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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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풀 명아주의 뿌리. 뿌리는 자신의 영양물질 섭취를 돕는 균근균과 상호작용하고 있었다>
두 주간의 편지를 통해 식물만이 스스로 영양물질을 만들어 삶을 영위하는 독립영양생물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았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독립영양생물에 대해 의존적이고, 그래서 종속영양생물이라는 점도 이야기했습니다. 관련하여 생태학에서는 식물을 생산자로, 동물을 소비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식물은 온전히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물질을 생산하는 것일까요?
식물 또한 고립된 섬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식물이 제 삶을 영위하고 또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영양물질을 공급해야 합니다. 식물은 그 역할을 잎과 뿌리가 담당합니다. 잎은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뿌리는 땅 속의 물질을 조달합니다. 빛과 이산화탄소야 잎을 향해 저절로 쏟아진다지만, 땅 속의 물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곧 다른 생물들의 사체라는 유기물질이 분해되어 물과 함께 흡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즉, 나무가 스스로 그것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지속 성장하기 위해 나무는 다른 생물들이 만들어내는 물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생명의 시스템은 놀라운 상호의존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생물계는 생명체들간의 놀라운 상호작용으로 상호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엄지와 집게 손가락을 이용해 숲 바닥의 흙을 집어보십시오. 그 한 자밤의 흙 속에 대략 10억 마리에서 30억 마리 정도의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그 미생물계의 도움으로 유기물질이 분해되지 않고는 식물계도 성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식물과 상호작용하는 미생물 중에는 더러 식물에게 해를 끼치는 관계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긴밀한 상호작용에 의해서 더욱 번영해왔음을 많은 과학자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듯 이것이 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건강한 상호작용이야말로 생태경영의 핵심인 셈이지요.
숲에 살면서 저는 이 원리가 일종의 도(道)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생(生)하는 상호작용의 원리를 차용할 때, 더불어 풍요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판에서도 경제판에서도 상생을 말하고, 서양의 경영이론에서도 win – win 전략이 회자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삶이 더 나아지려면 자연이 가르치는 그 원리를 우리의 삶에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응용하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제게는 평생의 화두로 삼을 주제가 곧 생태경영이 된 셈입니다.
지난 주 오두막에 들른 어느 손님이 “무엇인가 이루고 싶거든 그 하나를 찾아 온전히 그것에 자신을 던져야 한다. 무엇인가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대는 어떠신지요? 그대에게도 평생을 바칠 주제가 계신지요? 어떤 주제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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