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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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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6일 10시 37분 등록

맞벌이를 하던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제 가슴을 비집고 나온 건 두려움이었습니다. 조금 지나면 아이가 태어날 시점에 수입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아내 앞에서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고민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소유와 존재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그저 서른을 넘긴 성인이 타인의 존경을 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돈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돈을 빨리 그리고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기웃거리게 된 것이 재테크였습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친 후 부동산 경매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대략 5년 전쯤이었습니다.

 

제법 열심히 했습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관련 강좌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리고 주말이면 사람들과 무리를 이뤄 답사를 다녔습니다. 쓰러져가는 오래된 집에 들어가 손수 페인트를 칠하고, 만삭의 아내 손을 잡고 산동네를 누볐습니다. 경매일에 손을 댔으니 국회의원이 되기는 글렀다고 농담을 하곤 했지만 그 당시엔 그 일이 제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매로 낙찰 받은 허름한 집에 살던 세입자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자, 집 안에는 아이들이 있다며 아주머니는 저를 밖으로 이끌었습니다. 근처 찻집에 마주앉으니 구구절절 한 사연이 쏟아졌습니다.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친 남편과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아서 늘 누워만 있는 딸, 그리고 군대에 갔다가 간이 좋지 않아 집으로 돌아온 아들 이야기까지…… 아주머니의 눈물 섞인 하소연은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모질게 마음을 먹고 찾아간 자리였지만 결국 할 말은 하나도 못하고 들고 간 음료수 박스만 건네고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나로 인해 아픈 것은 아니지만 삶의 극단에 몰린 사람들에게 이렇게 다가가는 것이 옳은 것일까?’하는 의문이 끈질기게 따라붙었습니다. 경매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줄줄이 읊어댈 수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밀려드는 존재의 허기를 채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민이 깊어가던 어느 날 저를 이곳, 변화경영연구소로 이끈 글귀를 만났습니다.

 

인생을 파괴하지 않는 직업, 삶을 빛내는 직업만이 훌륭한 직업이다.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인가는 무의미한 질문이다. 눈부신 삶을 살게 하는 일, 그 일 때문에 삶을 즐길 수 있는 일, 그것이 위대한 직업이다.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중에서

 

그렇게 저는 경매일에서 멀어졌습니다. 부동산 경매나 다른 재테크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자신의 존재를 풍성하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하루를 온통 차지하고 있는 그 일은 어떻습니까? 그 일로 인해 여러분은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고민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쯤 얘기하면, 돈은 좀 벌었는지 궁금해하실 분들도 있을 듯 하지만, 그건 딱 잘라 대답하기가 어렵네요. 치열함과 절박함이 큰 돈을 끌어당길 정도는 아니었다고 해두겠습니다. 작은 행운과 달콤한 고민이 여러분과 함께 하는 월요일이길 바랍니다.


IP *.227.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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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20:56:53 *.71.76.251
종윤씨와 경매. 왜인지  불일치한 이미지에 한동안 서성입니다.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백만불짜리 미소가 새삼 보고 싶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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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7.07 01:10:02 *.233.20.240
선배 참... 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마디도 못하는 선배의 이미지가 눈에 선하네요...
글이 이렇게 착한데 어떻게 모진 일을 업으로 삼을수가 있었겠어요...

네. 저도 지금부터는 사부님 말씀, 선배의 칼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일 할게요~
선배님도 밝고 건강한 한 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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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09.07.10 10:06:08 *.223.104.12
저는 지방의 한 사립대학에서 교직원으로 일을 합니다.
제가 대학 87학번이고 이 대학의 첫 입학생이 87학번입니다.
이 점 하나로 묘한 동질감을 가졌지요.
요즘 저는
'내가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해서 내 능력을 보여 줄까' 보다는
'내가 어떻게 하면 이 대학의 발전을 위해 하나라도 더 쓸모가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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