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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09년 7월 10일 10시 28분 등록


오, 사라졌구나. 내게 무척이나 소중한 그대,
내 소망도 꿈처럼 날아가 버렸네
내 아름다움의 비결도 그대와 더불어 가 버렸네

그러나 여신인 나 자신은 죽을 수 없기에
그대를 따라갈 수 없네
한번만 더 입 맞추어 다오, 마지막 긴 이별의 입맞춤을
내 입술로 그대의 영혼 빨아들여
그대의 사랑 전부 들이키도록

이 시는 3세기 쯤 살았던 알렉산드리아의 한 시인의 시입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랑하는 연인 아도니스의 죽음에 애통해 하는 장면이지요.  청년 아도니스는 사냥 중에 멧돼지 한 마리에게 상처를 입혔는데, 상처에 불같이 미친 그 멧돼지는 커다란 송곳니로 아도니스의 몸을 꿰뚫어 놓습니다. 높은 곳에서 백조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가던 여신이 아도니스의 신음을 듣고 내려와 죽어가는 연인을 안고 입을 맞춥니다. 그리고 눈물과 함께 탄식합니다.  그게 바로 이 시입니다.  아도니스의 피가 흐른 곳에서 붉은 꽃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지요. 그 꽃이 바로 아네모네입니다. 봄꽃이지요.

여름에는 꽃이 별로 없습니다. 배롱나무 꽃은 아직 피지 않았고, 능소화만 한참입니다. 그나마 어제 쏟아져 내린 장마비에 피어 있던 꽃들은 다 떨어졌습니다. 데크에 수북히 떨여져 누운 꽃들이 아직 싱싱한데, 문득 한 생각이 날 찾아들었습니다. 사람이 죽어 꽃이 된다면, 그리하여 내 죽은 자리에도 꽃이 핀다면, 어떤 꽃이 필까 ?

난 꽃이 귀한 여름에 피는 꽃이면 좋겠습니다. 시냇가에 하늘거리며 피는 흰 수술을 가진 파란 돛단배 같은 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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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혁명은 자신에 대한 멋진 이야기를 써 보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신화입니다.  지웠다 맘에 들지 않아 다시 써 보고, 그 짓을 되풀이 하다 보면 정말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 낼 테지요.   자신이 만든 이야기가 스스로의 운명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으로 살게 됩니다.  

당신이 꽃이라면 어떤  꽃인지요 ?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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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09.07.10 13:12:54 *.223.104.12
제가 아는 선생님께선 인문학적 감성과 소양이 풍부하신 분입니다.
한 편의 시와 신화가 어울리는 분이십니다.
그런 시들과 신화적 이야기들을 곁에서 노래하듯 자주 들려주시지요.
하지만 그 속에서 올곧은 인생 경영철학을 보여주십니다.
가치관 상실의 시대에 등대같은 분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선생님의 글이 저는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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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9.07.10 13:25:39 *.157.123.204
내 꽃은 '써니'라는 이름의 태양처럼 불타는 정열을 머금고 자신이 가진 빛(재능)보다 세상과 더불어 날마다 더 환하고 밝게 주위를 따사로이 비추는 꽃, 혹은 겨울을 이겨내고 꿋굿하게 새싹을 티우는 약동하는 새봄의 기운처럼 날마다 진화와 성장을 이끌어내는(멈추지 않는) 꽃이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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