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 조회 수 9358
- 댓글 수 5
- 추천 수 0
옛날에 아테네로 들어가는 강가에 집을 짓고 나그네를 유혹해서 죽이는 강도가 있었다. 그의 집에는 철침대가 있었는데 나그네는 그 침대에 눕혀졌다. 나그네의 키가 침대 보다 길면 남는 만큼 절단해 죽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 보다 짧으면 침대의 길이에 맞도록 잡아 늘려서 죽였다.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는 이 강도를 잡아 그의 침대에 눕히고 그가 '나그네에게 했던 방법 그대로' 그를 죽였다. 테세우스가 그를 죽일 때 잡아 늘이는 방법을 썼는지 자르는 방법을 썼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강도의 이름은 '프로크루스테스 (Procrustes)' 이며, '잡아 늘이는 자' 혹은 '두드려서 펴는 자'라는 뜻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 Procrustean bed)로 종종 회자되는 이 짧고 유명한 이야기는 자기가 세운 일방적 기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억지로 꿰맞추고 재단하는 독선과 편견을 뜻하는 관용구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좀 더 확장된 의미로 새롭게 해석해 볼까 합니다.
우리 역시 고정관념이라는 정신적 철제 침대를 가지고 매일 그 위에 누워 잡니다. 그것을 패러다임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거기에 맞추어 살아갑니다. 그것을 세상의 이치라고 부릅니다. 마치 프로크루스테스가 나그네에게 했던 그대로 되먹여치기를 당하듯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그대로 세상도 우리에게 보답합니다.
자기 혁명은 세상의 이치에 따라 현실을 숭배하거나 존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황량한 현실이 우리를 지배하게 놔두는 대신 그 현실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 되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우리를 맞추려는 허망한 노력를 그만두고, 그 대신 그를 제거함으로써 그의 희생자로 사는 것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운명에게 말을 거는 것입니다. 언젠가 신은 우리에게 물을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합니다.
" 너는 진정으로 너에게 준 타고난 소질을 따랐느냐 ? 바로 그런 사람으로 살았느냐 ? "
( 프로크루스테스를 죽이는 테세우스 - google image 에서 가져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