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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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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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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9일 01시 19분 등록

 

<나무와 풀들에게 동물의 수탈은 일상이다. 이 또한 그들이 견뎌야 할 인내의 목록 중 하나다.>


 

인내 - 나무처럼 견디고 풀처럼 살라

 

만약 식물에게 원천적으로 주어진 형벌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생각하건대, 그것은 아마 움직일 수 없는 존재로 일생을 보내야 하는 점일 것입니다. 그들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주어진 자리에서 싹을 틔우고 잎을 내고 키를 키워야 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종자를 번식해야 합니다. 너무 심한 가뭄이 닥쳐도, 혹은 요즘처럼 너무 많은 비가 쏟아져도 그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강풍을 견뎌야 하고 폭설을 이겨야 합니다. 애벌레와 곤충, 산토끼와 노루, 인간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동물들의 끊임없는 수탈도 견뎌내야 합니다. 한정된 수분 매개자를 자신에게로 이끌 비장의 전략도 갖춰야 합니다. 이처럼 그들이 견뎌야 할 목록은 참으로 길고 깁니다.

 

따라서 오늘날 저마다 종(species)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식물들은 주어진 형벌을 견뎌낸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발 아래 적절한 물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하였습니다. 건강한 숲 토양 1m2 200(2.0PET 100개 상당) 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는 연구는 그래서 놀랍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한 이전의 편지에서도 말한 것처럼 그들은 저마다 강풍을 견디는 방법도 알아냈습니다. 동물들의 지독한 수탈에 맞서는 방법 또한 찾아냈습니다. 어느 풀이나 나무가 지닌 독(), 혹은 속임수나 엄살, 잎이나 꽃, 줄기들이 보이는 특정의 패턴 역시 그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성장하여 결실에 이르려는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음지를 견뎌 천 년을 자라고 다시 천 년을 죽어간다는 주목(朱木)은 그의 학명 taxus - (영어로는 toxin의 의미를 포함)가 이르듯 온 몸이 독입니다. 열매를 제외한 온 몸을 독으로 감싼 채 사는 나무가 주목인 것입니다. 그가 품는 독은 아마도 우거진 숲에서 느릿느릿 커야 하는 음수성(陰樹性) 나무로써 찾아낸 자구책일 것입니다. 느리게 자라느라 당연 작은 키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에, 특히 겨울철에 동물들에게 뜯어 먹힐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어릴 때 자신의 몸을 잃으면 곧 그의 삶도 끝장이니까 그것을 막고 마침내 자신의 하늘을 여는 꿈을 지켜내기 위해 그는 온 몸에 독을 품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몸에 그토록 좋다는 피톤치드는 온갖 풀과 나무들이 만드는 테르펜(terpene)류를 주 성분으로 하고 있는데, 역시 그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산하는 방어물질의 한 종류입니다. 특히 짧은 생활사를 지닌 풀들의 전략은 더욱 치열합니다. 제초를 하지 않는 밭의 풀들이 늘 길들여진 농작물들보다 우세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살다보면 때로 인내(忍耐)만이 유일한 희망인 시간이 있습니다. 그저 견디고 참아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고난의 때를 보내고 나면 가을 하늘처럼 푸른 하늘이 열리는 날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니 요즘처럼 어려운 때에는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나무와 풀이 그러하듯 견뎌야 할 다양한 목록을 견디고 나면 자신의 세상이 열린다는 증거는 숲 속 오솔길을 거닐면 얼마든 만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일찍 인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 마다 나는 우리에게도 더러 나무처럼 견디고 풀처럼 살아야 하는 때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려 합니다.

 
   
IP *.229.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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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
2009.07.09 09:07:06 *.255.159.220

글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즈음 인간의 십자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존재인 것이 식물에게 주어진 형벌인 것처럼,
인간 역시 움직여지지 않는 "운명"을 지고 살아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살다보면 인내만이 유일한 희망인 시간이 있습니다"
바다처럼 쏟아지는 어제 같은 비를 만났을 때 그저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는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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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7.16 21:56:28 *.229.251.177
저의 시간은 여전히 겨울.
그러나 이 겨울과 저는 친해져 있습니다.
거부하고 싶지 않은 계절입니다.

겨울 추위에도 끝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겨울도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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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9.07.09 13:49:31 *.94.198.146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살다보면 인내만이 유일한 희망인 시간이 있다는 말씀 가슴깊이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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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7.16 22:01:35 *.229.251.177
제가 집 뒤에 올려놓은 벌통의 문은 손바닥 면적만 합니다.
어느날 어떤 분이 그 문을 열어놓고 갔습니다.
일벌과 경계병 벌들은 자신들이 축적해 놓은 꿀과 여왕을 지키기 위해
열려진 문만큼의 면적을 집단으로 스크럼을 짜서 방어했습니다.

긴 비와 차가운 비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그 시간을 견뎠습니다.
제가 마침내 그들의 집을 살펴주었고 열린 문을 닫아놓았습니다.
그들은 다시 평온해졌고 온 산을 누비며 꿀과 꽃가루를 모으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그들에게 또다른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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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9.07.09 21:43:30 *.253.249.73
사람도 목형자(木形者)가 있습니다.
즉 나무를 닮은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요.  여자는 한번 시집가면 어떠한 고생도 이겨내며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여인입니다. 유족한 집안에 결혼하면 크고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피우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점은 나무의 곧은 품성처럼 애교가 없고 나무둥치처럼 남자를 대하니 재미가 없지요. 그리고 춘향이 처럼 한남자를 기다리며 일생을 사는 여인을 목형의 여자라 합니다.

그대는 애교없고 재미없는 정숙하고 춘향이 같은 여인이 좋습니까?
믿을수 없는 바람끼있고 색시하고 럭서리한 여인을 고르겠습니까?

이것이 여인을 만나야 하는 남자들의 고민일 것입니다. 둘을 갖춘 여인은 아마도 어려울 것입니다.

용규의 글을 읽으면 자꾸 댓글이 써지네요. 그것이 백오의 매력일 것입니다.

"咸 取女 吉"
여자를 사귐에는 느낌이 동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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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7.16 22:04:00 *.229.251.177
"咸 取人 吉"
어찌 여인만 그렇겠습니까?
사람을 취함에 있어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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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09.07.10 10:22:13 *.223.104.12
우리에게도 더러 나무처럼 견디고 풀처럼 살아야 하는 때가 있다... 있다...있다...
삶 자체가 고뇌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그래도 삶은 주어진 축복이자 축제의 한마당이라 하는 말씀하십니다.
삶은 이 두 가지의 혼용이 아닐런지요.
이 두 가지를 균형있게 받아들이고
마치 시소를 탈 때처럼
고뇌로 여겨질 때는 축제의 한켠을
축제의 기분에 들뜰 때에는 인내를 필요로 하는 그 한켠을
기억하고
그 간극을 조화롭게 좁혀가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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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7.16 22:19:45 *.229.251.177
오늘 경주 옆을 지나갔는데,
대구 인근에서 무척 많은 비가 쏟아지더군요.
비로 인한 피해는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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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7.11 12:40:52 *.64.107.166
나무처럼 견디고 풀처럼 살라지만

나무를 좋아하지만 풀을 좋아하지만

나무를 그리고 풀을 닮고 싶어하지만..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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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7.16 22:05:52 *.229.251.177
힘내십시오. 햇빛처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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