 수 3936
- 댓글 수 4
- 추천 수 0
이제 막 여름으로 접어들어 햇살이 뜨거운 오후 한 시. 아파트 상가의 후미진 곳에 세워둔 수레를 끄는 초로의 아주머니가 있습니다. 건축된 지 25년이나 되는 아파트 초입에 수레를 세워두고 그녀는 포장을 걷습니다. 개점할 장사 준비에 바쁜 그녀는 이 십 여년간 그 자리에서 떡볶이와 오뎅 장사를 했습니다. 제가 그 동네에 살면서 그녀를 지켜 본 지도 십 여 년이 지났지요. 저희가 잠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을 때도 아이는 종종 그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 년 후, 다시 이사를 온 곳은 그 옆 동네임에도 아이는 버스를 타고 그 떡볶이를 먹으러 가곤 합니다. 그런 아이를 따라 저도 길가에 선 채로 떡볶이를 먹습니다.
그곳에 서 있노라면, 아주머니의 자녀들과 함께 자란 청년들이 지나다가 정장을 한 채 떡볶이를 주문해 먹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누군누구와 선을 봤으며, 초등학교 동창끼리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아주머니에게 전하기도 합니다. 아주머니는 그 청년들에게 자신의 집을 찾아 온 아이들의 친구를 대접하듯 후하게 떡볶이 인심을 씁니다. 옹색한 좌판임에도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그 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주머니 곁에는 지인이 늘 함께 서 있습니다. 또한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한 곳을 지키며 장사를 해 온 아주머니의 피부는 그을릴 만도 한데 햇빛을 처음 본 듯 뽀얗습니다. 앞치마도 다리미질을 한 듯 언제나 깔끔한 차림입니다.
그곳에는 같은 업종의 수레가 세 개나 서 있지만 유독 아주머니의 수레 앞만 여석이 없습니다. 저는 아주머니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아주머니는 망설임 없이 네 가지로 떡볶이 마케팅전략을 요약해 주셨습니다.
첫째: 내 떡볶이를 먹고 손님들이 힘이 나게 해 달라고 아침마다 기도한다.
둘째: 가족을 먹이듯 손님에게도 유해한 조미료는 쓰지 않는다.
셋째: 내 손님에게 절대 찡그린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넷째: 찾아온 단골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휴무를 제외하고 무단결근을 하지 않는다.
아주머니의 네 가지 전략은 대기업이 주창하는 기업윤리와 고객 서비스 정신에 버금가는 실행지침이었습니다. 누구나 주창하지만, 누구나 한 결같이 실행할 수 없는 네 가지 마케팅 전략이었지요. 고운피부에 감탄하는 제게 아주머니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내 아이들과 손님에 대한 내 맘이여. 음석 맹글면서 지저분하게 해갖고 장사 하면, 손님들에게도 그렇고, 우리 아이들도 얼마나 챙피스럽겄어. 가끔 계란 풀어 마사지도 하고 집에서 피부 관리혔지. 이것으로 벌어먹으며 애들 다 대학까지 댕기고, 이제 여윌 참인데 누가 봐도 당당하고 보기 좋게 해야 하지 않겄나. 다 서비스 관리 차원이구만.”
한 가지 일을 이 십 여 년간이나 지속해오면서 나름의 사람 존중 경영철학으로 떡볶이 장사를 해 오신 아주머니. 대기업의 총수보다 더 프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지요. 저는 마지막으로 이제는 번듯한 상가에서 장사를 하고 싶지 않으시냐고 물었습니다.
"이 자리에 너무 오래 있어서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상상이 안 되야. 여기가 돈도 벌게 해주고, 인기 많게 해 준 고마운 내 자리니께. 아파트 재개발 된다니, 그때 되면 도리 없이 생각해 봐야겄지. ”
환갑이 넘도록 노상의 그 자리를 지켜 온 떡볶이 대표 아주머니가 거인처럼 커 보인 유월의 오후였습니다. 계신 그곳에서 무엇보다 사람존중 마케팅을 우선시 하시는 한 주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빨강머리앤의 스물 네번째 편지였어요. ^!~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4354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1438 |
| 4353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1448 |
| 4352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1459 |
| 4351 | 목요편지 - 아내의 눈물 [2] | 운제 | 2018.10.18 | 1482 |
| 4350 |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 종종 | 2022.07.12 | 1489 |
| 4349 | [일상에 스민 문학] 에필로그 [4] | 정재엽 | 2018.12.26 | 1506 |
| 4348 |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이야기 1. | 정재엽 | 2018.08.15 | 1509 |
| 4347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1515 |
| 4346 | [금욜편지 89- 21세기에 프로로 산다는 것은] [4] | 수희향 | 2019.05.24 | 1522 |
| 4345 | 목요편지 - 요가수업 [2] | 운제 | 2019.05.09 | 1523 |
| 4344 | 어린이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 제산 | 2019.05.06 | 1538 |
| 4343 | 세 번째 생존자 [1] | 어니언 | 2022.05.26 | 1539 |
| 4342 | 핀테크는 왜 '개인금융의 미래'라 불리는가?(2편)-레이니스트 [2] | 차칸양 | 2017.10.10 | 1542 |
| 4341 | [금욜편지 32- 서울산업진흥원 창업닥터] | 수희향 | 2018.04.13 | 1543 |
| 4340 |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리스트 | 정재엽 | 2018.07.24 | 1543 |
| 4339 | [수요편지] 니체가 월급쟁이에게 | 장재용 | 2020.03.04 | 1543 |
| 4338 | 모자라는 즐거움 [2] | -창- | 2017.08.26 | 1544 |
| 4337 | [금욜편지 98- 내가 만드는 나의 미래] | 수희향 | 2019.07.26 | 1544 |
| 4336 | [일상에 스민 문학] - 수녀원에서 온 편지 | 정재엽 | 2018.01.24 | 1545 |
| 4335 | [금욜편지 80- 익숙한 나 Vs 낯선 나] [4] | 수희향 | 2019.03.15 | 154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